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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전] 한국, 역동적이고 똑똑한 미드필더 누구 없나
김정용 기자 | 승인 2018.09.12 13:00

[풋볼리스트=수원] 김정용 기자= 늘 한국 선수가 한 명 적은 것 같은 느낌으로 경기해야 했다는 것이 칠레전의 문제였다. 더 자주 경기에 개입할 수 있는 미드필더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11일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평가전을 가진 한국은 칠레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강호 칠레와 무실점 무승부를 거두긴 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자주 밀렸다. 칠레는 선발 라인업 중 절반 가량이 신예로 구성돼 있었지만 주전들이 뛸 때와 큰 차이 없는 조직력을 보여줬다. 선수들의 전술 수행 능력에서 칠레가 한국을 앞섰다.

한국이 칠레보다 부족했던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가 미드필더들의 속도였다. 신체적인 속도가 아니라, 필요한 위치에 제때 도착하는 판단의 속도와 전술적인 속도가 모두 부족했다. 이 점은 칠레의 전방 압박에 한국이 고전한 중요한 이유였다. 칠레는 특히 전반전의 후반부에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압박 능력이 뛰어난 세계적 미드필더 아르투로 비달이 주도하고, 젊은 투톱이 함께 호흡을 맞추며 한국 수비수들을 밀어붙였다.

한국이 압박에 당할 때 미드필더들은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한국은 후방 플레이메이커 성향의 미드필더를 기성용, 정우영 두 명이나 기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공을 돌리는 데 실패했다. 칠레 선수들이 압박하는 속도보다 한국 미드필더가 빌드업을 도우러 내려가는 속도가 더 느렸다. 기성용이 공을 받으러 제대로 접근하기도 전에 이미 장현수, 김진현 등 수비진은 칠레의 함정에 갇혀 쩔쩔매고 있었다.

공격 상황에서는 교착 상태를 풀 수 있는 에너지 넘치는 미드필더가 아쉬웠다. 한국은 4-2-3-1 포메이션에서 ‘3’에 해당하는 선수들과 좌우 풀백만 활용해 공격하는 경향이 강했다. 기성용, 정우영은 많이 올라가지 않고 후방에서 공을 돌리고 루즈볼이 흘러나오는 것에 대비했다. 이로 인해 한국 공격은 다소 경직됐다. 비록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손흥민의 주도로 자주 위치를 바꾸며 유연하게 공격을 해 보려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크로스나 스루패스 상황에서 후방부터 전방으로 뛰어들며 노마크 상태를 만드는 선수가 한 명도 없다보니 칠레는 편하게 수비할 수 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계속 4-2-3-1에 가까운 플레이스타일을 유지하며 공 소유 시간을 늘리고 싶다면, 이론적으로 가장 필요한 선수는 역동적이고 지능적인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다. 벤투 감독의 포르투갈 대표팀 후배였던 마니시가 대표적이다. 마니시는 4-2-3-1 포메이션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경기를 시작하지만 끝없이 전방으로 침투하며 윙어들의 공격 작업에 도움을 줬다. 비교적 최근 선수로는 독일 대표팀이 잘 작동하던 시절의 자미 케디라를 꼽을 수 있다. 케디라는 기술이 평범하지만 공수 양면에서 꼭 필요한 위치로 가장 먼저 이동해 자리잡는 지능이 탁월했다.

스스로 공을 오래 소유할 능력은 부족하더라도, 적재적소에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는 미드필더가 필요하다. 기성용을 계속 중용할 경우, 그 옆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며 공이 순환하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해 줄 선수다. 이런 선수의 존재는 후방에서 빌드업할 때와 전방에서 공격할 때 모두 한국 선수가 한 명 더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성용과 정우영의 조합은 안정적이지만 역동성과 공격 가담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칠레전에서 압박에 당하는 모습을 통해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그리 안정적이지도 못하다는 점까지 드러났다.

칠레전 후반전에 투입된 황인범과 이재성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꾸준히 기용되기에는 수비력 문제가 부각될 수 있지만, 한국이 포메이션을 4-3-3 등으로 바꿀 경우 전방과 후방을 끝없이 오가며 공을 순환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성실한 테크니션들이다.

과거 한국이 4-2-3-1을 고수하던 시절 기성용의 파트너로 자주 기용된 한국영은 수비력, 성실함, 적극적으로 공을 주고받으며 돌아다니는 움직임 등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의 플레이스타일을 가진 선수다. 최근에는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돼 있다. 회복 이후 한국영이 기량을 잘 되찾고 대표팀에 복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며, 벤투 감독이 비슷한 스타일의 새로운 미드필더를 찾아 대표팀에 등용하는 것도 한국의 과제 중 하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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