[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헤나투 산체스는 포르투갈을 구하지 못했다. 스페인의 사울 니게스가 현란한 드리블을 통해 선제골을 터뜨린 것과 대조적이었다.

21일(한국시간) 열린 ‘2017 UEFA U-21 유로’ B조 2차전에서 스페인이 포르투갈을 3-1로 꺾었다. 전반 21분 니게스, 후반 19분 산드로 라미레스의 골로 앞서간 스페인은 후반 32분 브루마에게 추격골을 내줬지만 추가시간에 이냐키 윌리엄스의 쐐기골까지 나오며 무난하게 승리했다.

두 팀 모두 우승후보로 꼽히는 강팀이다. 지난 1차전에서 포르투갈은 세르비아를, 스페인은 마케도니아를 각각 꺾으며 저력을 보였다. 자력으로 4강에 진출하려면 조 1위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더 중요한 대결이었다. 이 대회는 3개 조 2위 중에서 한 팀만 4강에 갈 수 있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로 경기장을 넓게 쓰며 적극적으로 패스를 돌리는 빠르고 흥미진진한 경기였다. 스페인은 좌우 윙어로 레알마드리드의 마르코 아센시오, 바르셀로나 출신 제라르 데울로페우를 배치한 4-3-3 포메이션에 가까웠다. 포르투갈은 윙어 두 명을 투톱으로 배치한 4-3-1-2 포메이션에 가까웠다. 포르투갈 A대표팀에서도 쓰는 전술 그대로였다.

초반부터 공을 많이 만지며 스페인의 플레이메이커 노릇을 한 사울 니게스의 골이 전반 21분 터졌다. 이미 유망주 수준을 넘어선 선수인 사울은 포르투갈 수비의 틈을 포착하고 과감한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다. 미드필드부터 수비까지 브루누 페르난데스, 루벤 네베스, 루벤 세메두, 에드가 리에를 모두 돌파하고 날린 강력한 왼발 슛이 골대 구석에 꽂혔다.

포르투갈은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었다. 선제골을 내준 뒤 전방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더 성공적으로 패스를 돌리며 스페인을 압박해 나갔다. 그러나 공격을 마무리할 선수가 부족했다. 투톱을 맡은 곤살루 게데스, 다니엘 포덴세와 공격형 미드필더인 브루누 페르난데스 모두 결정적인 플레이가 부족했다.

산체스의 부진이 특히 아쉬운 경기엿다. 공격진에 있는 선수들은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애초에 전문 공격수는 아니었다. 미드필드에서 변수를 만들어줘야 했다. 산체스가 기대를 모은 플레이였다. 산체스는 지난 ‘유로 2016’에서 맹활약해 독일 명문 바이에른뮌헨으로 이적했으나 한 시즌 내내 적응기를 겪었다. 모처럼 또래 사이에서 뛰는 U-21 대회는 산체스가 더 적극적으로 경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대회였다. 특유의 과감한 전진 드리블과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균열을 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산체스는 가끔 좋은 패스 전개를 했을 뿐 전반적으로 영향력이 부족했다.

밀리던 스페인이 후반 19분 순식간에 전개한 속공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오른쪽에서 제라르 데울로페우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며 패스를 받았고, 재빨리 땅볼 크로스를 날렸다. 수비수들 사이로 침투한 산드로 라미레스가 크로스를 잘라 먹는 슛으로 마무리했다. 단 두 명의 고속 질주로 만들어낸 깔끔한 역습이었다.

포르투갈은 실점 이후 산체스를 뺐다. 대신 들어간 히카르두 호르타가 한결 적극적인 중거리슛으로 득점에 대한 의욕을 보였지만 골은 만들지 못했다. 간판 미드필더가 활약한 팀이 우세한 경기였다. 스페인의 니게스는 섬세한 경기 조율보다 윙어까지 소화할 수 있는 드리블 전진 능력이 장점인 선수다. 전반적인 경기력만 보면 스페인 중원이 그리 나을 것 없었지만 '한 방'을 발휘한 쪽은 스페인이었다.

포르투갈은 브루마의 엄청난 골로 한때 희망을 가졌다. 후반 32분 높게 뜬 공을 브루마가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했고, 공이 순식간에 골대 구석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스페인은 남은 시간 동안 잘 버텼다. 교체 투입된 공격수 이냐키 윌리엄스가 추가시간이 끝나기 직전 쐐기골까지 터뜨렸다. 윌리엄스의 드리블 돌파에 이은 날카로운 마무리에 이어 종료 휘슬이 울렸다.

스페인은 전체적인 조직력 측면에서 완벽하지 않은 팀이었다. 유효슈팅은 오히려 포르투갈이 6대 4로 더 많았다. 그러나 중요한 상황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스타 선수들의 파괴력은 이번 대회 최고로 평가됐고, 예상대로 강력한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다.

니게스는 두 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지난 1차전에서 침묵했던 원톱 라미레스, 조커 공격수 윌리엄스까지 골맛을 보며 스페인의 공격력은 더 불을 뿜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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