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에 열린 '2016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 예선 한국-북한

[풋볼리스트] 문슬기 기자= 한국 여자대표팀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을 대비해 세대교체 중이었다. 한국의 계획은 오는 4월 북한과 만나게 되면서 어긋났다. 북한을 넘지 못하면 월드컵도 없다.

23일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 근처에서 윤덕여 감독을 만났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최종예선 조가 확정된 뒤였다. 한국은 오는 4월 진행되는 최종예선에서 북한, 우즈베키스탄, 홍콩, 인도와 만난다. 가장 우려되는 경기는 역시 북한전이다. B조의 경기는 평양에서 열린다.

이번 최종예선엔 2019 월드컵 출전권이 걸려있다. 최종예선에서 조 1위에 올라야 아시안컵 본선에 나설 수 있고, 아시안컵 5위 안에 들어야 아시아 대표로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 ‘2015 캐나다 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뤘던 한국은 두 대회 연속 본선행을 노리고 있었다. 윤 감독이 세대교체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도 먼 미래에 대한 투자 때문이었다.

한국은 북한에 절대 약세다. 지난 열일곱 번의 만남에서 1승 2무 14패했다. 유일한 승리 기록도 12년 전인 2005년에 만들어졌다. 지금 대표팀에서 뛰는 선수 중 북한전 승리를 경험하는 이는 붙박이 골키퍼 김정미뿐이다. 북한 현지에서 직접 경기를 뛰어본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세대교체 계획은 최근 윤 감독이 가장 고심하던 부분이었다. 윤 감독은 캐나다 월드컵 직후부터 4년 뒤 월드컵을 내다보고 세대교체를 준비했다. 지난해에 열린 중국 4개국 친선대회, 미얀마 친선경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예선이 실험 무대였다. 윤 감독은 손화연, 문미라, 하은혜, 어희진, 강가애 등을 호출해 각 포지션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윤 감독의 구상은 북한을 만나면서 틀어졌다. 만약 한국이 아시안컵 최종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월드컵도 없다. 한국으로선 반드시 B조 1위를 해야 하고, 1위를 위해선 무조건 최상의 전력으로 임해야 한다. 때문에 세대교체 실험은 엄두도 못 낸다. 윤 감독이 조 추첨 직후부터 지난 주말 동안 고민했던 부분이다.

“북한과의 맞대결만은 피하고 싶었다. 북한은 정책적으로 축구대표팀을 육성한다. 우리와 환경적으로 달라 1년 내내 함께 하며 조직력을 키운다. 그동안 경기 내용으로 결과로 확인한 사실이지만, 객관적 전력에서 우리보다 앞선다. 그런 북한을 넘어 조 1위를 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조 추첨 결과를 확인하고 그날 밤 잠을 못 이뤘을 정도로 생각이 많았다. 우리가 북한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이려면 무조건 최상의 전력을 갖춰야 한다. 때문에 지난해 집중했던 세대교체는 잠시 미룰 수밖에 없다. 당장 이번 최종예선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선수들을 불러 다시 계획을 세우고 조직력을 높여야 한다.”

윤 감독이 우려하는 건 또 있었다. 이번 대회는 북한이 지난해 말 AFC에 유치 신청서를 내면서 사상 처음으로 평양에서 진행된다. 한국과 북한은 왕래가 자유롭지 못한 사이라, 당장 교통편에서부터 고민이 생긴다. 거리상으로는 멀지 않아 한국에서 평양으로 육로를 통해 직접 이동할 수 있지만, 중국을 경유해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 있다. 한국과 만나면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하는 북한 선수들을 고려하면 현지 응원도 큰 압박이다. 윤 감독은 1990년 10월 한국 남자대표팀 선수로 평양을 방문했던 때를 떠올렸다.

“당시 남북 친선경기를 위해 평양에 방문했다. 평양으로 들어갈 때는 베이징을 경유해 다시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개성까지 기차를 탄 뒤 개성에서부터 판문점까지 버스로 움직였다. 벌써 오래 된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평양시내에 들어가자 고려호텔까지 차로 변을 가득 메운 평양시민들이 보였다.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도 있었지만 이미 그때부터 위압감을 받았다. 경기가 열린 능라도 경기장엔 15만 명의 관중들이 나무로 된 도구로 응원을 펼치는데 주눅이 들었다. 경기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우리 선수들도 정신을 가다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안 그래도 북한은 전력에서 우위인데 현지에 대한 압박까지 견뎌야 한다. 정말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최종예선은 4월에 진행된다. 앞서 한국은 3월에 열리는 키프러스컵에 참가한다. 매년 출전했던 키프러스컵이지만, 이번엔 매우 중요한 경기를 목전에 두고 있어 의미가 크다. 게다가 이 대회엔 북한도 나오기 때문에 상대 전력까지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은 벨기에, 이탈리아, 스위스와 함께 A조에, 한국은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스코틀랜드와 함께 B조에 속했다.

“키프러스컵이 중요하게 됐다. 우리 팀을 만들고, 북한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북한도 키프러스컵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종예선에서 승점은 물론 골득실까지 관리해야 한다. 조 1위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시도해야 한다. 오는 27일 선수들을 소집해 키프러스컵 대비 훈련에 들어간다. 최종예선에 맞춘 시간이 될 것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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