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지난 해 11월 긴급 선임되어 12월 제주 전훈으로 U-20 대표팀 지휘를 시작한 신태용 감독이 1월 포르투갈 전훈 첫 연습 경기에서 밑그림을 공개했다.

제주 전훈에서는 총 35명의 선수를 소집해 옥석 가리기를 위한 시간을 보냈다. 미드필더 한찬희도 “전술적인 부분 보다는 감독님의 눈에 들기 위한 생존 경쟁”이 중요했던 기간이라고 했다.

이 기간 신 감독은 부산아이파크, 광운대와 연습 경기를 치렀는데, 소집된 모든 선수들을 투입하기위해 4일 동안 A팀, B팀으로 나누어 경기를 뛰게 했다. 팀 차원의 내용과 결과 보다 개인 능력 면에서 신 감독의 방향성에 얼마나 부합하는 지를 확인한 시간이었다.

제주 전훈 기간 치른 연습 경기에서 기본 포메이션은 4-2-3-1 전형이었다. 선수들이 각 소속팀에서 익숙하게 소화하고 있는 전형이기도 하고, 포지션 별로 많은 선수들을 점검할 수 있는 형태다.

백승호, 이승우, 장결희 등 FC바르셀로나B팀, FC바르셀로나 후베닐A팀에서 뛰는 선수들만 신 감독과 처음 만났다. 나머지 선수들은 제주 전훈 이후 신 감독의 1차 테스트를 통과한 선수들이다. 포르투갈 1부리그 소속클럽 에스토릴 프라이아의 U-20팀과 치른 첫 연습 경기는 제주 전훈과 비교하면 신 감독의 전술 성향이 반영됐다. 신 감독은 실제로 5-0 대승으로 끝난 에스토릴전 후 “공격적인 부분에서 점검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 잘 됐다”고 했다.

신 감독이 펼친 밑그림은 다이아몬드형 4-4-2 포메이션이다. 이는 올림픽 대표팀을 맡아 ‘2016 AFC U-23 챔피언십’을 준비하며 시도했던 매우 공격적인 전술이다.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지 않고 미드필드진을 기술적인 선수로 구성하고, 좌우 풀백이 공격에 적극 가담해 투톱과 더불어 상대 진영에 많은 숫자를 두고 지배적인 경기를 추구하는 것이다.

에스토릴과 경기에서 신 감독은 포르투갈에 데려간 25명의 선수 중 골키퍼 두 명을 제외하고, 모든 필드 플레이어를 뛰게 했다. 제주 전훈 당시에도 신 감독은 골키퍼의 경우 한 선수가 90분을 모두 뛰도록 했다. 에스토릴과 경기에는 이준이 골문을 지켰다.

에스토릴전 전반전에는 조영욱과 하승운이 투톱을 보고, 이승우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됐다.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한찬희와 백승호가 섰는데, 풀백의 적극적인 전진을 유도하는 전술인만큼 실제로는 두 명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와 같은 역할이다. 이승모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섰는데, 센터백을 봤던 선수이지만, 공격형 미드필더 지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좌우 풀백 자리에 우찬양과 윤종규가 나서고, 이정문과 김재우가 센터백으로 섰다. 

후반전에는 강지훈과 김진야가 투톱으로 들어갔고, 임민혁이 공격형 미드필더, 김대원과 김정민이 중앙 미드필더, 박한빈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투입됐다. 장결희와 최익진이 좌우 풀백으로 나서고 장재원과 정태욱이 센터백 조합으로 들어갔다. 후반 도중에는 이상헌이 김진야 대신 공격 포지션에, 강윤성이 최익진 대신 풀백 포지션에 들어갔다. 

미드필더 백승호과 김대원, 공격수 조영욱과 이상헌, 풀백 장결희까지 전 포지션에 걸쳐 고르게 득점자가 나왔다. 상대 지역에서 측면과 중앙을 모두 효과적으로 활용한 경기였다. 물론 연습 경기인만큼 결과에 의미를 두긴 어렵다. 하지만 신 감독이 U-20 대표팀에서도 대표팀 감독 대행과 올림픽 대표 감독을 맡았을 때와 유사한 공격적인 철학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찬희는 신 감독이 빠른 논스톱 패스 연결로 경기를 만드는 아스널 스타일의 축구를 추구한다고 전했다. 다이아몬드형 4-4-2 포메이션은 투톱 중 한 명, 혹은 미드필더 중 한 명이 윙어로 빠지고, 풀백과 유기적 자리 변경을 통해 상대 지역에서 다양한 공격 패턴을 만들 수 있는 전략이다. U-20 대표 선수들이 기술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잘 이행했고,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경우에도 이승우가 골대를 맞추고, 백승호과 장결희 모두 득점을 올려 잘 녹아든 모습이다. 

숙제는 역시 수비다. 올림픽 대표 감독 재임 기간에도 공격력에 비해 배후 수비 대응 능력이 지적됐다. 포르투갈 U-20 대표팀과 친선전을 포함해 남은 일정에는 더 강력한 팀과 경기한다. 남은 경기에서는 수비적으로도 안정된 구조를 갖출 수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U-20 대표팀의 다음 일정은 25일 밤 리스본국립경기장에서 포르투갈과 상대한다. 에스토릴전이 훈련구장에서 치른 연습경기 성격이라면 이 경기는 실전형 평가전이다. 

그래픽=조수정 기자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

[단독] 김주영, 상하이상강서 허베이로 이적
EPL+라리가+K리그+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오프라인 강의
[人사이드] ‘광주의 기적’ 남기일 리더십의 비밀
벤틀리공장서 '해고' 당한 7부리그 선수, 아스널 입단
'음악에 취한' 맨유, 음원 플랫폼 파트너십까지 '확대'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