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야 아름답다. 아무리 시작이 좋아도 끝이 좋지 못하면 좋은 평가를 들을 수 없다. 다른 직업과 많은 부분이 다른 감독은 더 그렇다. 감독은 정해진 임기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떠나야 할 때 떠나지 않았다는 것은 현실감각이 떨어진다는 것과 같다. 떠나야할 때를 몰랐던, 끝이 매우 좋지 않았던 감독을 모아봤다. 

 

# 울리 슈틸리케

한국은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월드컵이 끝난 후 홍명보 감독이 자진 사퇴하고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위스 대표팀 감독, 독일 대표팀 수석코치, FC시옹(스위스)을 비롯해 중동 클럽 감독을 맡으며 눈에 띌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독일 국가대표팀과 스페인 레알마드리드에서 활약한 레전드 출신으로 월드컵 예선을 지휘한 경험이 있고, 바로 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것”이라며 배수의 진을 치고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 재임기간: 2년 9개월, 한국 역사상 최장수 대표팀 감독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9월부터 2017년 6월까지 2년 9개월간 한국 대표팀을 맡았다. 역대 감독들 중 최장기간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을 이끌고 39경기를 치르는 동안 27승 5무 7패의 성적으로 승률 69%를 올렸다. ‘2015 호주아시안컵’ 준우승,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무실점 전승 등의 성과도 냈다.

 

# 역대 2번째 중국전 패배, 도하 참사

슈틸리케호는 2016년 9월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돌입 전까지 순항했다. 스페인을 제외하곤 상대적 약체인 아시아팀과 경기한 영향이 컸다. 한국은 홈에서 중국을 상대로 3-2로 간신히 승리를 거두며 최종예선을 시작했다. 이후 원정으로 치른 경기에서 연이어 승전보를 전하지 못하며 위기를 겪었다. 시리아를 상대로는 무득점 무승부를 거뒀고, 이란 테헤란에서 치른 경기에서는 유효슈팅 하나 날리지 못하고 이란에 0-1로 패했다.

올 3월 중국 창사에서 중국과 한 경기에서는 0-1로 패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중국에 당한 두 번째 패배였다. 대표팀은 답답한 경기력으로 일관했고 슈틸리케 감독은 여론의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시리아전 승리로 분위기를 반전하는가 싶더니 이라크 원정에서 무득점 무승부에 그쳤다. 올 6월에는 카타르 도하에서 카타르에 33년 만에 패하며 월드컵 예선 탈락 위기에 직면했다. 도하 참사 이후 슈틸리케 감독은 결국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엔 소리아 같은 선수가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6년 10월 이란과 한 경기에서 패한 후 “한국엔 소리아 같은 선수가 없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하며 공분을 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 패배의 원인으로 공격의 문제를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세바스티안 소리아는 카타르 공격수로 한국전에서 골을 넣은 선수다. 슈틸리케 감독은 뒤늦게 선수들의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식을 줄 몰랐다.

슈틸리케 감독 경질 직전에는 선수들도 그에게 등을 돌렸다. 대표팀 주장 기성용은 지난 6월 카타르전 패배 후 “감독이 결과에 책임지는 건 축구에서 당연한 일”이라며 슈틸리케 감독을 두둔하지 않았다. 당시 기성용은 “감독 거취에 대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축구협회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며 슈틸리케 감독 경질을 예감한 듯한 발언을 했다.

# 안에서 나오던 실언은 밖에서도 계속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떠난 뒤 지난달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의 월드컵 예선 부진이 자기 탓이 아니라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며 국내 축구팬들을 더 화나게 했다. 그는 대표팀의 부진이 계속 될 때도 “점유율에서는 우리가 상대에 앞섰다”, “아직 한국은 2위에 올라있다” 등의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슈틸리케 감독은 “히딩크 감독이 와도 대표팀 경기력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시작으로 한국은 로드맵과 목표, 비전, 인내심이 모두 없다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한국은 아직도 2002년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시절은 지났고 현실을 봐야 한다.”

“한국은 공격수가 없다. 이동국이 뛴다고 들었다. 그는 38세다. 그게 한국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승률이 70%였으니 (스스로에게) 7점을 주고 싶다. 하지만 한국에서 7점은 부족하다. 10점을 받아야 만족한다. 한국은 실패에 관대하지 못하다.”

 

# 총평 : 점유율과 통계를 축구의 전부로 생각하고 있다. 

 

글= 김완주 기자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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