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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사이드] ‘광주의 기적’ 남기일 리더십의 비밀
한준 기자 | 승인 2017.01.12 00:48

[풋볼리스트=광양] 한준 기자= 광주FC는 2016시즌에 창단 이후 1부리그 최고 순위(8위)와 최다 승리(11승) 및 최다 승점(47점)를 기록했다. 소속 선수 정조국이 MVP와 득점왕을 석권한 것도 구단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어쩌면 다시 찾아오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광주의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시즌 종료 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팀별 연봉현황 자료를 공개하자 확실해졌다. 광주가 총 31명의 선수단에 지급한 연봉 총액은 25억 548만 7,000원으로 12개 클래식 팀 중 가장 적었다. 이는 승격팀 수원FC가 쓴 30억 5천 212만 1,000원보다도 낮은 액수였다. 

가장 많은 돈을 쓴 팀은 전북현대였다. 연봉 총액이 약 146억 원. K리그 최고 연봉을 기록한 전북 레오나르도가 약 17억 원을 받았다. 전북의 레오나르도와 로페스 콤비가 받은 돈이 26억 원 가량 된다. 두 선수의 몸값이 광주 선수단 전체보다 많은 것이다. 광주는 K리그챌린지 소속 부산아이파크, 대구FC 보다도 적은 돈으로 상위 스플릿 입성 직전까지 갔다. 경기 성적은 투자와 비례한다는 신화가 건재한 프로축구계에서 기적과 같은 일이다.

광주의 사정이 어려운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연맹은 2013년부터 4년간 팀별 연봉 지급 추이도 공개했다. 광주는 승격 시즌(2015년)에도 클래식 최저 연봉 팀이었다. 광주는 다른 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젊은 선수들, 신인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수단을 꾸렸다. 이 팀이 승강제 시행 후 처음으로 잔류에 성공한 팀으로 역사에 남고, 두 시즌 연속 잔류한 팀이라는 역사를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남기일(43) 감독이 있다. 

좋은 성과를 낼 때마다 주축 선수를 잃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도, 광주는 매년 발전하고 있다. 성적도, 경기 내용도 위를 향하고 있다. K리그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팬 중에는 2016시즌 K리그 올해의 감독상은 남기일이 받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남기일 감독의 광주가 돋보이는 이유는 무명 선수들로 팀을 꾸리고도 수비 위주의 축구가 아닌, 공격적인 축구, 공을 소유하고 달려드는 축구로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K리그 전체가 재정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2016시즌에는 흔들린 빅클럽이 유독 많았다. 감독들이 불평하기 어려운 배경에 남기일의 성공이 있다. 

남기일 감독은 어떻게 광주를 견고한 팀으로 만들었을까? 그 비결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광양에서 2017시즌 대비 1차 전지훈련을 진행 중인 남 감독을 만났다. 선수 시절 현역 활동 중 최초로 박사 학위를 받은 남 감독의 논문 주제는 '프로축구 지도자 리더십 유형에 따른 조직 유효성'이었다. 일찌감치 감독의 길을 연구하며 준비한 남 감독은 기대했던 대로 명확한 지도 철학을 갖고 있었다. 

남기일 리더십이 궁금한 분들께, 남 감독과 나눈 대화를 가감 없이 공개한다. 다음은 남기일 감독과 인터뷰 전문. 

-연맹이 발표한 자료를 보니 광주 선수단이 클래식팀 중 압도적인 최저 연봉 팀이었습니다. 
알고 있었어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죠. 많은 분들이 우리 팀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있듯이 나도 팀 사정을 알아야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니까요. (제 입장에선) 무엇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다독여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최저연봉팀으로 낸 성적이라는 점에서 지난 시즌은 대단했습니다. 남기일 감독이 K리그 감독상을 받아야 한다는 팬들의 의견이 많았습니다.  
팬분들이 우리 팀도 그렇고, 저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돈이) 없는 구단에서 이렇게 한다는 게 쉽지는 않은 부분이에요. 나도 나지만, 선수들이 대견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은, 선수들이 나를 만든 거라고 생각되거든요. 많은 분들이 감독이 선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선수들에게 고마워요. 항상 선수들에게 뭔가를 주고 싶어서 아이디어를 내고 고민한 부분이 잘 맞으면서, 평가가 좋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산이 부족한 팀이기에 매년 잘한 선수들은 떠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남기일 감독도 좋은 제안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요. 이번에 연장 계약(1+1년)을 하셨습니다. 실제로 떠나는 선수들을 보면서 본인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나요?
많은 생각을 하죠. 선수들도 좋은 데 가서 하고 싶고, 저 역시 사람이니 좋은 곳에 가서 하는 상상을 하긴 하죠. 지난 시즌에 사실 오퍼도 왔어요. K리그 한 팀과 중국 2부리그의 두 팀에서 제안이 왔었습니다. 글쎄요. 아직은 제가 더 좋은 팀을 맡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더 역량을 키워야죠. 여전히 저는 이 팀에 지키고 싶은 게 있고, 하고 싶은 게 있어요. 그걸 이루고 싶어요. 그다음에 생각하고 싶어요.

