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정용 기자= 비중이 큰 경기가 다가오면 점점 주전에서 멀어지는 것이 남태희의 대표팀 경력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한국 지휘봉을 잡자마자 남태희를 중용했고, 그 역량을 끌어내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11일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평가전을 가진 한국은 칠레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남태희는 앞선 7일 코스타리카전 2-0 승리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남태희를 주전으로 기용했다. 남태희는 코스타리카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후반 33분 골까지 기록했다. 칠레전은 후반 19분 이재성과 교체됐다.

두 경기 모두 남태희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남태희의 소속팀 기록을 보면 벤투 감독이 가장 먼저 공격진에 시험할 만했다. 국내에서는 잘 체감되지 않지만, 남태희의 소속팀인 카타르 구단 알두하일은 최근 서아시아를 통틀어 가장 강한 팀으로 올라서고 있다. 그런 팀에서 핵심 선수로 뛰는 남태희는 아시아 각 리그에서 뛰는 선수 중 가장 뛰어난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소속팀과 달리 대표팀 활약은 늘 아쉬웠다. 남태희는 이번 소집을 통해 A매치 40경기 5골을 기록했다. 지난 2011년 일찌감치 대표팀에 데뷔했지만 이후 열린 두 차례 월드컵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남태희가 중용된 주요 대회 본선은 2015년에 열린 아시안컵뿐이다.

벤투 감독은 이번 소집을 통해 남태희의 오랜 장점과 단점을 모두 봤다. 장점은 득점을 통해 선명하게 드러났다.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속도 조절, 스텝오버 드리블을 통해 상대 수비 선수들을 아예 엉덩방아 찧게 만들고 골을 넣었다. 놀라운 드리블 능력이었다. 어느 팀에나 드리블이 뛰어난 선수는 좋은 옵션이다.

반면 그 드리블 능력을 자주 보여주지 못하고, 경기에 많이 관여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그대로 드러났다. 남태희는 패스를 받기 위한 위치선정과 수비 시 전방 압박에 필요한 위치선정 모두 약점을 보였다. 특히 칠레전에서 이 경향이 심했다. 남태희의 위치선정은 조직력이 좋은 칠레 선수들에게 다소 뻔했고, 결국 특기를 보여줄 기회도 거의 잡지 못한 채 교체돼야 했다.

남태희처럼 압도적인 공격 무기를 하나 갖고 있지만 활용하기 까다로운 선수를 팀 속에 녹여내는 건 감독의 전술적 역량에 달린 문제다. 남태희가 큰 고민 없이 좋아하는 플레이만 해도 팀이 잘 작동하도록 주위 선수들과 퍼즐을 맞춰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실패했고, 홍명보 감독과 신태용 감독 등 월드컵 본선 감독들은 아예 포기했던 과제였다.

벤투 감독은 드리블이 뛰어난 윙어로 가득한 포르투갈 출신이다. 그런 선수들을 현역 때부터 많이 경험했고,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조련한 경험도 있다. 남태희 사용법을 제시해 줄 것으로 일단 기대할 만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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