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의 별칭은 별들의 전쟁이다. 국가대표 레벨에서 최고의 대회가 월드컵이라면, 클럽 레벨에서 최고 수준의 경기를 볼 수 있는 무대는 UCL이다. 현대 축구의 발전사를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 'Football1st'가 2018/2019 UCL의 진수를 더 깊이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네이마르와 킬리앙 음밥페는 나폴리 수비진 사이를 제집 드나들듯 오갔다. 그러나 경기가 끝났을 때 두 선수는 골도 도움도 기록하지 못했고, 결과는 무승부였다. 나폴리는 상대의 효율을 떨어뜨릴 줄 아는 팀이었다.

2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바르크 데 프랭스에서 UCL C조 3차전을 가진 파리생제르맹(PSG)과 나폴리가 2-2 무승부를 거뒀다. 나폴리가 이득을 봤다.

나폴리는 ‘죽음의 조’ C조에서 최약체 레드스타베오그라드와 비기며 불안하게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리버풀을 홈에서 잡고, PSG 원정에서 무승부를 거뒀다. 3라운드 현재 나폴리가 리버풀(2승 1패)에 이어 조 2위다. 반면 PSG는 리버풀 원정에서 패배하고, 홈에서 나폴리를 잡는 데 실패하며 ‘3파전’에서 3위로 밀릴 위기에 처했다.

PSG는 레알마드리드의 ‘갈락티코’가 해체되려 하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팀 중 하나다. 나폴리를 상대로 스타 공격진이 총출동했다. 에딘손 카바니 뒤를 네이마르, 음밥페, 앙헬 디마리아가 지원했다. 나폴리의 드리스 메르텐스, 로렌초 인시녜, 호세 카예혼 역시 훌륭한 선수들이지만 PSG 공격진에 비하면 명성이나 재능의 크기에서 한 수 아래였다.

나폴리는 PSG의 플레이를 완벽하게 봉쇄하지 못했지만, PSG의 화려한 공격은 효율이 낮았다. 특히 전반전에 더 신나게 공격한 팀은 PSG였지만, 효율이 높았던 쪽은 나폴리였다. 선제골이 터지기 6분 전부터 전조가 보였다. 전반 23분 마리우 후이의 크로스를 드리스 메르텐스가 마무리했으나 골대를 맞혔다. 이어 전반 29분 호세 카예혼의 스루 패스를 로렌초 인시녜가 받아 알퐁스 아레올라 골키퍼를 넘어가는 로빙슛으로 마무리했다. 결국 전반전을 나폴리가 앞선 채 마쳤다.

나폴리는 이번 시즌 4-4-2 포메이션을 도입했다. 앞서 리버풀을 꺾은 방식인 변형 스리백을 접목시켰다. 라이트백에 원래 센터백인 니콜라 막시모비치를 배치하고, 오른쪽 미드필더 카예혼이 윙백처럼 움직이도록 했다.

나폴리는 좌우 측면을 중심으로 빌드업을 강화한 뒤 전방의 인시녜, 메르텐스에게 전진 패스를 여러 차례 찔러넣었다. 네이마르와 음밥페의 화려한 드리블에 이은 공격보다 나폴리의 잘 짜여진 스루 패스 위주의 역습이 오히려 효율적이었다. 위에서 본 선제골 과정에서 후이, 카예혼이 번갈아 결정적인 패스를 했다는 건 상징적이다. 이때 후이와 카예혼은 PSG 선수들의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 전술의 힘이었다.

PSG는 전반전 막판부터 후반전 초반까지 폭풍 같은 공격을 감행했다. 나폴리는 수비 대형을 잘 유지하고, 네이마르와 음밥페의 드리블을 어느 정도 받아내면서 결정적인 플레이만 끊는 수비를 잘 수행했다. 후반 16분 PSG의 공격은 결국 성과를 냈지만 완벽한 공격은 아니었다. 토마스 무니에르의 크로스를 후이가 끊어내려다 자책골을 넣고 말았는데, 후이의 위치선정은 좋았다. 나폴리의 수비 실수였다.

세부 기록(축구 통계 서비스 ‘후스코어드’ 참고)을 보면 네이마르와 음밥페의 압도적인 개인기가 잘 반영돼 있다. 나폴리 선수들의 드리블 성공 횟수는 총 3회다. 그런데 음밥페 혼자 4회를 기록했고, 네이마르는 무려 12회를 기록했다. 네이마르는 포지션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였기 때문에 압박을 많이 받았지만 기본적으로 한두 명은 돌파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서 패스를 계산했다.

다만 효율이 떨어졌다. 네이마르는 슛 4회, 동료에게 만들어 준 슛 기회가 4회였다. 음밥페는 각각 4회, 3회였다. 그러나 막상 골 장면에 두 선수가 관여하지 못했다. 유효슛은 두 선수 합쳐서 3회 뿐이었고, 수비벽에 막힌 슛도 3회였다. 두 선수의 폭발적인 돌파는 압도적이었지만 결정적인 상황이 오기 전 나폴리의 수비벽에 막혔다.

반면 PSG 수비는 헐거웠다. 현대 축구에서 수비수가 몸으로 공격수의 슛을 막아내는 빈도(블록 슛)는 과거보다 늘어나고 있다. 상대 수비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슛을 했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 기록은 중요하다. 나폴리는 이 부문에서 5회를 기록한 반면 PSG는 1회에 불과했다. 두 팀의 슈팅 횟수는 PSG 16회, 나폴리 14회였지만 블록 슛을 제외하면 PSG 11회, 나폴리 13회로 나폴리가 오히려 더 많았다.

나폴리가 다시 앞서나간 후반 32분 골 장면에서 PSG 수비가 얼마나 헐거웠는지 알 수 있다. 파비안 루이스가 미드필드에서 가벼운 드리블 돌파 후 중거리 슛을 시도했고, 이 공이 문전에서 선수들 몸에 맞으며 혼전이 되자 메르텐스가 재빨리 밀어 넣었다. PSG는 선발 공격진이 화려한 대신 후반에 더욱 강화할 카드가 없었고, 후반에 에딘손 카바니 대신 미드필더 율리안 드락슬러를 넣는 등 공격 방식을 바꾸는 것이 최선이었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에 디마리아의 멋진 킥이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긴 했지만 PSG는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가까스로 살아났다.

나폴리는 리버풀과 PSG를 상대로 각각 다른 대응방식을 써서 소기의 성과를 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지략이 모처럼 빛나는 시즌이다. 나폴리의 선전을 통해 C조는 진짜 죽음의 조가 되었고, 나머지 3경기가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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