-어쩌면 젊고 굶주린 팀으로 낸 성과가, 좋은 환경의 팀에 가서 발휘하기에 맞지 않을 수 있는 측면 때문인가요? 하위 팀으로 돌풍을 이루고 빅클럽에 가서 실패한 사례는 유럽에도 적지 않은데요. 그런 부분에 대한 우려인가요?
많은 분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시고, 주위에서도 얘기가 있어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당장 가야 하는구나’, ‘지금이라도 가야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 제가 처음 감독 대행을 했을 때부터, 목표로 삼고 생각한 것은 ‘천천히 가자’. 너무 급하게 올라가서 급하게 내려오지 말고. 우리 팀 광주FC를 좀 만들어 놓고, 나 역시 자질을 갖추고 천천히 올라가자는 것을 스스로 되뇌면서, 계속해서 광주 감독을 맡고 있거든요. 물론 결과가 안 나오면 지금 당장, 내일 (팀에서) 나갈 수도 있고, 모레 나갈 수도 있겠죠. 기본적으로는 천천히 가자. 아직 젊고, 앞으로 할 수 있는 시간도 많이 있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부분도 많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천천히 올라가도 내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 갈 수 있겠다. 지금 생각으로는 천천히 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반복되는 미션 속에 정체되는 것일 수도 있지 않나요? 광주에서 더 채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부분인가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새로운 선수들을 데리고 계속해서 경험해보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시즌을 치르면서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한 시즌이 끝나게 되면 매번 선수가 나가야 하는 상항인데, 이런 선수들을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갈지, 그런 방법들. 세계 축구가 티키타카라는 패스 위주의 축구에서 압박 중심으로 가고, 스리백으로 가고 있는 팀도 잘하고 있고. 여러 가지 방향과 흐름을 더 읽어야 한다고 봐요. 모든 감독이 다 비슷할 거에요. 어느 한 팀의 전술이 잘되면 견제하잖아요. 한 곳에 정체되지 말고 계속해서 유기적으로, 능동적으로 전략적인 면에서 방법을 바꿔봐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도 저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광주에서 점 하나는 찍을 때까지 있고 싶다는 뜻인가요?
꼭 그렇게까지 특정 짓고 싶지는 않고. 일단 광주가 2부리그에서 정말 어렵게 올라왔어요. 매 시즌 어렵게 잔류하고 있는데, 아직 광주라는 팀을 지키고 싶어요. 지키고 싶은 사람들도 있고. 확실하게 팀을 만들어 놓아야 그다음에 제가 어디를 가든지, 이 팀이 1부리그에 계속 남아있을 수 있는 힘을 만들고 싶고, 지키고 싶어요. 그다음에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된다면 생각해볼 수 있죠.

-잘하던 감독이 떠난 뒤에 무너지는 팀들이 있습니다. 그런 점을 우려하는 것인가요? 내가 떠나도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고 싶은 목표인가요?
내일 나가더라도 팀을 만들어 놓고 싶어요. 그게 제가 처음 가진 축구 철학이었고. 선수를 어느 정도는, 개개인의 발전을 만들어 놔야 팀이 강해질 수 있거든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 팀에 오더라도 팀을 잘 만들어놓고 나갔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대부분 감독들은 안 돼서 나가잖아요. 엉망으로 만들고 나가는 감독도 많은데, 팀을 굳건하게, 강하게 만들어 놓고 나가고 싶어요. 그때 가면 생각해볼 수 있겠죠

-클럽하우스나 팀의 인프라 측면에서도 발전을 이뤄 놓고 싶은 점도 있는 건가요?
그렇죠. 보이지 않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현재로썬 피부로 와 닿지 않죠. 아마 시간이 지나면 광주도 좋은 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종민 선수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젊은 또래의 선수들, 20대 초중반의 잠재력 끌어낼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 선수들이 오히려 고참 선수들이 많이 없는 상황이라 눈치를 보지 않고 뛸 수 있어서 잘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어요. 이런 부분을 일부러 활용하기 위한 선수단 구성을 한 것인가요?
전 나이가 있는 선수도 좋아하고, 어린 선수도 좋아해요. 섞이는 것이 중요하죠. 광주에서는 사실 제가 마음먹은 대로 선수를 구성하긴 쉽지 않아요. 제가 점 찍은 선수가 오기도 쉽지 않고, 구단에서 (제 요청을) 받아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고. 그런 게 많아요. 지금 선수들이 구성되는 걸 보면, 대부분 20대에 이제 프로 1,2년 차, 3년 차. 이종민 선수가 있지만, 그 선수를 빼면 대부분 어린 선수 위주로 있죠. 장점은 이 선수들이 굉장히 잘 뛸 수 있는 나이에요. 그리고 잘할 수 있는 나이고. 혈기왕성한 스테미너를 가지고 경기 나설 수 있는 부분이 있죠. 단점은 어리다 보니 위기관리 능력. 스스로 헤쳐나갈 방법이 없죠. 경기를 할수록 생기는 부분이지만, 필요한 상황이 왔을 때 바로 나오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죠. 그래서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어서 준비할 생각입니다. 

