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청주] 한준 기자= “한국의 경기 리듬이 매우 빨랐다. 선수들도 그렇고 나도 놀랐다.” 파비안 코이토 우루과이 U-20 대표팀 감독은 11일 밤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치른 개최국 한국과 친선전 0-2 패배를 인정했다. 선수단이 중국 전훈을 마치고 내한해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었지만 한국이 잘했기에 가능한 승리였다고 했다. “한국은 4강 목표를 달성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조직력도 좋고 바르며, 판단력이 좋다. 경기 리듬과 전환 속도 등 여러 면에서 좋았다.”

코이토 감독의 말대로, 한국이 홈 이점을 누렸다는 점을 감안해도 만족스러운 승리였다. 이날 90분 풀타임을 소화한 미드필더 백승호는 “우리도 체력 훈련과 연습 경기를 해왔기 때문에 최고의 체력 상태는 아니었다”고 했다. 친선경기의 승리지만, 의미 없는 성과는 아니었다. 

#신태용이 꺼낸 스리백, 중앙과 측면 모두 수적 우위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은 이날 스리백 카드를 꺼냈다. “처음으로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선수들이 하루 정도 훈련했는데 너무 잘해줬다.” 신 감독은 “우루과이의 공격력이 남미에서 가장 좋다. 그에 초점을 맞춰서 스리백을 준비했고, 공격적인 스리백 전술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U-20 대표팀의 주전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난 상황이다. 공격진과 수비진 구성은 지난 8일 파주NFC에서 진행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공개 연습경기와 같았다. 이승우 조영욱 백승호 윤종규 이상민 정태욱 송범근 등은 인천유나이티드, 수원FC, 전북현대 등 프로팀과 치른 연습 경기에서도 선발 선수로 뛰었다. 변수는 중원이다. 사우디전과 우루과이전 모두 거의 모든 선수들이 전후반에 걸쳐 경기를 뛰었다.

신 감독의 스리백-포백 혼용 과정에 열쇠가 된 선수는 김승우다. 김승우는 이상민과 정태욱의 두 센터백 앞 자리에 배치되어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능하다가 이상민의 왼쪽 혹은 두 센터백의 사이로 내려와 스리백을 형성했다. 스리백으로 배후 안정감을 갖추자 두 풀백 윤종규와 이유현이 윙백으로 전진했다. 때로 원톱 조영욱의 옆자리까지 올라가 윙어 자리에 설 정도로 공격적으로 경기했다.

이승우와 백승호는 원톱 조영욱을 보좌하는 좌우 측면 공격수로 뛰지만 날개형 선수들은 아니다. 중원으로 진입해 연계 플레이와 패스 플레이, 직접 골문을 노리는 중앙 지향적 플레이 성향을 갖고 있다. 풀백의 전진 상황에서 두 선수가 중앙으로 좁혀 들어와 한찬희 이상헌 등 두 명의 본래 중앙 미드필더와 가깝게 움직였다.

스리백으로 상대 공격을 제어하고, 풀백의 전진으로 상대 측면을 위협했다. 네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중원을 장악했다. 우루과이는 중원 숫자 싸움에서 밀렸고, 측면에서도 빠른 한국의 패스 플레이에 배후 침투 선수를 놓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전반 39분 나온 이승우의 선제골은 이런 과정 속에 논스톱으로 이어진 패스 플레이를 우루과이 수비가 반응하지 못해 나왔다. 이상헌의 침투 패스를 이승우가 논스톱으로 수비 배후 공간으로 넣었고, 조영욱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았다. 조영욱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으나 이승우가 재차 헤더로 득점했다.

후반전에는 만회를 위한 우루과이의 거친 공격이 이어졌지만 한국 수비는 무실점으로 차단했다. 수세 상황에서는 스리백이 파이브백으로 전환되어 위험 지역의 공간을 메웠다. 역습 상황이 되면 다시 측면에 두 배수를 만들어 우루과이의 배후 공간을 습격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 나온 강지훈의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의 배경에는 하승운이 측면에서 침투패스를 받은 뒤 크로스 패스를 올릴 수 있었던 과정이 있었다.

#단기간 준비한 스리백, 본선서 적용할 필승카드

추가 득점 장면 외에도 한국은 빠른 패스 플레이와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우루과이 수비의 빈틈을 찾았고, 열린 빈틈을 빠르게 전환 패스와 침투 패스를 연결해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 스리백 수비를 내세웠으나 공격적인 경기를 했다. 신 감독은 “후반전에 방심을 하면서 25분 정도 집중력이 흔들렸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90분간 집중할 수있도록 주문할 것이다. 이번 승리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경기 중 포백과 스리백을 공유할 수 있는 실험을 했고, 그 부분을 선수들이 잘 이해해서 좋았다”고 자평했다.

선수들도 만족감을 표했다. 이날 스리백 혼용의 중심 역할을 한 김승우는 “그동안 배웠던 스리백은 커버를 많이 하는 스리백인데, 감독님이 주문하신 스리백은 포어리베로였다. 포백에서 커버학, 수비형 미드필더도 하는 역할이다. 내가 자신 있는 포지션은 중앙 수비수인데 감독님이 믿음을 주시고, 미드필더를 시켜주셨다. 실수해도 자신감을 주셔서 잘 할 수 있었다”고 해다.

주장을 맡게 된 센터백 이상민은 스리백과 포백의 전환 상황에서 차분하게 리드했다. 수비진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상민 역시 “많은 시간 준비한 것이 아닌데 생각 보다 잘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후반전 초반에 불안했던 건 사실이지만, 단기간 준비했고, 결과적으로 실점하지 않았다. 선수들끼리 소통하고 노력한 의지가 좋았다. 조직적으로 더 잘 맞추면 안전한 스리백이 될 것이다.”

백승호 역시 “포백의 수비와 비슷하다고 하셨다. 경기를 하면서 적응했다”며 스리백 실험이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이날 상대한 우루과이는 남미 예선 우승을 이룬 주력 멤버가 대거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골잡이 아르다이스와 시아파카세, 아마랄이 스리톱으로 나섰고, 데라크루스와 베나비데스, 발데르데가 중원을 구성했다. 최근 유벤투스 이적을 확정한 벤탄쿠르가 빠졌으나 레알마드리드카스티야 소속 발베르데가 중원의 중심을 잡았다. 올리베라 로헬 부에노 로드리게스가 포백을 이룬 4-3-3 포메이션이었다.

스리톱의 힘이 좋고 측면 선수들이 빨랐지만 전술적으로는 한국의 유연성에 대응하지 못했다. 코이토 우루과이 감독은 “아르헨티나도 우리와 스타일이 비슷하다. 수비 지역에 숫자를 많이 두고 낮은 리듬으로 경기하다가 공격을 빠르게 가져간다. 역습이 좋고 날렵한 선수들이 많다. 좋은 스트라이커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우루과이전은 선수들의 사기 측면에서나 전술적 측면에서 모두 성공적인 한판이었다. 과신은 그물이지만 축하해도 좋을 승리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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