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정용 기자= 칠레 공격과 미드필더들은 아르투로 비달의 유무에 따라 조직력이 달라진다. 세계에서 가장 전방 압박을 잘 하는 미드필더 중 한 명인 비달은 영리한 미드필더란 어떤 존재인지 한국을 상대로 마음껏 보여줬다.

11일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평가전을 가진 한국은 칠레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 7일 코스타리카를 2-0으로 꺾은 한국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데뷔 처음으로 팀을 소집해 가진 2연전을 1승 1무로 마쳤다.

알렉시스 산체스가 빠진 칠레에서 가장 큰 스타는 비달이었다. 바르셀로나 소속 비달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돼 4-3-1-2 포메이션의 ‘1’을 맡았다. 2015년과 2016년 코파아메리카 연속 우승을 이끄는 등 칠레의 전성기를 일궈낼 때 맡은 역할이다. 원래 전투적인 중앙 미드필더로 알려져 있지만, 비달은 강력한 전방 압박과 문전 침투에 의한 득점 등 자신만의 스타일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칠레의 공격과 미드필드 중 스타라고 할 만한 선수는 공격형 미드필더 비달, 수비형 미드필더 가리 메델 둘뿐이었다. 메델과 비달 사이에서 뛴 두 미드필더 중 샤를레스 아랑기스는 그나마 스타에 가깝지만, 디에고 발데스는 대표팀 신예다. 투톱은 더 약했다. 디에고 루비오와 안젤로 사갈은 주전 공격수인 알렉시스 산체스와 에두아르도 바르가스에 비하면 파괴력이 매우 부족했다.

칠레 공격진의 개인 기량은 약했지만, 비달의 지휘 아래 대형을 만들어가며 조직적인 공격과 수비를 하는 능력은 탁월했다. 비달은 동료 공격수가 위치를 잡지 못하면 자신이 빈 자리로 이동하며 동료들에게 압박에 필요한 위치선정을 알려주기도 했다. 비달은 드리블 능력이 부족한 선수지만, 비달을 중심으로 공을 주고받으며 슈팅까지 만들어가는 장면도 계속 나왔다.

칠레는 전반 10분경부터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특히 강한 압박으로 한국 빌드업을 여러 번 저지했다. 칠레는 압박에 무리한 인원을 투입하지 않고도 조직적인 대형과 빠른 판단을 통해 전방 압박에 성공했다. 한국이 빌드업에 4명을 투입하고 전방으로 6명을 올려보내려 하면, 칠레도 비달을 포함해 4명을 전진시켜 한국 빌드업 인원을 일대일로 저지해냈다. 비달이 압박에 가담하는 속도는 정우영이나 기성용이 빌드업에 참여하는 속도보다 빨랐다. 한국 수비수인 김영권, 장현수는 자주 패스 루트가 끊겨 당황했다.

비달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칠레는 지난 상대 코스타리카와 달리 필드 플레이어 전원이 그라운드에 고르게 퍼져 한국의 플레이를 방해했고, 공을 잡았을 때는 딱히 테크니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공을 순환시키며 한국의 압박을 빠져나갔다.

비달은 득점 가능 상황이 되면 문전으로 빠르게 쇄도하며 크로스나 스루 패스를 받으려 했다. 득점에 가담하는 것 역시 비달의 특기다. 후반 18분 마우리시오 이슬라의 기습적인 패스를 받아 비달이 일종의 발리슛을 시도했으나 빗맞아 무산됐다. 노마크 상황이었다. 비달은 후반 29분 페드로 에르난데스와 교체됐고, 이때부터 한국 공격은 한결 숨통이 트였다.

한국은 제대로 압박하고 조직적으로 경기하는 팀을 맞아 해법을 찾지 못했다. 장현수, 김영권, 기성용, 정우영 등 한국을 괴롭힌 압박의 중심에는 비달의 ‘월드 클래스’ 위치 선정과 판단력이 있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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