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번 여름 이적시장은 유독 시끄럽다. 선수들은 잠자코 팬과 구단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다.

서서히 갈등이 깊어지다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가 첼시와 디에구 코스타다. 코스타는 지난 1월 중국 이적을 추진하다 한 차례, 이번 여름 아틀레티코마드리드 이적을 원하며 두 번째 갈등을 겪고 있다. 이번 갈등은 심각하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에게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코스타는 고향 브라질에 머무르며 아틀레티코로 보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첼시는 이적 협상이 원만하지 않은만큼 일단 선수단으로 복귀해 의무를 다하라는 입장이지만, 코스타는 극단적인 경우 브라질에서 1년간 머무르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경한 파업 선언이다.

계약 당사자간의 합의를 포기한 코스타는 ‘법대로 하자’는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코스타의 법무 대리인인 리카르도 카르도소는 “가능한 법적 수단을 모두 강구해 코스타의 아틀레티코 이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틀레티코는 영입 금지 징계 때문에 내년 1월에야 코스타를 영입할 수 있다. 이적료 협상, 코스타와 첼시의 관계, 아틀레티코의 사정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잠적과 파업을 통해 원하는 팀으로 가겠다고 고집하는 선수들도 있다. 바르셀로나가 네이마르(파리생제르맹)의 대체자로 노리는 우스만 뎀벨레(도르트문트)와 필리페 쿠티뉴(리버풀)는 각 소속팀에 이적을 요청한 뒤 선수단에서 사라졌다.

뎀벨레는 바르셀로나 이적설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11일(한국시간) 팀 훈련에 무단 불참, 잠적했다. 도르트문트 측은 뎀벨레가 사전 통보 없이 불참했다며 자체 징계를 내린다고 공지했다. 이후 뎀벨레는 도르트문트 훈련에서 이탈했다. 동료 수비수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는 “우스만은 좋은 친구지만 팀보다 큰 선수는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도 되는 건 아니다.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도 떠날 수 있었지만 프로페셔널하게 모든 훈련, 모든 경기를 소화하지 않았냐”고 비판했다.

쿠티뉴 역시 리버풀 훈련에 불참했다. 쿠티뉴는 이적시장 초반부터 바르셀로나의 영입 대상으로 거론돼 왔다. 리버풀이 홈페이지를 통해 쿠티뉴를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하자마자 쿠티뉴가 공식 이적 요청서를 제출하며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기 시작했다. 쿠티뉴는 훈련에 불참했고, 리버풀이 지금까지 치른 두 차례 공식전 명단에서도 제외된 상태다.

피오렌티나 소속 공격수 니콜라 칼리니치는 여름 내내 AC밀란 이적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고, 마침내 밀란행이 임박했다. 구단끼리 이적료에 대한 약간의 이견만 해결하면 칼리니치 이적이 확정 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칼리니치는 성급하게 피오렌티나 훈련에서 빠졌다. 이적이 성사되길 강력하게 바란다는 의사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피오렌티나는 공식 성명을 통해 “칼리니치가 아무런 이유를 밝히지 않고 아침 훈련에 불참했다. 규정을 어겼으므로 이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칼리니치, 오바메양, 코스타는 모두 밀란이 영입하려 시도한 선수들이기도 하다.

라치오의 윙어 케이타 발데는 구단과 진실공방 중이다. 케이타는 라치오를 떠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로 거론돼 왔지만, 최근까지 구체적인 이적 정황은 없었다. 케이타가 시즌 첫 공식전 라인업에서 배제되자 에이전트가 언론 인터뷰를 갖고 “케이타는 구단의 처사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타는 라치오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에 속하고 운영진도 이를 인정하지만, 막상 받아본 계약 조건과 구단의 협상 태도는 선수의 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토트넘홋스퍼, 리버풀, 유벤투스 등 케이타를 주시하는 팀들은 최근 불거진 소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수는 계약서상 을이지만, 스타 선수들은 이적 시장에서 갑에 가까운 힘을 휘두르고 싶어 한다. 이적 절차는 구단끼리 협상이 먼저 진행된 뒤 선수 협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새 구단과 선수가 먼저 접촉하는 건 이미 관례로 굳어졌다. 최근 선수들은 오히려 자신을 영입할 팀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현 소속팀이 자신을 보낼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려는 노력을 펼치기도 한다. 네이마르도 수 개월 전부터 파리생제르맹에 먼저 영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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