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노장을 위한 국가대표팀은 없다? 언제부턴가 서른을 넘긴 선수를 대표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여전히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당당히 후배들과 경쟁해도 손색이 없는 실력을 지녔다. 대표팀 발표 후에 정조국, 염기훈, 양동현 등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메이저 대회에서 베테랑이 지닌 품격을 보여준 이들을 찾아봤다.

                   

아들은 아버지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1996년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아이두르 구드욘센은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1996년 데뷔한 구드욘센은 2016년 ‘유로 2016’ 8강전 프랑스와 경기(2-5 패배)에서 사실상 은퇴전을 치렀다. 구드욘센은 은퇴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이후로 구드욘센은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구드욘센은 만 20년 동안 아이슬란드 대표팀에서 활약하면서 한 선수가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만났다.

 

아이슬란드는 전 국토 중 79%가 빙하와 호수 그리고 용암지대다. 연평균 기온은 섭씨 3도에 불과하다. 인구는 32만 명이다. 축구장을 짓기도 어려운 이 나라는 국가대항전에서 항상 고배만 마셨다. 구드욘센은 아이슬란드가 전 세계에 내놓은 첫 스타플레이어다. PSV에인트호번을 거쳐 볼턴원더러스, FC바르셀로나 등에서 뛴 ‘아이스맨’은 아이슬란드 자랑이었다.

 

‘유로 2016’에서 팀을 이끈 길피 시구르드손과 같은 선수들은 구드욘센을 보며 선수 꿈을 키웠다. 실내 인조잔디 구장에서 자신을 보며 성장한 선수들이 대표팀 주축이 될 때까지 기량을 잃지 않았다. 아이슬란드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유로 2016’ 본선에 사상 최초로 올랐다.

구드욘센은 ‘유로 2016’에 나서고 싶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지만, 당시 그는 하락세였다. 아이슬란드 젊은 선수들은 상승세였다. 라르스 라예르베크 아이슬란드 감독은 구드욘센이 뛸 팀을 찾지 못하면 선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지만 결국 노르웨이 몰데 유니폼을 입은 구드욘센을 선발했다.

 

아이슬란드는 ‘유로 2016’에서 선전했다. 조별리그와 16강을 넘어 8강에 올랐다. 구드욘센은 주축이 아니었다. 그는 조별리그 헝가리 경기에서 단 한 번 출전해 6분만 뛰었다. 첫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아이슬란드에 구드욘센이 설 자리는 크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 팬들과 함께 손뼉을 치며 “우!”를 외치는 순간에만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프랑스에서 한 8강 프랑스전, 구드욘센은 그라운드를 다시 밟았다. 아이슬란드는 이미 1-5로 지고 있어 4강을 바라볼 수 없을 때였지만, 아이슬란드 팬들은 마치 우승한 것처럼 기뻐했다. 자신들에게 유럽 최고 수준 축구를 처음으로 맛보게 해준 구드욘센에 보내는 박수와 환호였다.

 

라예르베크 감독은 아이슬란드 축구를 이끈 베테랑에게 명예로운 은퇴경기를 허락했다. 감독과 동료선수 그리고 팬 모두 구드욘센이 들어온 의미를 알았다. 세계적인 팀에서 활약하며 아이슬란드에서도 축구 한다는 사실을 알린 구드욘센은 아이슬란드 축구가 정점에 올랐을 때 상징적으로 그라운드에 섰다.

구드욘센은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없었다. 아이슬란드는 2-5로 패했다. “지난 4년 동안 환상적인 여행을 했다. 이날 전반 45분은 제외다.” 라예르베크 감독은 아쉬움을 표했다. 아이슬란드에서 프랑스까지 날아온 팬들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품격 있게 ‘유로 2016’을 마무리했다.

 

아이슬란드는 가장 멋지게 상징적인 선수와 이별했다. 외롭게 싸웠던 구드욘센은 든든한 후배들과 그라운드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품위 있는 마무리였다.

 

글= 류청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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