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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1st] ‘상습 퇴장’에 대한 제주의 대응, 처벌 아닌 민주주의
김정용 기자 | 승인 2018.04.24 18:11

[풋볼리스트=서귀포] 김정용 기자= 23일 조성환 제주유나이티드 감독과 클럽하우스에서 마주 앉았다. 첫 번째 대화 소재는 제주의 거듭된 퇴장이었다.

제주는 이번 시즌 기강 문제가 도마에 오른 대표적인 팀이다. K리그1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통틀어 13경기를 치르는 동안 퇴장이 4번이나 나왔다. 이 경기에서 1무 3패에 그쳤다. 가장 마지막 경기였던 22일 전북현대전에서도 이찬동이 퇴장을 당했다. 전북의 로페즈가 먼저 퇴장을 당했기 때문에 제주가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이찬동은 그리 위협적이지 않은 수비 상황에서 두 번째 경고를 받았고, 역전할 기회를 날렸다.

조 감독은 잃어버린 승점만큼 구단 이미지가 떨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제주는 지난해 우라와레즈를 상대로 무더기 퇴장을 당할 때 등 거친 플레이로 비판을 받은 전례가 있다. 일단 나쁜 이미지가 박힌 뒤로는 퇴장 기록만으로 ‘거친 구단’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 제주는 전북전에서 그리 거친 경기를 하지 않았다. 이찬동의 경고는 김신욱을 손으로 잡아채려 하다가 받은 것이지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포털 사이트의 댓글에는 제주의 과격함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조 감독은 사태가 점점 심각해진다고 느꼈다.

 

선수들이 먼저 대안 찾은 뒤 조 감독에게 건의하는 ‘대의제’

인터뷰 도중 주장 권순형이 노크를 하고 고개를 쑥 내밀었다. 조 감독이 양해를 구한 뒤 선수들에게 찾아갔다. 잠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 감독이 선수들에게 뭔가 의견을 전달하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주장 권순형, 전임 주장 오반석, 연령대별 대표자인 정다훤, 이창민, 김현욱이 쏟아져나왔다.

조 감독이 도입한 제주의 대의 민주주의 제도다. 이날 오전 선수들은 조 감독이 제시한 안건에 대해 먼저 미팅을 가졌다. 안건은 계속되는 퇴장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었다. 주장단은 가끔 “훈련 양을 줄여 달라”는 요구를 할 때도 있다. 감독에게 절대 복종해야 했던 과거 한국 스포츠 문화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조 감독은 선수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주장단을 돌려보낸 뒤 인터뷰 장소로 돌아온 조 감독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다. “사실 내 마음속에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선수들이 거의 똑같은 방안을 들고 왔다.” 조 감독이 선수들과 공유한 방향은 이렇다. 추후 불필요한 경고와 퇴장이 나올 경우 벌금, 사회봉사 등 일반적인 처벌을 내린다. 다만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재발방지 노력과 구단이미지 재고, 팬들에 대한 사죄 의미를 모두 담을 수 있도록 한다. 벌금을 모은다면 불우이웃 돕기 등 좋은 일에 쓰고, 사회봉사를 한다면 팬들과 만나는 시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한다.

이제 선수단이 만들어 온 재발방지 대책을 구단 회의를 거쳐 내부 규정으로 정착시키는 절차가 남았다. 조 감독은 선수들이 직접 생각해 낸 방안이고 내용도 좋으니 아마 받아들여질 거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스스로 답을 찾길 원한다”

최근의 퇴장 사태는 제주가 직면한 한 가지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때 제주는 대우를 떠나 선수들이 오래 머무르기 싫어하는 팀이었다. 서귀포에서의 생활이 지루하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2015년 지휘봉을 잡은 뒤 선수들에게 허물 없이 다가가는 방식으로 팀의 결속을 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심한 선수들을 점심 시간마다 삼삼오오 데리고 나가 밥을 사 주는 식으로 스킨십을 강화했다. 그러나 제주가 정신적으로 강인하지 못하다는 지적은 여전했다. 조 감독은 선수들에게 쓴 소리를 자제하는 편이다. 선수 중에서도 흔히 말하는 ‘군기반장’이 한 명도 없다.

조 감독에게 ‘더 쉬운 길이 있지 않냐’고 물었다. 퇴장 선수가 많이 나온다면 선수들을 윽박지르고 긴장시키는 것도 개선을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의 ‘헤어드라이기 처방’처럼 때론 화를 내는 모습이 필요할 수도 있는 것이 축구계다. 그러나 조 감독의 답은 달랐다.

“선수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길 원한다. 이번 일처럼 스스로 대안을 결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선수들은 성장할 것이다. 감독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내가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날 수도 있다. 설령 다른 감독을 만난 뒤일지라도 나와 함께 한 시간이 선수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중요하다.”

이날 만난 이창민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 팀이 퇴장을 줄이고 기복을 줄이는데 다른 요인은 필요치 않다. 선수 각자가 자신을 더 믿어야 한다.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감독님이 늘 요구하시는 것이다. 감독이나 코치가 윽박질러서 정신을 차리기보다 선수 각자가 더 강인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노력중이다.”

 

성장 중 찾아온 위기

제주는 조 감독 부임 이후 꾸준히 성장해 왔다. 조 감독 부임 전 3년간 제주의 순위는 5~9위 사이였다. 조 감독이 온 뒤로 2015년 6위, 2016년 3위, 2017년 2위로 점점 순위가 상승했다. 2017년 중반에는 진지하게 우승이 유력한 팀으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퇴장 등 돌발 변수를 통제하지 못하고 후반기에 무너졌다. 퇴장 문제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8라운드 현재 순위는 6위다. 아직 초반이라 K리그 순위에 큰 의미는 없지만 ACL에서 K리그팀 중 유일하게 탈락하며 시즌 목표 하나가 이미 꺾였다.

올해 초반은 유독 성장이 정체돼 있다. 조 감독은 효과가 빠른 처방보다 오래 걸리더라도 선수들의 내공을 키울 수 있는 방향을 선호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선수 구성이 매년 바뀌는 프로 세계에서 조 감독의 접근법이 옳다는 보장은 없다. 지난 3년 동안 효과를 본 조성환식 팀 운영은 올해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조 감독은 여전히 선수들에게 ‘너희를 신뢰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 한다. 신뢰가 곧 저력이 되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제주는 25일 포항스틸러스(원정), 28일 대구FC(원정), 5월 2일 강원FC(홈)를 상대하면 11개 상대팀과 모두 한 번씩 맞붙게 된다. 그때까지 2승 이상을 추가하는 것이 목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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