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인턴기자= “네 남자친구는 네가 여기 있는 거 알고 있냐?”

올 시즌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로 승격한 브라이튼앤호브알비온(이하 브라이튼) 팬들이 자주 들었던 동성애 혐오 구호다. 브라이튼 팬들은 지난 2013년 영국축구협회(FA)에 상대 팀에게 들은 혐오 발언들을 모아 제출하기도 했다. 브라이튼은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LGBT)가 많이 사는 도시다. 브라이튼 팬을 향한 야유에 동성애 혐오 발언이 섞이는 경우가 많다.

일부 팬들은 “게이들로 가득 찬 동네에서 온 너흰 에이즈로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라고 브라이튼 팬들을 조롱하기도 한다. 상대 서포터즈들의 발언이 너무 거칠어 'BBC'에선 현장음을 끄고 경기 중계를 했을 정도다. 브라이튼의 서포터인 리즈 코스타는 BBC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20년 넘게 동성애 혐오와 싸워왔다. 하지만 경찰들마저 이런 조롱을 가벼운 농담으로 웃어 넘긴다”며 아쉬워 했다.

축구장에서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브라이튼 서포터즈들은 지역 경찰당국과 함께 동성애 혐오 문제에 대한 포스터를 만들어 경기장 주변에 배포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동성애 차별 금지 캠페인을 벌였다.

아스널 팬들은 2013년 ‘게이 거너스’라는 서포터즈 소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영국에서 조직된 첫 번째 LGBT 팬클럽이다. 최근에는 리즈유나이티드와 퀸즈파크레인저스도 LGBT 팬클럽을 만들어 92개의 프로축구팀 중 30개 클럽이 LGBT 팬클럽을 갖게 됐다.

‘게이 거너스’는 에미레이츠스타디움(아스널의 홈구장)에 무지개색 현수막을 내건다. 이 현수막을 건 뒤로 많은 사람들이 팬클럽에 가입했다. ‘게이 거너스’의 회장인 데이브 라벨은 “우리가 내건 현수막은 홈 팬들은 물론이고, 원정팬과 원정 선수단에게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게이 거너스’는 축구장 분위기를 바꿨다. 아스널 구단은 매치 프로그램 책자와 티켓에 차별 반대 문구를 넣었다. 브라이튼과 아스널이 경기를 해도 동성애 혐오 발언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아스널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토트넘홋스퍼 팬들도 동성애 축구팬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행동에는 뜻을 같이 한다. 이제는 많은 구단과 팬들이 ‘축구장에선 누구든지 환영 받을 수 있다’며 동성애 차별 반대 운동을 한다. 경기장에 대기 중인 경찰들도 동성애 혐오발언이 나오면 즉시 조치한다.

‘BBC 라디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8%의 축구팬들은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커밍 아웃을 하면 응원을 그만 두겠다고 답한다고 한다. 그러나 LGBT 팬클럽과 구단들의 노력으로 축구장에서의 동성애 혐오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성 정체성을 대하는 축구의 태도는 안팎에서 달라지고 있다.

축구장에서 동성애와 맞서 싸워온 사람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20~30년 전 인종차별에 반대하던 사람들이 걷던 길을 똑같이 걷고 있다. 조금 빨리 원하는 길로 오긴 했지만 우린 계속 동성애 혐오와 싸울 것이다”라며 동성애 차별 반대 운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프리미어리그 포스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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