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전북현대가 18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산하 출전관리기구(ECB)에 의해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ACL) 참가 자격을 박탈 당했다. 과거 비슷한 사례였던 캄보디아 구단 프놈펜크라운의 사례가 최근 자주 거론된다.

최근 신설된 ECB는 첫 사안으로 전북의 ACL 참가 자격을 심사했다. 지난 2013년 전북 스카우트가 K리그 심판들을 만나 돈을 건넨 사실이 지난해 문제시됐고, 전북은 K리그 클래식에서 승점 9점 감점과 벌과금 1억원 징계를 받았다. ECB는 AFC 클럽대회 매뉴얼 제 11조 8항에 따라 전북의 ACL 출전 자격을 제한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승부조작이 확인된 구단은 자동적으로 1년간 대회 참가가 금지’된다.

전북은 국제기관인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하기로 했다. 전북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항소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항소 이유를 설명하진 않았다. 전북 관계자는 “프로연맹에서 받은 징계로 승점이 삭감되고도 ACL 진출 순위인 2위로 K리그를 마쳤다. 그런데 대회 참가를 또 막는 건 이중 징계로 볼 여지가 있다. 또한 금품 수수에 대한 책임은 져야겠지만, 국내 법원 조사 결과 전북에 유리하게 판정을 했다는 승부조작 정황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이 매수를 넘어 승부조작으로 역사에 남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다른 전북 관계자는 앞서 “프놈펜의 사례처럼 CAS까지 가면 우리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전망을 밝힌 적이 있다. 그런데 프놈펜 사례는 전북의 경우와 차이점이 많다. 최근 국내에서 자주 거론되는 프놈펜 사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프놈펜 구단이 선수의 승부조작을 고발

프놈펜 사건의 경우, 구단이 승부조작에 맞서 싸웠다는 정황이 명백했다. 2015년 말 여러 코치와 선수들이 모의해 샘 슈바인그루버 감독을 내쫓기 위한 승부 조작을 시도했다. 승부 조작 정황을 포착한 구단이 선수들 몰래 대화를 녹음해 중거를 확보했고, 코치 4명과 선수 7명에게 자체 징계를 내렸다. 이들은 후일 캄보디아축구협회(FFC)에서도 징계를 받았다.

슈바인그루버 감독은 사건 이후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치료 과정에서 혼수상태에 빠지는 등 생명의 위협을 겪었다. 살인 시도라는 증거는 없지만 정황상 단순 사고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방콕과 스위스 등지에서 치료를 받은 뒤 캄보디아를 떠난 슈바인그루버는 프놈펜 구단으로부터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간다면 살해당할 확률이 20% 정도 될 것”이란 조언을 받기도 했다.

프놈펜 사건은 구단의 내분에 의해 벌어졌고 감독과 수뇌부는 승부조작에 맞서 싸운 쪽에 가까웠다. 그러나 AFC는 지난해 6월 초 프놈펜의 AFC컵 참가를 막는다고 발표했다. 당시 AFC측은 “관련 규정이 명확하다. 규정 73조 6항에 따르면 승부조작 유죄로 밝혀진 팀은 AFC 대회 참가가 통제된다. AFC는 승부조작에 대해 무관용원칙을 갖고 있으며 이번 일도 마찬가지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구단이 어떤 노력을 했든 승부조작 사건이 벌어진 팀은 퇴출시켜야 한다는 논리였다.

프놈펜은 이에 항변하는 성명에서 “우린 부패, 부정, 승부조작과 맞서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왔다”며 CAS에 제소할 뜻을 밝혔다. 결국 지난해 8월 말 CAS가 프놈펜의 손을 들어 줬다. 이미 진행 중인 예선 조별리그엔 참가할 수 없었지만, 다음 단계인 플레이오프로 직행했다.

 

전북과 프놈펜 사건의 차이점은?

전북은 프놈펜만큼 적극적으로 승부조작에 맞서 싸우지 못했다. 구단 스스로 승부조작 정황을 조사한 프놈펜과 달리, 전북 전 스카우트는 경남FC의 심판 매수를 조사하던 사법 당국에 의해 매수가 적발된 경우다. 적발 이후 구단 자체조사가 이뤄지거나 빠른 내부 조치를 한 것도 아니었다. 전북 측은 절차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말은 사실이지만 프놈펜처럼 승부조작과 앞장서 싸운 건 아니었다.

CAS가 이번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도 변수다. 전북은 심판 매수는 맞지만 승부조작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검찰 조사 결과도 같았다. 이에 대해 조남돈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장은 “구단에서도 알고 묵인한 게 아니냐고 미루어 짐작했다. 다만 그렇게 징계할 순 없었다. 상벌규정에 따라 징계한다”며 “굳이 전북의 책임을 따진다면 직접 관여를 안 했더라도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CAS가 전북의 손을 들어주려면 구단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더 적극적인 증거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런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

[단독] 김주영, 상하이상강서 허베이로 이적
EPL+라리가+K리그+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오프라인 강의
[人사이드] ‘광주의 기적’ 남기일 리더십의 비밀
벤틀리공장서 '해고' 당한 7부리그 선수, 아스널 입단
'음악에 취한' 맨유, 음원 플랫폼 파트너십까지 '확대'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