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정용 기자= 수원삼성은 이번 시즌 여러 번 보여준 마법과 같은 기세로 가시마앤틀러스를 거의 꺾을 뻔했다. 그러나 고질적인 막판 수비 불안이 불거지며 탈락했다.

24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4강 2차전을 치른 수원이 가시마앤틀러스(일본)와 3-3 무승부를 거두고 1, 2차전 합계 1무 1패로 탈락했다. 지난 1차전에서는 수원이 2-3으로 패배한 바 있다.

서아시아에서 결승에 진출한 팀은 페르세폴리스(이란)다. 결승전은 11월 3일(가시마 홈), 11월 10일(페르세폴리스 홈)에 걸쳐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열린다.

 

실력을 뛰어넘는 드라마를 써 온 수원

수원은 엄연한 K리그 강호이고, 수원의 ACL 행보를 이변이라고 말하는 건 지나치다. 그러나 수원이 어느 때보다 극적인 과정을 거쳤고, 그 중에는 기적에 가까운 결과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수원은 조별리그에서 3승 1무 2패의 비교적 부진한 성적으로 어렵게 토너먼트까지 진출했다. 16강 1차전에서 울산현대에 0-1로 패배했으나 2차전에서 3-0으로 이기며 역전했다.

8강은 수원이 이번 ACL에서 불가사의한 힘을 내고 있다는 걸 잘 보여줬다. 8강 상대 전북현대는 K리그에서 수원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발휘하는 팀이다. 그러나 수원은 원정 1차전에서 3-0 대승을 거두며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다. 홈에서 열린 2차전은 오히려 0-3 패배를 당했고, 신화용은 경기 중 페널티킥부터 승부차기까지 전북 키커들을 연달아 좌절시키며 초인적인 활약을 했다. 지난 4강 1차전은 권순태의 박치기 논란으로 더 극적인 드라마가 마련됐다.

4강 2차전에서 수원은 가시마보다 밀리는 경기력으로 전반을 보냈다. 가시마는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위치를 바꿔가며 수원을 공략했고, 각 공격자원은 수원 수비를 상대로 일대일 승부를 벌여 승리할 수 있었다. 반면 수원은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치렀는데 일대일 승부에서 좀처럼 돌파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패스워크로 공격을 진행해야 했다. 그러나 가시마 수비진의 허를 찌를만한 부분전술은 수원에 없었다. 전반 25분 세르지뉴의 프리킥을 야마모토 슈토가 헤딩으로 마무리하면서 수원이 끌려가기 시작했다.

 

공격 전술로 3골 만들었으나, 이후 연달아 2골 실점

수원은 상황이 불리하게 흘러가자 다소 성급하게 공격적인 교체를 했다. 그리고 이 교체가 거짓말처럼 완벽하게 적중했다. 서정원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중앙 미드필더 최성근을 빼고 공격수 박기동을 투입했다.

수원은 4-4-2 포메이션으로 완전히 전환한 것이 아니라 다소 무질서하게 공격을 전개했다. 중앙 미드필더 사리치가 자주 공을 받으러 전진했고, 그 파트너 김준형까지 공격적인 움직임을 종종 보였다. 공수 균형이 깨진 수원은 완성도보다 기세로 경기를 압도했다. 무승부만 거둬도 되는 가시마가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한 반면 수원은 전반전보다 적극적으로 전진 패스를 하며 모험을 걸었다.

수원의 선수 교체는 15분 만에 3골이나 만들어내는 뜻밖의 ‘대박’으로 이어졌다. 후반 7분, 종종 터지는 염기훈의 헤딩슛에서 득점 기회가 시작됐다. 이 슛을 권순태가 잘 쳐냈지만, 임상협이 몸을 날려 공을 다시 밀어넣었다. 수원 선수들은 골 세리머니할 틈도 없이 고을 들고 중앙선으로 돌아가기 바빴다.

1분 뒤, 염기훈이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조성진이 쇄도하며 헤딩골로 연결했다. 완벽한 낙하지점의 코너킥, 완벽한 침투 타이밍이었다. 수원 선수들은 이제야 서포터석 앞에서 골 세리머니를 마음껏 즐겼다. 수원 응원석이 푸른 불길처럼 타올랐다.

수원은 후반 15분 제공권 대신 스루 패스로 한 골을 더 만들어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연결된 전진 패스를 임상협이 잡지 않고 절묘하게 흘렸다. 데얀이 수비 사이로 쓱 빠져들어가는 움직임의 예술을 보여줬다. 순식간에 권순태와 마주한 데얀이 그대로 공을 정확하게 차 넣었다. 서포터 앞으로 달려간 데얀은 감정이 북받친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러나 수원의 위험한 공격은 실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후반 20분, 가시마의 크로스 공격을 두 팀 모두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파포스트에서 흐른 공을 공짜로 주운 니시 다이고가 침착하게 발끝으로 마무리했다. 수원은 극단적인 공격 축구로 3득점 1실점이라는 이득을 본 셈이었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 수원이 결승에 진출하는 상황이었기에, 수원은 김준형과 사리치를 차례로 빼고 조원희, 이종성을 투입해 조금이나마 수비를 강화하려 했다.

그러나 확실히 수비를 강화한 것도 아닌 수원의 어정쩡한 선택은 곧 위기로 이어졌다. 후반 37분 스로인에서 시작된 공격이 다소 쉽게 문전까지 연결됐고, 세르지뉴가 재빨리 차 넣었다. 수원 수비가 아쉬운 장면이었다.

수원은 실점 이후 공격으로 몰아치기 위해 노력했으나 가시마가 경기를 지연하며 느릿하게 운영하는 가운데 충분히 많은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박기동, 데얀을 향한 롱 패스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수원은 결국 무승부에 그쳤다. 후반 추가시간 데얀의 패스를 받은 염기훈의 왼발슛이 골망 바깥쪽을 때렸다. 후반전 초반의 분전이 인상적이었기에 더 아쉬운 탈락이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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