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완주 기자= 파울루 벤투 한국 남자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남미의 강호 칠레를 상대로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한국은 칠레의 빠른 템포에 고전하며 벤투 감독이 원했던 축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11일 경기도 수원의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칠레의 평가전이 열렸다. 벤투 감독 부임 후 두 번째 열린 A매치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한국의 기본 골격은 지난 코스타리카전과 똑같은 4-2-3-1이었다. 지동원 자리에 황의조, 이재성 자리에 황희찬이 들어갔을 뿐 선발로 나선 선수들의 면면도 비슷했다. 칠레는 다이아몬드 4-4-2로 한국을 상대했다. 아르투로 비달이 미드필드 앞쪽에 위치해 공격을 이끌고, 가리 메델이 미드필드 뒤쪽에 처져 수비를 보호했다.

벤투 감독은 강팀 칠레를 상대로 한국의 경쟁력을 실험하고 싶어했다.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일주일간 훈련한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기회로 삼고 싶다”라며 강하고 기술이 좋은 칠레를 상대로도 코스타리카전처럼 경기를 지배하며 빠르게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벤투 감독은 칠레전의 주안점으로 “상대가 공을 소유할 때 다시 소유권을 가져오기 위해 어떻게 대응하고 압박하며, 어떻게 조직적으로 움직여 공을 빼앗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칠레전에서 벤투 감독이 주목했던 부분은 잘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은 경기를 지배하지 못했다. 칠레가 더 많은 점유율을 가져가며 경기를 지배했다. 벤투 감독이 “차원이 다른 경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처럼 경기 양상은 앞선 경기와 크게 달랐다. 칠레는 코스타리카처럼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하지 않았다. 수비에서 빌드업을 시작할 때면 공격 진영에 숫자를 크게 늘렸다. 한국 수비수 4명이 자기 진영에 버티고 있을 때, 칠레 선수 5명이 하프라인을 넘어 자리잡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은 지난 경기에서 정우영이나 기성용이 센터백 사이로 내려와 빌드업의 기점 역할을 했다. 칠레를 상대로는 이런 방식의 빌드업을 시도할 수 없었다. 중앙 미드필더 중 한 명이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는 속도보다 칠레 투톱 공격수가 압박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 상대 압박에 고전한 한국의 선택은 골키퍼에게 백패스하는 것이었고, 김진현 골키퍼도 압박에 당황해 실수를 연발했다.

칠레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 한국 선수들은 2~3명이 함께 압박하며 공을 빼앗으려 했다. 벤투 감독의 바람과 달리 한국의 압박은 빠르지 못했다. 칠레 선수들은 한국의 느린 압박이 시작되는 것을 보고 난 뒤에 다음 선택지를 고를 수 있었다. 간혹 한국이 상대 패스를 끊어내도 칠레 선수들은 곧바로 달려들어 다시 소유권을 가져갔다.

후반 20분 이후 활동량이 많이 이재성이 투입되자 한국의 공격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칠레도 주축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한국의 압박이 잘 작동해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벤투 감독은 상대보다 더 많은 공격 기회를 창출하고, 기회를 적게 내주는 스타일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2경기를 통해 강점과 약점을 모두 발견했다. 벤투 감독의 색깔을 입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