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축구 최약체지만 언제나 유쾌한 산마리노 대표팀이 12연패를 끊어내고 감격적인 무실점 무승부를 거뒀다.

25일(한국시간) 산마리노의 스타디오 올림피코 디세라발레에서 2024년 3월 A매치 친선경기를 치른 산마리노가 세인트키츠 네비스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산마리노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최하위에 있는 국가다. 인구는 약 3만 3천 명에 불과해 한국의 웬만한 군보다 사람이 적다. FIFA 가입도 1990년으로 비교적 최근이고, 이 경기 전까지 207경기에서 1승 9무 197패로 극악의 기록을 보유했다. 그러다 보니 독립적인 나라로 보기도 어려운 영국령 버질아일랜드, 미국령 버질아일랜드, 괌(미국령), 터크스 케이커스 제도, 앵귈라(이상 영국령)보다도 낮은 FIFA 랭킹 210위에 머무는 형편이다.

그것이 오히려 산마리노가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원천이다. 산마리노축구협회는 득점 하나에도 광란의 소셜미디어(SNS) 게시글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산마리노가 A매치 33년 역사상 최초로 3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한 이후 산마리노 축구협회는 골(GOL)에서 O만 216개를 집어넣는 광기를 보여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산마리노 대표팀은 FIFA 랭킹 147위 강호 세인트키츠 네비스를 상대로 0-0 무승부를 챙겼다. 2022년 11월 세인트루시아와 1-1 무승부를 거둔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이에 산마리노축구협회는 캡처본도 아닌 윈도우 정식 등록이 되지 않은 컴퓨터 모니터를 직접 찍은 사진을 SNS에 공유하며 “샴페인을 터뜨릴 만한 경기였다. 승리를 열망했으나 결과는 중요치 않다. 우리는 역사를 만들어냈다”고 기뻐했다. 샴페인을 터뜨릴 만한 경기는 이탈리아어로 인생에 영감을 주는 축구 경기를 뜻한다.

산마리노축구협회의 주접은 계속됐다. 경기 종료 후 SNS 계정을 통해 “잉글랜드는 최근 FIFA 주관 A매치에서 무승부도 하지 못했다. 프랑스도 그렇다. 산마리노는 무승부를 거뒀다. 이 데이터가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산마리노는 (잉글랜드, 프랑스보다) 수준이 높다”며 자신들이 유럽 강호보다 훌륭한 3월 A매치를 치렀다고 자평했다.

산마리노는 무실점 무승부를 수확했지만 아쉽게 5경기 연속 득점에는 실패했다. 10번째 무승부로 역사적인 발자취를 남긴 산마리노는 오는 6월 키프로스를 상대로 또 다른 기록 달성에 나선다.

사진= 산마리노축구협회 X(구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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