우리 팀의 장점이라면 하나가 되어가는 점이 굉장히 잘되고 있다는 거예요. 1대1 능력은 안 되지만, 2대1, 3대1 상황을 만들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어린 선수라고, 신인 선수라고, 이적한 선수라고 뒤에 있지 말고, 최대한 앞에 나와서 팀을 이끌어가라고 해요. 사실. 이적하고, 신인으로 온 선수들을 보면 대부분 쑥스러움을 타고, 형들 눈치도 보고. 그런데 저는 그런 걸 빨리 없애고, 팀에 빨리 녹아들게 하려고 훈련 때부터 각자 자신이 팀을 이끌라고 하거든요. 그래야 나중에 경기에 나갔을 때, 자기가 어려운 상황에 팀을 이끌 수 있습니다.

전 상대 선수에게 이끌려 다니는걸 아주 싫어하거든요. 어리든 나이가 많든, 잘하건 못 하건 간에 상대 선수를 끌고 다니라고 항상 얘기해요. 전 끌려다니는 경기 하고 싶지 않아요. 항상 어떻게든, 지더라도 끌고 갈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선수를 자극해서 경기장에 내보내려고 하는데, 지금까지 경기를 보면 원하는 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막상 더 큰 선수를 상대하면서 끌고 가는 경기를 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을텐데요. 구체적으로 선수들에게 주문하시는 디테일이 뭔가요?
같이 하는 거죠. 혼자가 아니라. 항상 좁은 지역에서 훈련을 많이 해요. 경기장에 나가서도 항상 10명, 11명이, 교체 선수도 마찬가지로 운동장 그리드 안에서 같이 움직이도록 만드는 거죠. 볼의 방향에 항상 숫자가 많게 만들어주고, 우리가 공격할 때도 마찬가지로 항상 숫자가 많은 쪽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려고 해요. 숫자가 많은 곳에 장점이 있어요. 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두 명, 세 명이 가게 되면 분명 우위를 점할 수 있죠. 그런 부분을 많이 훈련시키고, 이해시키려고 해요. 그런 부분을 디테일하게 많이 훈련하고 있어요. 미팅을 통해서나 훈련을 통해서 왜 해야 하는지 이해시키다 보니 선수들이 잘 따라오는 것 같아요.

-승격 과정에서 기존에 오랫동안 함께 한 선수들의 조직력이 좋았습니다. 막상 지난 시즌에는 그 선수들이 다 나가고, 새로운 선수, 젊은 선수들로만 구성했어요. 부임 이후 가장 멤버 변화가 많았는데도 팀 색깔이 더 확실해졌고, 창단 후 최고 성과를 냈어요. 어떻게 가능했던 것인가요? 
사실 저도 좀 놀랐어요. 찬스는 지지난 시즌에 정말 많이 만들었어요. 골을 못 넣어서 순위가 올라가지 못한 부분이 있고. 지난 시즌에는 정점을 찍어줄 선수(정조국)가 들어왔고, 이 선수의 활약이 컸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선수가 아무리 바뀌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이해시키는 것. 그게 가장 큰 거 같아요. 선수들이 훈련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이해를 하는 것 같아요. 큰 틀을 만들어주고, 이 안에서 선수가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 계속 이해시키는 거죠. 이해가 되기 시작하면 선수는 혼자 하는게 아니라 같이 어울리는 플레이를 하니까 즐겁게 하는 부분이 있고, 큰 상대를 만나도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 수 있어요. 한 가지로 표현하기는 어렵고, 축구는 복잡한 부분이 많이 있는데, 중요한 건 선수들이 이해하도록 만드는 거예요. 오늘 이런 훈련을 하는데 어떻게 이해시킬까. 선수마다 성향이 다 다른데 어떤 말로 이해를 시킬까. 윽박지를까. 상처 주는 말도 해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하면서 아이디어도 생기고. 그에 맞춰 설명하다 보니, 시간이 가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거 같아요. 

-감독을 떠나서도, 교육 과정에서 하나하나 차라리 이렇게 하라고 명확하게 지시하는 게 오히려 쉬운데,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이해를 시키는 게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 같습니다. 이해를 시키려면 우선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요. 빨리 이뤄지던가요?
1년 내내 걸리는 선수도 있어요. 안되는 선수도 있고. 한두 번 얘기해서 되는 선수가 있고, 한 달 내내 얘기해야 하고, 경기할 때마다 얘기해야 하는 선수가 있고. 전부 제각각이죠. 저희 팀엔 사실 이해가 빠른 선수가 오지는 않아요. 축구를 정말 ‘알고’ 하는 선수는 많지 않아요. 그래서 이런 부분이 좀 어려워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런데 선수들한테 그렇게 얘기했어요. 내가 너를 바꾸고 성장시키고 싶은데, 그게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네가 포기하지 않으면, 나도 포기하지 않겠다. 네가 언제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계속 너한테 이해를 시킬 것이고, 주입하겠다. 너도 포기하지 않고, 나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바꿀 수 있다. 그런 얘기를 해줘요. 그래서 미팅도 많이 해야하고, 운동장에 나가면 얘기도 많이 해야 하죠. 어느 순간 경기장에 가면 선수들이 스스로 움직이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느꼈기 때문에 계속하고 있어요.

