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제주유나이티드는 K리그에서 가장 화려한 패스플레이로 선두를 달리는 팀이다. 그러나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롱 패스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으로 어떻게든 버티는 것이 최선이었다.

레프트백 정운과 중앙 미드필더 권순형이 부상으로, 이창민이 징계로 동시에 빠지며 전력 타격이 생겼다. 선수층을 충분히 구축해 둔 제주는 중앙 미드필더를 한 명 줄이는 3-4-2-1 포메이션으로 전환하고 이찬동과 문상윤을 중앙에 세워 외견상 공백 없는 라인업을 꾸렸다. 조성환 감독도 경기 전에는 “불안감은 없다. 이럴 때 권순형, 이창민도 쉬어줘야 다른 선수들도 뛸 것 아닌가”라며 여유를 부렸다.

그러나 경기장에서는 제주 특유의 플레이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후반 중반에 문상윤을 교체 아웃시키면서 투입할 미드필더가 없어진 제주는 수비수 알렉스와 공격수 마르셀로 중 누굴 중원에 세울지 정해야 했다. 결국 조 감독은 마르셀로를 택했고, 마르셀로는 공격 전개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었지만 수비할 때 어설픈 동작으로 위험 지역에서 파울을 내주기도 했다.

경기 후 조 감독은 “권순형과 이창민이 없는 자리가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문상윤도 경기 출장이 많지 않은 가운데서 열심히 잘 해 줬지만 그런 부분이 아쉽다”며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걸 인정했다. 부상으로 제주 특유의 플레이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한동안 무승 징크스가 있던 서울 원정을 떠났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맞은 진지한 위기였지만 무실점 무승부로 승점 1점을 챙겼다. 5경기에서 단 1실점만 허용하는 수비력을 바탕으로 3승 2무로 무패 행진을 달렸다. 순위는 여전히 1위다. 

경기 후 만난 안현범은 서울에 밀리면서도 무실점 승리를 유지한 원동력을 정신력이라고 했다. “정신력으로 버텼던 것 같다. 최소실점을 하고 있는데, 우리 스리백은 위기가 와도 고비를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본업이 수비니까 수비에 집중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공격과 윙백을 오가며 뛰는 안현범은 이날 정운의 대체자로 윙백을 소화했다. 후반 8분 장거리 크로스를 받아 밀어 넣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 처리됐는데, 바로 전 멘디의 헤딩이 공에 닿지 않았다면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간 공의 궤적은 애매했다. 안현범은 강하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득점이 인정되지 않을 걸 아쉬워한 안현범은 “골 장면에서 나는 분명 오프사이드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노골 처리돼서 아쉽고, 경기 내내 그 생각이 났다”고 했다. 대신 “선수들이 많이 부상당했고, 그래서 백업 멤버들이 많이 뛰었는데 부족함 없이 너무 잘 해 줘서 0-0이란 스코어가 나왔다. 다음에 서울이 저희 홈에 왔을 때 승리하면 되니까 문제는 없다”는 점에서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제주 경기력이 평소보다 떨어진 이유로 안현범도 주전 미드필더들의 공백을 들었다. “권순형이나 이창민 선수가 조율하고 주고받는 역할을 잘 해줬다. 처음 맞춰보는 선수들이 미드필드진을 구성해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선수들이 부족한 게 아니라 조직력이나 경기 감각의 문제일 테니까 (앞으로는) 충분히 자신감 있게 공을 받아주고 자신감 있게 넣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제주는 이날 결장한 이창민까지 합류한 전력으로 11일 애들레이드유나이티드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홈 경기를 치른다. 안현범은 “우리 팀에 별 문제는 없다. 팀 훈련이 늘 즐겁다. 18명 안에 못 드는 선수들도 다 같이 으쌰으쌰 하고 있다. (오)반석이 형, (조)용형이 형부터 다들 화이팅 하니까 나같이 어린 선수들도 많이 배우고 열심히 하고 있다”며 제주의 좋은 분위기가 선두 질주의 가장 큰 동력이라고 이야기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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