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FC서울은 앞심, 광주FC는 뒷심이 부족했다. 양 팀 모두 예견된 불안을 극복하지 못했다. 인상적인 경기를 보여준 팀은 광주였다. 전반전 광주는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서울을 상대 진영에 가뒀고, 수비 배후를 노린 정밀한 역습으로 수차례 기회를 만들었다. 

서울에 2-1 승리를 안겨준 것은 페널티킥이었다. 전반전에 많은 활동량을 보인 광주는 후반전에 체력이 떨어지면서 라인을  광주는 전반전에 추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경기 후 남기일 광주 감독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경기를 주도했다. 전반전에 달아날 수 있는 찬스가 있었다. 경기를 잘 풀었는데 득점을 못한 부분이 결과로 이어졌다”며 아쉬워했다. 

#대대적 선발 변화에도 서울의 문제는 그대로

서울은 올 시즌 AFC챔피언스리그 초반 세 경기에서 모두 졌다. 우라와레즈, 웨스턴시드니와 경기에서 전반전의 대량 실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수원삼성과 강원FC를 상대한 K리그클래식 경기에서도 전반전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후반전에 득점해 1승 1무를 거뒀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 전 “리그에서는 성적표만 보면 문제가 많지는 않다. 처음부터 압도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생각 보다 실점이 많이 나와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황 감독은 광주와 경기에서 선발 명단에 큰 폭의 변화를 줬다.

수비 라인은 대수술에 가까웠다. 골키포 유현 대신 이날 서울 데뷔전을 치르게 된 양한빈이 골문을 지켰다. 라이트백 이규로와 센터백 정인환도 올 시즌 첫 선발 출전이었다. 미드필드진에 임민혁, 공격진에 마우링요가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황 감독은 "프로는 경쟁이다. 계속 실점하고 있는 데 같은 선수를 또 내는 것도 안 좋다"며 변화를 준 이유를 설명했다. 

광주는 야심차게 영입한 포르투갈 공격수 바로스를 벤치로 내렸다. 니제르 미드필더 본즈는 부상으로 빠졌다. 선발 11명을 모두 국내 선수들고 꾸렸다. 23세 이하 선수는 조주정 여봉훈 박동진 이한도 등 무려 4명이었다. 경기 전 만나 “선수가 없다”고 말한 남 감독은 “그건 농담이고, 조직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하기 위한 구성”이라고 했다. 

광주의 클래식 승격과 두 시즌 연속 잔류를 이루는 과정에서 라인을 높인 전방 압박, 조적직인 공격 콤비네이션으로 ‘명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남 감독은 핵심 선수를 다수 잃은 2017시즌에도 인상적인 축구를 보여줬다.

전반 5분 중원 지역에서 강한 압박으로 서울의 공을 끊어낸 광주은 여봉훈이 수비 배후로 예리한 로빙 스루패스를 배달했고, 원톱으로 나선 조주영이 빠르게 치고 들어가 깔끔한 마무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전에는 신예 조주영이 베테랑 박주영보다 파괴적인 모습을 보였다. 

남 감독은 “서울이 어떤가를 보기보다 우리가 준비한 플레이를 잘 하는대 집중했다”고 했다. 이 점은 황 감독도 마찬가지였는데, 광주의 스타일이 서울의 약점을 공략하는 데 주효했다. 후방 빌드업을 추구하며 라인을 높이는 서울은 상대 전방 압박과 롱패스를 통한 역습에 어려움을 겪거 왔다. 황 감독도 최근 광주를 분석하며 “올해는 롱패스를 잘 활용하더라”고 했다. 광주의 플레이에 당했다.

#서울의 전진 막은 광주, 전반전 지배

서울은 실점 이후 만회를 위해 공세를 펴고자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광주의 조직적인 전방 압박에 하프라인을 넘기도 버거운 모습이었다. 하프라인 전후에서 볼을 빼앗기고 역습 위기를 맞았다. 전반 10부 조성준의 스루패스가 송승민에게 이어져 또 한번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이 나왔다. 송승민의 슈팅이 양한빈의 선방에 걸렸다.

볼을 예쁘게 차는 것으로만 알려져온 공격형 미드필더 김민혁까지 빼어난 전방 수비력을 보였다. 전반 16분 김민혁이 서울의 공을 차단한 이후 찔러준 스루 패스를 송승민이 이어 받아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올린 낮은 크로스 패스가 문전으로 침투하던 조성준에게 이어졌다. 조성준이 헛발질을 하며 기회를 놓쳤다. 