-선수 시절에 K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고, 많은 선수들을 직접 겪어 봤잖아요. 각자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높은 수준의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의 차이는 피지컬이나 기술도 있겠지만 결국 축구를 이해하는 능력이 아닐까 싶은데요. 직접 지도해보면서 선수의 수준을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유럽에서, 어린 선수들이 좋은 팀에 가서 뛸 수 있는 건 ‘이해력’ 때문이라고 봐요. 감독이 원하는 게 뭔지, 팀이 원하는 게 뭔지, 그걸 빨리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감독이 어떤 전술 스타일을 하고 있는지, 수비인지, 공격인지, 앞에서 하는 건지, 뒤에서 하는 것인지. 좋은 팀에 가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이해력이 빠른 선수들이에요. 이해력이 빠르다 보니 흡수도 빠르겠죠. 운동장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고. 전술적으로 감독이 내리는 지시를, 이해가 빠른 선수들이 같이 하기 때문에 좋은 축구가 나오는 거죠. 그 부분은 어느 정도는 타고나야 하는 것 같아요.

-K리그에서나 지도한 선수 중에도 그런 선수가 있었나요?
K리그에 많죠. 지금 좋은 팀에 있는 선수 대부분, 이해가 빠른 선수들이 많아요. 특히 어린 나이에 좋은 팀에 가서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이해가 빨라요. 피지컬이 좋거나, 스피드가 빠르고, 패스도 좋고 슈팅이 좋은 선수도 많지만, 저는 이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올시즌 이찬동 선수가 떠난 것은 중원에서 아주 큰 공백일 것 같습니다. 이찬동 선수는 거칠고 투박하지만, 수비적으로 많은 부분을 담당해왔어요. 그런데 대체로 영입한 선수들, 지난 시즌 도중에 온 본즈도 그렇고 수비적인 선수 보다는 공격 성향의 선수를 중원에 더 보강하셨습니다. 방향성을 달리하신 것인지, 아니면 이찬동 같은 스타일의 대안 선수를 찾지 못한 것인지?
이찬동 선수는 사실 테스트를 보고 뽑은 선수예요. 2부리에 있을 때, 2순위로 뽑을 수밖에 없을 때라 뽑았죠. 그때 봤던 것은 ‘아, 요즘 선수들과 다르다.’ 이 선수는 정말 배가 고프고, 어떻게든 자기가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구나 이런 선수에겐 기회를 줘야 한다. 선수마다 성향이 다르니까. 이 선수는 필요하다. 나중에 성공할 수 있겠다. 그런 느낌이 들어서 테스트하고 뽑았죠. 

전 스쿼드 상에 성향이 다른 선수들을 원해요. 어떤 선수는 투박하지만, 수비적인 부분이 좋고, 공격적인 부분도 각각 특징이 다르죠. 키가 크고, 작고, 빠르고, 느리지만 머리가 좋고. 이런 것을 다 섞어야 해요.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제가 원하는 선수를 다 데리고 할 수 없죠. 성향 다른 선수들을 갖추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못 챙긴 부분도 있어요. 모든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다 갖고 할 순 없지만, 다양한 성향의 선수가 모인 팀을 만들자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유럽 빅리그의 최고의 팀들은 정말 원하는 선수를 다 영입할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만약 그런 팀의 감독이 되어서 원하는 선수를 다 데리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떤 축구를 하는 팀을 만들고 싶은가요? 
제가 원하는 선수들을 데리고 한다면, 일단 첫 번째, 지지는 않을 거 같아요. 워낙 잘하는 선수가 있다 보니까. (웃음) 두 번째는 볼을 굉장히 많이 소유할 거에요. 그리고 많은 득점을 내기 위해 계속 노력할 거 같아요. 한두 골이 아니고, 찬스가 날 때마다 득점하고.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끌어내야죠. 좋은 선수를 데리고 있다면 완벽한 축구를 하기 위해 고민할 거 같아요.

-지금 하고 있는 경험이 나중에 만약 더 큰 팀을 맡는다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죠. 사실 여기보다 어려운 팀은 많지 않을 거 같아요. 처음부터 어렵게 시작했어요. 굉장히 욕을 많이 먹으면서 감독을 했어요. 한 경기 한 경기 살 떨리는 경기를 했고, 주위환경도 좋지 않았고. 팬도 외면한 상황에서 소외당한 팀을 가지고 시작했기 때문에, 이 경험이 밑거름이 될 거 같아요. 어디를 가든 적응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받아들이고, 방법을 찾고. 그런 기억이 많고, 앞으로도 해야 하는 부분이죠. 그래서 정조국 선수가 나간다고 했을 때 놀랍지 않았어요. 어려운 상황을 여러 번 겪어서 웬만해서는 어렵지도 않고 당황스럽지도 않아요. 

