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카디스(스페인)] 류청 기자= “여기는 날씨가 참 좋아서 훈련하기 좋다. 내 방 번호를 알려줄 테니 뭐든 필요하면 꼭 연락해라.”

 

스페인 카디스 한 호텔에서 낯익은 이를 만났다. 카를로스 아르무아 전 한국 대표팀 피지컬 코치가 반갑게 말을 걸었다. 아르무아는 중국 슈퍼리그(CSL) 소속 텐진테다 피지컬 코치로 일하고 있고, 감독은 울리 슈틸리케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이 맡고 있다. 텐진은 카디스에서 지난 8일부터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슈틸리케는 지난해 6월 한국과 개운치 않게 헤어졌으나 몇 달 뒤 중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강등 위기에 있는 텐진이 슈틸리케에 손을 내밀었다. 슈틸리케는 한 차례 거절했으나 텐진이 재차 부탁하자 지휘봉을 잡았다. 첫 경기에서 1-5로 패하며 성난 팬들에게 둘러싸이기도 했지만, 슈틸리케는 이후 6경기를 5승 1패로 이끌며 팀을 잔류시켰다. 계약도 1년 연장했다.

 

슈틸리케는 팀을 뜯어고치는 과정에서 K리그에서 눈여겨봤던 조나탄을 선택했다. 큰 돈을 쓰지 않는 텐진이 수원삼성에 60억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조나탄을 데려온 이유다. 슈틸리케는 “조나탄은 빠르고 기술이 좋다. 활동 반경이 넓은데다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기에 내가 구단에 영입을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팀의 스타일을 바꾸기 위해 조나탄을 영입했다. 지난 시즌 스트라이커를 봤던 세네갈 출신 음바예 디아뉴도 잘 해줬다. 마지막 7경기에서 6골을 넣어줬다. 하지만, 디아뉴가 있으면 선수들이 긴패스에만 의존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최전방에서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는 조나탄을 선택했다.” (슈틸리케)

조나탄은 새팀에 적응하고 있다. 그는 “동료들이 ‘멘탈’이 좋은 것 같다. 운동을 열심히 한다. 내게도 정말 잘해준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감독이 전술적인 부분, 내게 바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체력을 끌어올리는 시기라서 그런 것 같다”라며 “대부분 하는 이야기는 ‘조나탄 굿’이런 것 들이다”라며 웃었다.

 

실제로 조나탄은 빠른 시간에 동료를 사로 잡았다. 훈련을 지켜본 톈진 구단 한 관계자는 “지난 시즌에는 자국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에 실망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조나탄이 와서 처음부터 좋은 기량을 보여주자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 같다. 분위기가 확실히 좋다”라고 말했다.

 

텐진은 올 시즌 나이지리아 출신 미켈 존 오비와 가나 대표 출신 프랭크 아챔퐁 그리고 조나탄으로 외국인 선수를 꾸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외국인 선수를 한 명 정도 더 영입할 계획이다.

 

한국을 떠난 외국인 감독과 외국인 선수가 다른 구단에서 함께 일하는 모습은 쉽게 보기 어렵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슈틸리케와 조나탄은 타지에서 서로를 도울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서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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