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황금공, 발롱도르(Ballon d’Or)는 전 세계 축구선수가 모두 갈망하는 대상이다. 가장 뛰어난 축구 선수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7일(현지시간) 62번째 발롱도르 시상식이 열린다. ‘풋볼리스트’는 가장 명예로운 시상식을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과거와 현재를 망라한 참고서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발롱도르를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선수들은 그만큼 자기애도 강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발롱도르 수상 자격이 있다는 걸 과시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역대 발롱도르 수상자 인터뷰 중 지금까지 눈길을 끌만한 발언을 모았다. 모든 인터뷰는 ‘프랑스 풋볼’이 발행한 오피셜북 ‘발롱도르, 세계 축구의 전설들’에서 발췌했다.

 

알프레도 디스테파노가 꼽은 발롱도르 베스트 5명은?

“레이몽 코파, 루이스 수아레스(1960년 수상자), 미셸 플라티니, 프란츠 베켄바워와 AC밀란의 네덜란드 공격수인 마르코 판바스턴을 꼽겠습니다. 그러나 에우제비우, 지아니 리베라, 요세프 마소푸스트, 레프 야신, 오마르 시보리도 위대한 선수였어요. 유일한 차이점은, 어떤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좋지 못한 시즌을 보냇고, 어떤 선수들은 현역 생활을 더 오래했다는 것뿐이죠.”

디스테파노는 자신을 제외하고 5명을 선정했다. 다른 질문에 답할 때 “내 생각에 난 최고의 클래스를 보여줬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함으로써 본인 역시 역대 최고 선수라는 생각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이 인터뷰엔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최근 등장한 선수가 없다. 2005년에 가진 인터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디스테파노는 메시와 호날두가 열심히 발롱도르 수집 경쟁을 벌이던 2014년 타계했다.

 

조지 베스트, VAR을 선구적으로 주장

“나는 아무런 룰도 바꿀 생각이 없지만 럭비나 미식축구처럼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있어요. 대부분의 경우 심판은 좋은 판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비디오 판독이 들어오면 경기에 드라마틱한 차원을 가미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1960년대 전성기를 이끈 베스트는 1968년 수상자였다. 1964년 데니스 로, 1966년 보비 찰턴에 이어 베스트까지 수상하면서 당시 맨유를 이끈 삼인방이 모두 수상했다. 베스트는 타계하기 약 5개월 전인 2005년 6월 가진 인터뷰에서 허세 없이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베스트는 인터뷰 말미에 VAR(비디오 판독) 도입을 선구적으로 제안했다. 축구계 곳곳에서 VAR이 일상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2017년에 보면 더 의미심장해 보이는 선견지명이다.

 

요한 크루이프, 위대한 선수 리스트는 나부터 시작된다

“발롱도르를 3회 수상했다면 이미 가장 위대한 선수들 축에 속하는 겁니다. 그게 다죠. 내가 첫 번째로 3회 수상을 했으니 이후로 두 번재 3회 수상자가 나오든 네 번째가 나오든 내 알 바는 아닙니다.”

크루이프는 최초로 발롱도르 3회 수상을 달성하며 축구계 최고 ‘레전드’임을 공인 받았다. 이후 미셸 플라티니, 판바스턴, 메시, 호날두가 3회 수상을 따라잡았다. 그러나 크루이프는 3회 수상을 위대한 선수의 기준으로 삼고 자신 외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특유의 자존심을 다시 드러냈다.

이 인터뷰는 2015년 이뤄졌다. 이후 호날두는 4회, 메시는 5회 수상을 기록하며 크루이프를 앞질렀다. 크루이프는 2016년 타계했다.

 

판바스턴, 부상만 아니었다면

“아마 한두 번 정도는 더 수상했을 것 같네요. 은퇴했을 당시엔 후회가 남았어요. 나는 더 이상 축구를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동료들의 플레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요.”

판바스턴은 당대 가장 뛰어난 선수로 지목되는 전설적인 스트라이커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 때문에 일찍 은퇴해야 했다. 1992년 세 번째 발롱도르를 수상한 판바스턴은 1993년 29세 나이에 마지막 경기를 치렀고, 회복을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 선수 생활을 마쳤다. 비교적 짧은 축구 인생에도 불구하고 3회 수상자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은 왜 판바스턴이 현재까지 ‘스트라이커의 교과서’로 칭송받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호날두, 메시와 같은 팀이었다면 내가 더 많이 수상했을 것

“내가 메시와 같은 팀에서 뛰었다면, 메시보다 발롱도르를 더 많이 수상했을 거에요.”

호날두는 가장 최근인 2016년 시상식에서 메시를 앞질러 수상했다. 이날 사회자가 메시와 같은 팀이었다면 어땠을 것 같냐고 짓궂은 질문을 던지자, 호날두는 메시가 위대한 선수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우위를 선언하며 자존심을 드러냈다. 호날두는 다가오는 2017년 시상식에서도 가장 수상이 유력한 인물로 꼽힌다.

 

메시, 네이마르를 차기 수상자로 지목

“네이마르는 발롱도르를 수상할 거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필요한 자질을 갖추고 있고 위대한 클래스를 가진 선수니까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테고 모든 게 그에게 달려 있어요.”

메시가 사상 첫 5회 수상자로 결정된 2016년 1월 가진 인터뷰다. 당시 네이마르는 팀 동료였지만, 2017년 시상식을 앞둔 지금은 큰 파문을 남기며 파리생제르맹으로 이적했다. 메시는 경기장 밖에서 늘 조용하게 지내는 성격대로 인터뷰에서도 겸손하고 정석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라이벌 호날두에 대한 질문이 던져질 때도 “우린 언제나 서로를 대단히 존중하고, 항상 서로에게 경탄한다” “내 아들이 호날두의 팬이 되어도 문제될 건 없다”며 깔끔한 대답을 했다. 다만 네이마르에 대한 이야기는 팀이 달라진 지금 볼 때 묘한 여운을 남긴다.

정리=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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