-지난 두 시즌 모두 잔류 미션을 이뤘지만, 더 높이 갈 수 있던 시점에 고비가 있었습니다. 첫 승격 시즌에는 후반기에 급격히 무너졌고, 지난 시즌에는 상위 스플릿 진출이 유리한 상황에서 정규 라운드 막판에 균형을 잃었어요. 전 시즌의 경험이 있었음에도 대처하지 못했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스쿼드 상의 문제가 있죠. 누가 하나 빠지면 대처하기가 어려워요. 전반에 나가는 선수와 후반에 나가는 선수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선수들도 심리적으로 안 하던 걸 하려다 보니까. 우리는 잔류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중요한 순간에 오다 보니까. 6강 들어야 한다는 성급함도 분명 있었어요. 전 항상 심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선수들과 미팅을 해보면 심리적인 부분이 (경기에) 굉장히 작용하는 거 같아요. 어떤 선수들은 내일 실수할 까봐, 골 먹을까 봐 힘들다는 선수들도 있었어요. 어리다 보니 중요한 경기에 잘 못 해서 팀을 망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런 경험이 없는 부분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이제 경험 조금씩 쌓였으니, 저도 마찬가지고. 올 시즌에는 잘 대처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올 시즌에도 나간 선수가 많지만, 들어온 선수들 중에 기회에 목말랐던, 잠재력을 인정받았던 선수들이 눈에 띈다. 영입 선수들로 스쿼드를 짜면 포지션마다 두 배수는 되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선수 구성은 마친 것인가요?
여전히 부족하죠. 지금도 예산은 있어요. 이적료를 받은 부분이 있는데, 요즘에는 선수들의 이적이 활발하지 않아요. 2부리그부터 지금은 선수들을 안고 있어요. 통화해보면 전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50%도 안 되어 있죠. 지금은 누가 전반에 나가고, 누구 후반에 나가는 선수인지 구분이 없어요. 일단 기존 선수보다 영입 선수 위주로 많이 만들어 놓으려고 해요. 신인까지 포함하면 나름 우리도 더블 스쿼드죠. 뒤에 있는 선수가 빨리 올라오면 좋아요. 지난 시즌에도 그걸 느꼈죠. 클래식에 올라와서 14명의 선수로 운영했어요. 선수단이 한 번씩 경기를 다 뛰기는 했지만, 사실 주전 중 한 명 만 빠져도 경기력이 안 나오는 거예요. 그게 너무 힘들었거든요. 급격하게 무너질 때도 많이 있었고. 지난 시즌에는 그걸 보완시키려고 뒤에 있는 어린 선수를 굉장히 많이 키웠죠. 그게 좀 되더라고요. 올 시즌도 마찬가지예요 선수단 구성은 다 안 됐지만 빨리 팀에 녹아들도록, 전술을 입히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선수 개개인에게 디테일하게 주문하고 있죠.

-지난 두 시즌의 경험으로 보면 결국 후보 선수들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리그 후반에 무너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인가요? 
무너질 수 있어요. 다른 팀 무너진 팀들을 보면 대부분 그렇거든요. 새로운 선수가 팀을 구해야 하는데, 지난 시즌에는 어느 정도는 선수들이 한 번씩 해준 거 같아요. 올시즌에는 그런 선수를 더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두 명의 외국인 공격수를 찾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가장 큰 정조국 선수 자리, 스트라이커 포지션이 비어 있어요.
사실 한 달 전에 포르투갈에 다녀왔을 때, 선수가 한 명 됐었어요. 윙 포워드도 보고, 스트라이커도 되는, 여러 포지션을 볼 수 있는 선수와 이야기가 됐는데 그사이에 다른 팀에서 오퍼가 왔어요. 더 많은 연봉 주고 데려간다고, 요 며칠 사이에 무산이 돼서 데려오지 못하게 됐어요. 이번에 전지훈련으로 포르투갈을 가려는 이유도 외국인 선수 두 명을 영입하고자 하는 이유가 포함되어 있어요. 정조국 선수의 빈자리가 워낙 크니까. 용병 두 선수는 직접 보고 뽑으려고 생각하고 있고, 한국 선수도 2~3명 정도는 더 생각하고 있어요. 쉬운 건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수준에 최대한 퍼센트를 높이려면, 선수를 더 영입해야 할 거 같아요.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현지에 가서 검증된 선수를 구할 수 있을까요?
필요한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야기는 하고 있어요. 검증된 선수를 데려오는 건 사실 쉽지 않아요. 우리 팀은 가능성 있는 선수를 보고 있어요. 

-포르투갈에 가서 다양한 축구를 보고 배운 것으로 들었는데, 새로운 방식의 공격 전술을 구상하는 부분은 없나요?
한 번 큰 선수도 데려와서도 해보고 싶고, 작은 선수로도 해보고 싶고. 여러 가지 생각은 있어요. 올시즌에는 용병의 비중이 커질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제가 용병 복이 없었는지, 돈이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지난 시즌에 본즈 선수가 와서 굉장히 팀에 도움이 됐고, 이번에도 스쿼드를 맞추려먼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커야 한다고 봐요. 한국 선수들이 갖지 않은 성향의 선수를 뽑으려고 하고 있어요. 팀에 잘 맞는 선수를 뽑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가서 여러 선수를 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한국 선수들에게 없는 성향이라면 어떤 부분인가요? 보통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확실한 결정력을 요구하는데요?
그건 첫 번째예요. 공격수는 결정력을 갖고 있어야죠. 어떤 선수가 오든 결정력은 있어야 하고. 정말 빠른 선수이거나, 볼이 왔을 때 확실하게 키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거나. 이런 점에서 지금 있는 선수들보다 월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용병이니까. 그런 점을 유심히 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판단력이에요. 유럽에 가서 항상 물어보면 선수가 어떤 판단 내리느냐 판단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판단력도 보고 있어요.

