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올해 K리그 최고로 기억될 ‘팀 골’이 3라운드에서 나왔다.

19일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라운드에서 원터치 패스 여섯 번 끝에 나온 상주상무 신진호의 골이다. 울산문수구장에서 울산현대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던 상주는 이 한 골로 승부의 흐름을 뒤집고 1-0 승리를 거뒀다.

피구 만화 속 '오복성 패스' 같은 정확한 팀 플레이가 발에서 발로 연결됐다. 모든 패스가 원터치 플레이였다. 전반 39분 김호남의 오른쪽 코너킥에서 명장면이 시작됐다. 김호남은 울산 문전 쪽으로 숏 패스를 했다. 공을 받으러 나온 공격수 주민규가 김호남에게 패스를 돌려줬다. 김호남은 뒤에 있던 윤동민에게 백 패스를 했다. 윤동민이 중앙에 있던 김성준에게 공을 보냈다. 김성준은 감각적인 원터치 스루 패스를 오른쪽으로 보냈고, 측면을 떠나 중앙으로 슬금슬금 침투하던 김호남에게 공이 정확히 연결됐다. 김호남이 넘어지면서 문전으로 낮은 크로스를 보내자 신진호가 왼발을 대 마무리했다.

코너킥부터 득점까지 걸린 시간은 약 8초, 상주의 모든 패스는 원터치 패스였으므로 볼 터치는 킥괴 슈팅을 포함해 7회, 관여한 선수는 5명이었다. 일명 ‘군인타카’다. 김태완 상주 감독에게 명장면을 만든 비결을 물었다.

 

"백패스가 아니라 주민규 쪽으로 먼저 패스를 보내고 시작한 건 상대를 교란하기 위한 과정이다. 앞에 몰려 있는 수비수들을 뒤로 끌어내면서 흔들었다가 다시 끌고 들어가며 틈을 만드는 거다. 주민규가 나와서 받은 뒤 다시 들어가며 상대를 흔들고 끌고 들어간다. 그 다음 뒤에서 패스가 순환하는 동안 김호남이 시야 밖에 있다가 침투한다. 상대 수비수들이 끌려나와 있는 사이로 김호남이 침투해야 한다.

연습 땐 잘 되지 않던 플레이다. 4명이 주도해서 작업해야 되는데 어느 위치에 세워야 하는지 경기 당일까지 확정하지 못했다. 결국 경기를 앞두고 최종 위치를 정했다. 훈련에서도 잘 되지 않은 플레이가 실전에선 의도대로 딱 맞아떨어졌다. 김호남이 넘어지면서 올리는 크로스, 신진호의 마무리가 마지막에 잘 맞아떨어졌다.

약속된 세트 플레이는 연기가 필요하다. 나오는 척 하면서 들어가고, 들어가는 척 하면서 나오는 건 일종의 몸으로 하는 연기다. 그래야 상대를 끌어낼 수 있고, 동료가 공을 받도록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다. 다들 연기를 잘 해 줬다. 상대를 끌어내는 게 축구에서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다. 일단 좋은 연기로 끌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그 공간으로 들어가려고 미리 준비하고 있으니까 상대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정경호 코치가 이런 디테일을 많이 신경 쓴다. 코치들이 다테일하게 잘 준비해 줬다. 사실 전남전에서도 프리킥에서 약속된 플레이를 한 게 있었다. 세트피스는 매 경기마다 하나씩 준비해서 나가려고 한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이런 플레이를 하는 건 아니다. 처음부터 약속된 플레이에 집착하면 상대가 대비하니까 거꾸로 그냥 올려서 허를 찌르기도 하고, 방심시켜 놓고 시도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할 생각이다.

경기 전체적으로 보면 의도한 대로 풀리지 않았다. 앞선 전남전에서 미드필드 플레이가 좋았다고 생각해서 그 멤버들에 주장 김성준을 섞어서 내보냈는데 우리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잘 한 건 세트피스 하나뿐인데 그 덕분에 이겼다. 신진호의 상태(전반 36분 교체 투입, 후반 10분 아웃)는 괜찮다. 부상 직후 사물이 2개로 보인다고 해서 당장 뺐는데, 검사 결과 큰 이상은 없는 것 같다."

 

A매치 휴식기를 맞은 선수들은 3박 4일 일정으로 휴가를 받았다. 개막전은 패배했지만 이후 2연승을 달리며 기분 좋게 휴식기를 맞을 수 있게 됐다.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도 재충전할 여유를 갖게 됐다. 다음 휴식기가 오는 6월까지 또 쉴 틈 없이 달려야 한다. “3, 4월은 잘 버티기만 할 생각이었다”는 김 감독은 기대보다 좋은 성적으로 4월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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