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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성이 본 홍정남 “그 긴 세월 동안 칼 갈아 왔다”
김정용 기자 | 승인 2017.03.20 15:46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전북현대가 올해 발견한 가장 큰 수확은 프로 11년차 골키퍼 홍정남이다. 30세 홍정남은 올해 처음으로 주전이 됐고, 페널티킥까지 선방하며 전북의 무패 행진을 이끌고 있다.

최은성 골키퍼 코치는 “잘 하는 거 맞죠. 아직 지켜봐야 되지만 워낙 운동을 열심히 해 온 친구라 대가를 받는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2012년에 전북에 온 최 코치보다 홍정남이 ‘봉동 선배’다. 최 코치는 홍정남이 그동안 묵묵히 간직해 온 한을 풀고 있다며, 사람들이 몰랐을 뿐 충분히 좋은 골키퍼의 자질을 갖춘 선수였다고 말했다.

 

"‘1번 한 번 달아보겠습니다’라고 하더라"

동계훈련이 시작될 때만 해도 홍정남이 주전 골키퍼로 활약할 줄은 몰랐다. 권순태가 지난 1월 말 가시마앤틀러스로 이적하며 입지가 바뀌었다. 홍정남은 2007년 전북에 입단했다. 군복무(2013~2014 상주상무) 시절을 빼도 9년차다. 전북의 전성기를 모두 함께 했다. 그러나 지난 8시즌 동안 전북에서 뛴 프로 경기는 10경기에 불과했다. 주전을 놓고 고민하던 최은성 코치와 최강희 감독의 마음을 홍정남이 직접 돌렸다.

“전지훈련 중 순태가 이적하기로 정해진 동시에 등번호 1번이 비었다. 그때 정남이가 내 방에 찾아왔다. ‘1번 한 번 달아보겠습니다’라고 하더라. 그 번호의 무게를 짊어질 수 있겠냐고 물어봤는데 한 번 해보겠다고 하더라.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행동이었다. 그 말만 들어도 어떤 각오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먼저 와서 말한 것이 기특했다.”

최 코치는 처음부터 홍정남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고려하고 있었다. 후배 골키퍼 김태호, 황병근도 있지만 오래 봐 온 홍정남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해왔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북이 2009년 K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계속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마다 홍정남은 시상대에 섰지만, 주인공이 된 적은 없었다. “한이 많았던 것 같다. 선수는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꿈을 꾼다. 그 마음이 엄청나게 크다. 필드 플레이어는 종종 경기에 나갈 수 있지만 후보 골키퍼는 한 경기 뛰기도 힘들다. 그 긴 세월 동안 칼을 갈아 온 거지.”

"나도 정남이가 페널티킥 잘 막는지 몰랐다"

“그동안 다들 모르셨겠지만 정남이는 신체조건이 좋고, 스피드와 탄력도 좋은 골키퍼다.”

홍정남의 활약은 전남드래곤즈를 상대한 개막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3라운드까지 전북은 유효슈팅 17개를 허용했고, 홍정남은 그중 한 골만 내줬다. 특히 1라운드 전남전과 3라운드 인천유나이티드전에선 상대팀이 더 많은 유효슛을 날렸지만 홍정남의 방어가 최후 저지선 노릇을 했다.

홍정남을 주목하게 한 결정적인 장면은 18일 나왔다. 후반 27분, 문선민의 드리블에 당한 김민재가 페널티킥을 내줬다. 웨슬리의 킥을 완벽하게 읽은 홍정남이 전북을 패배 위기에서 구했다. “나도 정남이 경기를 본 적이 별로 없지 않나. 페널티킥을 잘 막는지 나도 몰랐다. 장점이긴 한 것 같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한 선방이다.”

권순태도 이미 30대에 접어든 뒤 최 코치를 만나 나쁜 버릇을 수정해가며 전성기에 돌입했다. 최 코치는 홍정남도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았다고 믿는다. 신체 조건에 비해 골키퍼의 기본기 몇 가지가 미흡한 것이 홍정남의 단점이라며 “10년 넘게 해 온 선수의 스타일을 뜯어고칠 순 없지만 한두 가지만 잡아줘도 선수는 달라지기 마련”이라고 했다.

 

형제 국가대표, 안된다는 법은 없다

홍정남뿐 아니라 전북 수비진 대부분이 교체됐다. 개막전에 나선 포백 김진수, 김민재, 이재성, 이용 모두 올해 영입된 선수들이었다. 여기에 그동안 주전이 아니었던 홍정남까지 1번이 되면서 전북 수비진은 완전히 새로워졌다. “개막전에서 정남이보다 수비수들이 더 걱정됐다. 혹시라도 수비들과 호흡이 안 맞아 골키퍼에게 큰 부담이 지워지면, 그래서 실점을 많이 한다면 ‘멘붕’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경험 많은 선수들이라 첫 경기를 잘 이겨냈다.”

“정남이가 첫 두 경기는 얼떨떨하다고 하더라. 인천전부터 이제 좀 적응이 된다고 했다. 개막전 때 긴장 많이 했는데 몸이 풀려가는 것 같다. 계속 지금처럼 잘 하면, 혹시 아나? 동생(홍정호)과 함께 대표팀에 가지 말라는 법도 없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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