-선수 시절에 쓴 박사 논문을 읽어 봤습니다. 거래적 리더십, 서번트 리더십, 변혁적 리더십 등 선수들에게 어떤 유형의 지도자가 가장 큰 효과를 내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직접 감독을 해보고 나서 해당 주제에 대해 더 알게 되신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요? 
교수님 밑에 팀이 있는데, 혼자 쓸 수는 없고 도움을 받았어요. 지금 여유가 된다면 대학에 가서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리더십보다는 심리가 더 중요한 것 같아서, 스포츠 심리를 배우고 싶어요. 선수의 마음을 움직이는, 어떻게 보면 리더십과 비슷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선수의 심리를 자극하는 게 중요해요. 모든 선수가 내가 말하는 걸 다 알아듣지 않을 것이고, 좋아하지도 않을 거예요. 그걸 알면서 하거든요. 

어떻게 이해시킬지, 잠재력을 끌어낼지, 정말 말도 잘 안 하는 소극적인 선수를 경기장에서 어떻게 끌어낼지. 선수 개개인에게 항상 얘기하지만, 그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하거든요. 그게 모이다 보면 큰 효과가 나고, 팀이 되고. 이런 선수들에 대한 심리를 저도 연구해야 하고, 배워야 하고. 그래서 선수들과 말을 많이 하고 소통하려고 해요. 

실력을 떠나서, 어린 선수들은 전북 원정 같은 경기에 가면 일단 당황해요. 긴장하고. 관중이 많아서 아무것도 안 들리고. 긴장하게 되고. 그런 건 리더십으로 할 수 없죠. 심리로 해야 돼요. 어떻게 선수를 자극할 거냐. 전 지금(동계 훈련)부터 해야 한다고 보거든요. 훈련할 때 끌려다니지 말라고. 어리다고 끌려 다니지 말고, 뒤쳐져 있지 말고, 항상 나와서 자기가 분위기를 끌어야죠. 나중에 전북전에 나가면 분명 이렇게 될 것이다. 지금 안 하면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다. 훈련할 때도 이걸 왜 해야 하는 것인지, 왜 앞에 나서서 끌어야 하는지. 

로페즈에게 끌려 다닐 것인지, 로페즈를 끌고 다닐 것인지. 네가 판단해라. 이렇게 설명하면서 얘기하면 하겠다고 해요. 나중에 정말 로페즈를 만나서 끌려다니더라도, 끌고 갈 수 있을 만큼 해보면 느끼는 게 있을 거다. 그러면 성공한 거다. 다시 로페즈를 만났을 때는 대처 방법이 생길 거다. 그런데 긴장하고, 뭐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나오면 남는 게 없잖아요. 그래서 심리적인 부분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심리적인 면에 대해서는 어떻게 공부하고 있나요?
선수 경험도 조금 있고, 감독을 하면서 터득한 것도 있고. 사람들을 만나서 아이디어도 얻고. 혼자 여러 책을 읽으면서 방법을 찾기도 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해요. 어떤 아나운서가 그러더라고요. 말을 잘하려고 책 많이 읽는다고. 아나운서는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고, 책에서 아이디어도 많이 얻는다고. 저도 사장이라는 사람들에 대한 책들을 읽어요. 마윈의 책도 읽었고. 그 사람은 어떻게 하는지. 각자 처지와 놓인 상황은 다르지만, 어떻게 끌고 나가는지 보고 있어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하죠. 상황만 바꾸면 축구잖아요. 농구에 관한 책이라면, 축구로 받아들이면서 읽으면 되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찾고 있어요.

-선수들은 광주 축구가 재미있고, 훈련도 즐겁다고 합니다. 
웃고 즐기고 할 수도 있고, 그런 훈련도 있겠지만. 이 훈련을 왜 해야 하는 지 이해가 됐다면, 선수들은 웃음기가 없어집니다. 어떻게든 하려고 해요. 전 그 점을 굉장히 강조해요. 오늘 훈련의 포인트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해되면 100% 해야 해요. 그게 아니라면 쉬어야죠. 각 훈련에서 원하는 부분이 나올 때까지 하려고 해요. 

저도 냉정할 때는 냉정해요. 그렇지 않으면 팀을 끌고 갈 수 없어요. 사실 저도 마찬가지고, 코칭 스태프도 불평불만을 하자면 한두 개가 아니죠. 많을 거예요. 그런데 내가 불평을 하면, 옆 사람은 한두 개를 더 할거고, 이게 퍼지다 보면 팀을 끌고 갈 수 없어요. 확실하게 잡고 가야 해요. 저는 형 리더십, 이런 건 없어요. 냉정할 때는 냉정하게. 정확하게 원칙은 가져가요. 그 속에서 선수들이 편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있겠지만, 팀을 위해 옳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밀고 나가야죠. 

