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압도적인 수비력의 비결로 송범근을 가장 먼저 거론했다.

전북은 K리그1에서 ‘절대 1강’ 다운 7승 1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는 5승 1패로 깔끔하게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개막 직후에는 폭발적인 득점력이 화제였지만, 최근 한 달 동안은 수비력이 더 돋보인다.

전북은 지난 3월 31일 상주상무에 거둔 1-0 승리를 시작으로 최근 7경기에서 무실점을 유지했다. 이 기간 동안 16득점을 올리며 공격력 역시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 센터백 김민재가 7라운드까지 라운드 베스트일레븐에 다섯 번이나 선정된 것도 공격보다 수비가 더 돋보인다는 걸 뒷받침하는 지표다.

 

득점 감소를 감수하고 실점을 완전히 줄여버린 전북의 선택

전북은 개막 직후 다득점 다실점 양상으로 시즌을 진행했다. 초반 6경기 동안 경기당 3.5득점 2.0실점을 기록했다. 득점력이 엄청나긴 하지만 실점이 지나치게 많다는 문제가 있었다. 초반에는 공격력으로 수비 문제를 감추며 4연승을 달렸지만 이후 K리그1 인천유나이티드전, ACL 톈진췐젠전에서 모두 대량실점을 하며 2연패를 당했다.

두 차례 패배가 최 감독을 바꿨다. 최 감독은 3월 18일 열린 FC서울과의 홈 경기에서 투톱이 아닌 원톱을 배치하는 4-1-4-1 포메이션으로 돌아갔다. 미드필더를 한 명 늘리며 공수 균형을 되찾았다. “코치들의 의견을 수용했다”며 “국가대표의 자존심이 있다면 무실점을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이날 전북은 무실점에 실패하고 2-1 승리를 거뒀지만 대체로 수비력이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서울전부터 현재까지 8경기 동안 전북은 경기당 2.25득점 0.13실점을 기록했다. 득점이 경기당 1.25 감소했지만, 실점을 경기당 1.87이나 줄였다는 점에서 훨씬 이득이었다. 인천전과 톈진전처럼 불필요하게 모험적인 운영을 하다가 패배하는 일을 방지하고 한결 안정적인 축구를 하고 있다.

 

공격보다 미드필더 늘리고, 엉덩이를 뒤로 뺐다

전북은 무실점 행진의 시적이었던 상주전, 가장 최근에 열린 22일 제주전에서 1-0 신승을 거뒀다. 시즌 초반의 불안한 수비력으론 불가능했던 승리다. 약체 상주를 상대로 홈에서도 원톱을 가동하며 확실히 실리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제주 원정에서는 더욱 수비적인 3-5-2 포메이션을 시도했다. 일단 수비가 안정되자 투톱을 쓰는 경기에서도 무실점을 유지할 수 있었다. 후반전에 공격 숫자를 늘리는 최 감독 특유의 ‘닥공’ 운영은 공수 균형을 신경쓴 뒤로 오히려 위력이 향상됐다.

수비라인을 조금 내리고 한결 수비적인 운영을 하는 측면도 있다. 같은 4-1-4-1이라도 전북은 원래 수비수들을 잔뜩 전진시켜 전방 압박에 큰 비중을 두는 팀이었다. 최근에는 수비진이 좀 더 후퇴해 안정적인 수비진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전북 진영으로 애매한 공이 투입됐을 경우에는 최 감독의 철학에 따라 물러나 지키기보다 과감하게 전진하며 사전에 끊는 수비를 한다.

수비수들의 줄부상으로 선수층이 급격히 얇아졌지만, 더블 스쿼드를 갖춘 팀답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스리백으로 전환하며 수비 숫자를 늘릴 수 있다. 제주를 상대할 때 김진수, 박원재, 홍정호에 장염에 걸린 이재성(수비수)까지 이탈한 상태였다. 최 감독은 스리백을 왼쪽부터 신형민, 최보경, 김민재로 구성했다. 좌우 윙백에 최철순, 이용을 배치했다. 벤치에는 수비수가 한 명도 없었지만 다행히 부상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으며 경기를 잘 마칠 수 있었다.

김민재와 최보경의 활약은 주목할 만하다. 김민재는 지난해보다 더욱 성장하며 어떤 멤버, 어떤 전술에서도 핵심 수비수로 활약하고 있다. 최보경은 입대하기 전인 2015년까지 수비형 미드필더로 더 많이 뛰었으나 아산무궁화에 다녀온 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센터백을 맡아 맹활약 중이다. 상대 선수에게 접근하는 속도가 느려 무리한 파울을 한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한결 수비라인을 내린 최근의 전북 수비전술에서는 최보경의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김민재의 배후 공간 커버, 스리백의 리베로 역할 등 최보경의 장점이 극대화됐다.

 

수비 전술을 완성한 건 21세 송범근

수비 전술의 완성은 송범근이었다. 신인 골키퍼 송범근은 시즌 초 홍정남, 황병근과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기용됐다. 세 골키퍼 모두 안정감을 찾지 못하자 최 감독은 한 명을 붙박이로 기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톈진전 4실점을 당하며 그때까지 최다실점 경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송범근의 잠재력을 살리기로 했다. 송범근은 서울전부터 최근 8경기에 모두 붙박이로 활약 중이다.

최 감독은 제주를 잡은 뒤 “송범근이 젊지만 안정적으로 해 주는 게 수비가 안정된 가장 큰 이유다. 초반에 골키퍼 불안과 수비수의 집중력 문제로 고생했다. 수비가 안정된 건 라인을 평소보다 내렸기 때문이다. 오늘도 공 소유는 상대 스리백에 주더라도 공 주위만 강하게 압박하자고 했다. 집중력이 높아졌고 한 골 승부에 능해졌다.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범근은 제주전을 마친 뒤 “ACL에서 긴장한 모습이 보인 적도 있었다. 그런데 몇 경기 지나니까 적응이 빨리 된 것 같다. 계속 무실점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우선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열심히 하다보니 무실점이 따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송범근도 최근 전북 전술의 덕을 본다며 “골키퍼 입장에서는 수비라인을 내리는 쪽이 더 편하다. 공격하다가 역습을 당하면 아주 위험하다”고 말했다.

톈진전에서 눈에 띌 정도로 몸이 굳어있었던 것과 달리, 송범근은 특유의 대범한 태도를 금새 되찾았다. 전북 수비에서 가장 활약이 좋은 선수는 21세 송범근과 22세 김민재다. 이들을 중심으로 30대 선배인 최철순, 이용 등이 힘껏 역량을 더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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