전반 26분에는 문전 우측에서 조주영이 또 한번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으나 빗나갔다. 전반 40분에는 이우혁의 프리킥 크로스에 이은 송승민의 발리 슈팅이 적중하지 않았다. 광주는 전방 압박만 잘하는 게 아니었다. 발뒤꿈치을 활용하고, 볼의 결을 따라 템포를 유지하는 패스 연결로 빌드업 과정도 매끈했다. 좋은 축구를 선보였다. 

전반전은 광주가 장악했다. 기술 지역으로 잘 나오지 않는 황 감독도 자주 앞으로 나와 지시를 내리고 상황 파악에 나섰다. 전반 25분 만에 첫 교체를 단행했다. 임민혁을 빼고 데얀을 조기 투입했다. 데얀이 원톱으로 올라가고 박주영이 2선으로 내려오자 공간이 생기고 공격이 개선됐다. 황 감독은 “계획보다 안 좋아서 일찍 바꿨다. 임민혁 선수에게 많은 시간을 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빨리 수습하지 않으면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 조기에 결정했다”고 했다. 

#후반전 체력 저하, 광주의 숙제

상대의 힘이 충만한 전반전, 강한 전방 압박과 역습 공격에 취약한 점은 서울의 불안요소였다. 그 불안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런 서울은 상대의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전에 경기력을 회복하며 따라 붙는 경기를 해왔다. 지배하던 전반전에 더 많은 골을 넣지 못한 광주에겐, 전반과 같은 활동량과 밀도를 유지하기 어려운 후반전이 불안요소였다.

서울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마우링요를 빼고 이상호를 투입했고, 기존 주전 전력이 들어가자 경기력이 크게 개선됐다. 반면 광주는 상대 지역부터 압박 그물을 형성하던 전반전과 달리 뒤로 내려서서 수비했다. 오스마르가 자유로워지고, 볼의 전진히 편안해 지면서 서울의 2선 공격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미 전반 34분 박주영의 스루 패스에 이은 윤일록의 돌파가 골키퍼 윤보상까지 제쳤으나 이후 슈팅이 골대를 때리는 불운이 있었다. 

후반전에는 시간이 갈수록 서울의 기세가 올랐다. 광주는 후반 15분 조성준을 빼고 주현우, 후반 29분 조주영을 빼고 수비수 홍준호, 후반 39분 이종민을 빼고 정동윤을 투입하는 등 수비를 강화하고 체력을 보강하는 데 집중했다. 역습 공격의 위력이 전반에 비해 둔화됐다. 황 감독은 경기 전 "물론 선제 실점은 좋지 않지만 우리는 90분 내내 일관된 경기를 하는 게 목적"이라며 특별히 전반전 실점에 신경쓰기 보다 자체 경기 계획에 집중하겠다고 했었다. 후반전에 오히려 리듬이 살아난 배경이기도 하다. 

광주는 후반 18분 오심으로 페널티킥 동점골을 내줘 심리적 타격을 입었고, 체력 저하까지 겹쳐 후반 45분 두 번째 페널티킥을 내줬다. 첫 번째 페널티킥은 오심이었지만 두 번째 페널티킥은 이규로의 돌파를 이한도가 뒤에서 밀어 넘어트려 정당한 판정이었다. 데얀이 성공시켰다.

광주는 4분간 주어진 추가 시간에 총공세를 폈으나 프리킥 상황에서 정확성이 부족했고, 오히려 서울의 역습 공격이 더 위협적이었다. 서울은 2-1 승리로 경기를 마쳤다. 3라운드까지 2승 1무로 호성적이지만 황 감독의 경기 후 회견 표정은 어두웠다. 승리에 대한 이야기보다 향후 경기력 개선에 대한 발언이 더 많았다. 

반면 남 감독은 “전체적인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동계부터 준비한 스타일로 밀고 나가겠다”며 내용에는 만족했다. 현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후반전에 뒤집힌 것에 대해 “이기고 있을 때를 가정해 수비적으로 가는 훈련을 더 하겠다”며 보관하겠다고 했다. 광주는 대구와 개막전 승리 이후 포항과 서울에 연패를 당했으나 경기 내용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확인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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