-올 시즌 숙제는 역시 후반기에 밀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체력훈련에도 변화를 주는 부분이 있나요?
피지컬 코치를 새로 데려왔는데, 사실 바꿀 수밖에 없었어요. 길레미 코치와 사정이 있어서. 체력적인 부분은 많이 신경을 써야 해요. 선수들이 제가 원하는 전술을 하려면 많이 뛰어야 해요. 선수들에게 이야기하죠. 사실 지는 경기나 이기는 경기나 많이 뛴다. 좀 더 뛰어서 이기는 경기를 하면 좋지 않겠냐. 체력적 부분은 어느 팀이든 마찬가지예요. 못 뛰는 선수는 경기장에 나가기 어렵죠. 90분간 꾸준히 뛸 수 있어야 해요. 요즘은 추가시간을 7분에서 많게는 10분도 주니까. 그 시간까지 뛸 필요가 있죠. 요즘 K리그를 보면 추가 시간에 골이 많이 나요. 팬들은 재미있지만, 선수들은 피곤하죠. 우리가 넣으면 좋지만 그걸 먹으면 다음 경기에 분명히 데미지가 크고. 체력 훈련은 분명 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뛰지 못하는 선수가 기술을 보여줄 순 없으니까. 

-정식 감독이 된 이후 성적은 계속 상승 곡선입니다. 이제 잔류를 넘어 상위 스플릿 진입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강원FC의 투자를 비롯해 클래식의 경쟁은 더 치열해진 상황입니다. 여전히 잔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지난 시즌에 우리가 8위를 한 것은 기적이라고 봐요. 행운도 많이 따랐고. 물론 선수들이 열심히 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 못지않게 굉장히 행운이 많이 찾아왔다고 생각했거든요. 정말 많은 부분에서 팬들에게 사랑을 받은 것 같고. 그런데 지난해 막상 굉장히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6강, 상하위 스플릿으로 나뉘기 전에 4경기가 있었어요. 그중 한 경기만 이겼으면 우리가 6강에 올라갈 수 있었는데, 승점 1점밖에 얻지 못했어요. 6강에 못 들어갔을 때,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충분히 갈 수 있었는데 못 했던 부분에서 나 자신에게 스트레스가 쌓였고. 그런데 6강에 대한 마음을 비우고, 우리 본래 목표인 잔류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오히려 편해졌어요. 나보다 다른 감독들이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걸 언론을 통해서도 알게 됐고요.

결국, 정신력이 강한 팀이 마지막에 살아남는데, 저 자신부터 그런 마음을 먹으니 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하위 스플릿에서 5경기를 하는데 갑자기 재미있었어요. 나를 더 움직이게 하고, 아이디어 생기는 거 같고. 더 끌어 오르더라고요. 6강에 들었다면 상관 없었는데, 이제 다시 잔류를 하기 위해 싸워야 하니까. 주위에서는 우려도 나왔지만, 자신이 있었고,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승점에서 우위에 있기도 했지만, 코치들에게 더 재미있지 않냐고 농담으로 얘기도 했어요. 어려운 상황을 즐겼다기보다는, 이제 잔류 경쟁에 내성이 생겼나, 이겨낼 수 있는 지혜가 생겼는지, 자신감이 있었죠. 

올 시즌에는 지난 시즌에 가졌던 것은 없어요. 전혀 가진 게 없고. 0%. 10% 이하로 시작하고 있어요. 강원FC가 하고 있는 부분은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봐요.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고. 강원 같은 팀이 성적이 나야 K리그도 발전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양옆으로 중국과 일본도 굉장히 투자하고 있고. 강원이 성적이 나고 알려져서, 시민구단도 변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죠. 반대로 우리 팀 입장에선 경계해야 할 부분은 분명하죠. 올 시즌도 사실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인천도 잘 준비하고 있고, 모든 팀들이 챌린지로 강등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거 같아요. 피, 땀, 눈물을 흘릴 정도로 노력해야 잔류할 수 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겠지만,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또 다른 팀을 만들어야겠다고 인식하고 잇죠.

-중국과 일본 이야기도 하셨지만, 한동안 K리그가 선수도 빠지고, 전술적으로도 정체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직접 겪어본 입장에서 과거보다 발전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전 굉장히 발전하고 있다고 봐요. 순전히 제 생각이지만, 유럽에 나가는 선수, 중국으로 가는 선수, 해외로 가는 선수가 많다는 것은 K리그가 발전하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빠진 선수의 공백에 대한 우려는 분명 있어요. 하지만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았음에도 전북이 ACL에서 우승을 하고, FC서울도 4강에 가고, K리그가 어떤 팀과도 밀리지 않는 경기를 하고 있죠. K리그가 아시아 무대에서 강팀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이게 몇 팀뿐이라는 게 아쉬운 부분이죠. 일본처럼 더 탄탄하게 여러 팀이 강팀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K리그가 왜 강해지고 있냐면, 한 가지는 팬들의 눈이 높다는 거예요. 그러면 당연히 팬들이 원하는 경기, 팬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을 하겠죠. 버스 안 막히려면 열심히 해야 하고. (웃음). 팬들의 눈이 높아졌기 때문에 K리그도 계속 발전할 것 같아요. 

