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울산] 류청 기자= 김동진(35)과 김봉진(27)은 홍콩에서 동거 중이다.

 

형제는 아니다. 김봉진은 지난해 8월부터 킷치FC에서 뛰었고, 김동진은 지난 1월에 팀에 합류했다. 같은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서로 전혀 몰랐던 두 선수는 홍콩에서 서로 도우며 산다. 김동진과 김봉진 나이 차이는 8살이다. 예전 같으면 눈도 못 마주칠 선후배 사이지만, 두 선수는 타지에서 서로의 힘이 돼 주고 있다.

 

두 선수는 지난 1월 라이벌 이스턴을 꺾고 홍콩 리그컵을 품에 안았고,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2차 예선에서 하노이T&T를 잡았다. 김동진은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고 동료와 감독에게 신뢰받고 있다. 몇 달 먼저 킷치 유니폼을 입은 김봉진은 김동진이 홍콩에서 잘 지낼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팀이나 동료들이 (김동진을) 잘 봐줄 수밖에 없다. 오기 전부터 이렇~게 우러러 봤다. 홍콩 리그 역사상 커리어가 가장 좋은 선수다. 어쩔 수 없죠.”

 

김봉진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동진이 손사래를 쳤다. “넌 오바 좀 하지마!” 김동진은 “봉진이가 적응에 도움을 많이 줬다”라며 “나는 새로운 팀에 가면 이름을 외우는 것부터 시작한다. 선수들 이름을 잘 모를 때 봉진이가 이름을 외울 수 있도록 도와줬다. 생활면에서도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생각보다 거친 홍콩 축구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홍콩프리미어리그는 어떨까? 두 선수는 입을 모아 “상당히 터프하다”라고 했다. 김봉진은 “경기가 쉽지 않다. 경기 양상이 상당히 과격하다. 유니폼을 잡는 것은 예사고 소위 ‘뒷다리’를 찰 때도 많다”라며 “심판도 웬만하면 파울을 불지 않는다. 그래서 더 경기가 터프한 것 같다”라고 했다.

 

김동진도 “정말 쉽지 않다”라며 웃었다. 그는 “정말 힘들었다. 라이벌 이스턴과 경기도 상당히 거칠었다. 잡고, 태클하고 격렬한 경기였다”라며 “외국인 선수도 다 크다. 수비든 공격이든 다 크다. 키가 작은 선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상대하기 더 어려운 부분도 있다”라고 했다. 김봉진은 “외국인 수비수 중에서 내가 가장 키가 작을 것”이라고 했다. 김봉진은 신장이 181cm다.

 

리그 성장세는 몸으로 느끼고 있다. 김동진은 “이제 막 발전에 시동을 건 것 같다”라고 했다. 김봉진은 “동남아시아에서는 돈을 많이 쓰는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리그가 강하다고 알고 있는데, 막상 해보면 우리보다 크게 강하지 않다.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 태국 리그 강자 방콕FC와 경기를 해서 이긴 적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홍콩, 생각보다 크다!

우리 머리 속 홍콩은 상당히 작은 나라다. 흔히 이야기하는 도시 국가 중 하나다. 막상 살아본 이들 이야기는 다르다. 김동진은 “홍콩이 은근 크다”며 “한국 사람들은 침사추이와 센트럴 그리고 홍콩섬 정도만 생각하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곳도 많다”라며 웃었다. 김봉진은 “여행자와 생활하는 사람은 다를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두 선수는 모두 차 없이 생활하고 있다. 김봉진은 “홍콩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 가운데 차를 가지고 있는 선수가 없다. 모두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라고 했다. 가족과 함께 사는 김동진은 “차를 몰고 다니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다. 주차비도 비싸고 여러 가지로 쉽지 않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홍콩을 느끼고 있다. 홍콩 사람들 친절하다”라고 말했다.

 

김동진과 김봉진은 여전히 홍콩을 알아 가는 중이다. 경기가 많아 지난 1월에도 단 하루를 쉬었을 뿐이다. 김봉진은 “탄탄면과 운남 쌀국수가 맛있다”라고 했고, 김동진은 “아직 많이 먹으러 다니지는 못했다”라며 “홍콩에 한국 선수들이 더 있다. 홍콩으로 돌아가면 그 선수들과 함께 식사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김동진은 미혼인 후배 김봉진을 향해 “홍콩 여자를 만나보라”는 농을 치기도 했다. 김봉진은 “그래도 한국 여자가…”라며 당황하더니 “이런 거 인터뷰에 나와도 되느냐”라고 물었다. 김동진은 “꼭 써달라”며 크게 웃었다. 두 선수는 오랫동안 함께 했던 동료처럼 친근한 사이가 돼 있었다.

 

#ACL, 예상치 못한 기회  

두 선수는 7일 울산전이 지닌 상징적인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김동진은 “내가 아직도 잘 뛰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했다. 김봉진은 “울산 전력이 더 좋은 게 사실이다. 우리는 여기 외국인 선수로 있다. 외국인 선수로 온 우리가 상대팀 한국 선수보다 못하면 동료들이 좋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본다”라고 했다.

 

김봉진은 울산전이 더 의미 있다. 김봉진 프로 데뷔전 상대가 울산이었다. 게다가 인천유나이티드에서 경남FC로 트레이드 될 때 인천 감독이 현 울산 감독인 김도훈이었다. 김봉진은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할 이유가 많다”라고 말했다.

 

상대는 강호 울산이지만 두 선수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김동진은 “우리는 시즌 중이고 울산은 감독이 바뀐 이후에 정식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조직 면에서는 우리도 승산이 있다”라고 했다. 이어 “K리그 팀이 2017시즌 처음으로 치르는 경기다. 그만큼 관심도 많을 것이다. 우리도 괜찮은 팀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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