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자신만의 방식이 고착될 수 있는 나이와 경력에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다시금 변화를 택했고, 자신의 감독 1,000번째 경기에서 얻은 승리로 그 방향성이 틀리지 않음을 입증했다.
10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2025-202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11라운드를 치른 맨체스터시티가 리버풀에 3-0 완승을 거뒀다. 맨시티는 승점 22점으로 리그 1위 아스널(승점 26)을 4점 차로 추격했다.
이날 맨시티는 리버풀보다 한 수 위 전력을 입증했다. 모든 선수가 온전한 기량을 발휘하며 삐그덕대는 리버풀을 완벽히 제압했다. 특히 제레미 도쿠는 경기 내내 리버풀 우측을 파괴하며 이 경기 쐐기골까지 기록했다. 지표만 봐도 경합 성공 11회, 드리블 성공 7회, 기회 창출 3회, 유효슈팅 3회 등으로 2019년 웨스트햄유나이티드를 상대한 첼시의 에덴 아자르 이후 가장 뛰어난 공격력을 선보인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도쿠가 빛나는 활약을 펼치는 동시에 맨시티는 팀으로서 완벽히 기능했다.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는 니코 곤살레스, 베르나르두 실바 등 미드필더 한 명이 내려와 전방압박을 하는 리버풀 공격진을 상대로 수적 열세에 빠지지 않도록 도왔다. 양 풀백 니코 오라일리와 마테우스 누네스는 기본적으로 터치라인을 따라 서있었고, 상황에 따라 오버래핑과 언더래핑을 구사하며 윙어를 도왔다.
리버풀은 측면보다 중앙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맨시티 선수들은 너무도 쉽게 리버풀 선수들 사이로 공을 배급했다. 리버풀 공격진과 미드필더 사이,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 ‘포켓’ 공간은 맨시티 선수들의 놀이터였다.
특기할 만한 점은 도쿠의 활용법이다. 도쿠는 올 시즌 초반까지 터치라인에 가깝게 서 과르디올라 감독 특유의 윙어 고립 전략에 걸맞은 플레이를 펼쳤다. 그런데 최근에는 도쿠가 터치라인에만 서있지 않고 하프 스페이스를 점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번 경기에서도 도쿠는 기본적으로 터치라인보다 하프 스페이스에 가깝게 위치했다.
이때 반대편에 있던 라얀 셰르키도 원래 미드필드 가담을 즐기는 선수기 때문에 맨시티는 미드필더만 5명이 있는 효과를 누렸다. 도쿠를 제외하고라도 맨시티는 리버풀의 알렉시스 맥알리스터와 라이언 흐라벤베르흐를 상대로 4대2 수적 우위를 점했다. 중원 과부하를 통해 리버풀의 헐거운 전방압박을 뚫어내면 곧장 맨시티가 활약할 공간이 펼쳐졌고, 도쿠는 상대 라이트백 코너 브래들리와 1대1로 대응되며 보다 쉽게 드리블이나 패스를 할 수 있는 환경에 놓였다. 맨시티가 영리한 상황 조성으로 리버풀을 무너뜨렸다.

그러면서도 맨시티가 리버풀보다 점유율이 낮았다는 건 과르디올라 감독의 변화 방향을 시사한다. 이날 맨시티는 49.2% 점유율이었고, 이는 리버풀보다 살짝 낮았다. 맨시티는 리그 11경기 동안 상대에 점유율을 내준 경우가 4번이나 됐다. 과르디올라 체제 맨시티를 통틀어 이보다 많은 점유율을 내준 경우는 2020-2021시즌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해당 시즌에는 38경기 중 5경기에서 상대보다 점유율이 낮았으니, 비율상으로는 이번 시즌과 큰 차이가 난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또다시 변화를 향해간다는 상징적인 증표다. 올 시즌 아스널을 상대할 때 과르디올라 감독은 32.8% 점유율로 자신의 감독 경력에서 가장 낮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승리를 위해 자신의 철학을 일정 부분 포기할 수 있는 감독이라는 걸 보여줬다. 해당 경기는 후반 추가시간 가브리에우 마르티넬리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1-1 무승부로 끝났지만, 과르디올라 감독 경력에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애스턴빌라에 0-2로 패한 뒤 과르디올라 감독은 더더욱 점유율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본머스전에는 48% 점유율로 기대득점 2.22를 만들어내며 순도 높은 공격 작업을 보여줬다. 리버풀전에는 페널티킥을 제외하면 기대득점이 0.8에도 못 미쳤으나 유효슈팅 6회, 3골로 치명적인 결정력을 과시했다. 로드리의 부상으로 이전만큼 중원 장악력을 가져갈 수 없다면 드리블로 상대를 찢는 도쿠와 올 시즌 리그 11경기 14골을 넣은 엘링 홀란이라는 치명적인 무기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겠다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의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08-2009시즌 바르셀로나에서 유러피언 트레블을 통해 혜성같이 등장했고, 십수 년간 축구계 최고 명장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에서의 성공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인 롱볼 활용, 스스로 만든 풀백 전성시대를 역이용하는 3-2-4-1 전략 등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만들어나갔다. 그동안 그가 들어올린 우승컵만 무려 40개다.
1,000경기 716승이라는 압도적인 수치는 사람을 안주하게 만들 만하다. 지난 시즌 과르디올라 감독이 기록적인 부진에 빠졌을 때도 이러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에도 과르디올라 감독은 새로운 변화를 통해 스스로 알을 깨뜨리려 한다. 목적은 아니었지만 이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의 상징처럼 남았던 점유율까지 버려냈고, 그 성공은 서서히 가시화하는 듯보인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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