2년 연속 포르투갈을 방문해 유럽 축구를 연구 중인 남기일 감독

-축구 공부에 대한 갈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브라질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치치 같은 경우 감독을 하던 도중에 1년간 쉬면서 유럽 연수를 다녀왔어요. 선수 생활을 마치고 해외로 연수를 다녀올 기회가 없었는데 특별히 계획하고 있는 부분은 없나요?
사실 언제든지 생각은 하고 있어요 제가 감독을 언제까지 할 수는 없고, 이 팀에서 언제까지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니까. 어느 순간이 오면, 제가 지치게 되면 그런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축구는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세계 축구의 움직임 읽기 위해서,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리그가 끝나면 한 번씩 가보고 있지만, 팀을 맡고 있으니 시간이 여의치 않고. 여전히 부족하죠. 우선 그런 부분은 인터넷이나 비디오를 통해서 많이 보고 있어요. 집에서 축구 밖에 안봅니다. 많이 보려고 해요. 브라질이 연승을 하고 있는데 치치라는 감독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이 선수의 움직임은 왜 이렇게 했는지도 찾아보고. 클롭 감독의 프레싱에 대해서도 배우고, 펩의 빌드업도 어떻게 하는지. 조금씩이라도. 똑같이 할 수는 없지만, 그 속에서 아이디어를 찾고 있죠.

계속해서 유럽 축구도 봐야 하지만, 전북이나 서울 등 다른 팀을 봐도 충분히 배울 점이 있어요. 또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팀을 보면 어떤 상황이 나올지 알게 되고, 챌린지에선 또 어떻게 준비하는지 보는 것도 공부가 돼요. 시간이 나면 해외에 가지만, 없을 때는 국내 팀도 보고, 다른 팀이 키 큰 선수를 영입한다면 어떻게 준비할지 감지하고. 그렇게 배워가는 것 같아요. 

-감독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결정적으로 같게 된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프로팀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은퇴한 뒤에 대부분 꿈꾸겠죠. 감독 대행을 맡으면서 욕을 먹을 때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정말 내가 이 팀을 만들어서 1부로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너무 욕을 많이 먹어서. 남기일 감독이 1부로 올리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지겠다. 역전패당하는 축구를 하고 있다. 1골을 넣으면 지켜야 하는데 역전패만 당한다. 제가 2부에 있을 때 7번 정도 역전패를 당했거든요. 그래서 얻은 경험도 굉장히 많은데. 그때 저는 제가 원하는 축구를 하고 싶었어요. 선수들이 재미있고 즐겁게 하면서 결과를 내는 축구. 처음에는 쉽지 않더라고요. 욕도 많이 먹었죠. 제대로 한 번 해봐야겠다. 욕을 많이 먹다 보니 그것도 좋더라고요. 동기부여도 되고. 그때 아마 감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제 감독이 된 입장에서 다시 축구에 대한 논문을 쓴다면 어떤 주제를 잡을 것 같나요? 
제가 논문을 쓸 만큼 뛰어난 사람은 아니고요. 여전히 전 선수들에게 주고 싶은 게 많이 있어요. 욕심이겠죠. 원체 선수들이 많이 바뀌다 보니까. 제가 대처 능력으로 키우고자 하는 것은 심리적인 부분이에요. 제가 말투도 그렇고, 표현력 부족해요. 직설적 표현이 많거든요. 이런 말투도 마찬가지고. 저도 선수를 해보니까, 예전에 포항에 파리아스 감독이 있었을 때, 전 성남에 있었어요. 그때 1-3으로 지고 와서, 홈에서도 0-1로 졌는데. 그 경기를 할 때 정말 떨리더라고요. 33살이나 됐고, 경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떨려서 뭐 해보지도 못하고 졌어요. 

결정적인 그런 순간이 왔을 때. 전에 이 경기를 지게 되면 잔류를 확정하기 정말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는 경기가 있었어요. 선수들과 미팅을 하면서 이야기를 해보니, 선수들은 불안한 거죠. 그때 제가 해줄 말이 없는 거예요 너무 불안해하니까. 무슨 말을 해줘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음 날 그냥 남들이 하는 말, 하던 대로 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그때 선수가 없었어요. 군대 가고, 누구는 다치고. 그래서 오른쪽 선수가 왼쪽을 봐야 하니 불안할 수밖에 없죠. 해줄 말이 없어서 훈련만 했던 게 생각이 나요.

매일 아침에 선수들과 악수를 해요. 인사를 하면서 얼굴을 보고. 이 선수가 오늘 잠을 잘 잤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피곤한가. 여자친구와 싸웠다. 이런 게 얼굴이 보이거든요. 악수하고, 선수들과 접촉해가면서, 필요한 게 뭔지 얘기하고, 찾아내 주고. 심리적인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거죠. 제가 칭찬에도 인색한 편이에요. 그런 부분을 더 연구하고 싶죠. 

사진=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남기일 감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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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기자  holaz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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