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순위표 차이가 맞대결에서의 우세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3연승에 도전하던 전북현대는 첫 승을 올리지 못한 인천유나이티드와 득점 없이 비겼다. 강등 위기를 겪은 지난 2016시즌에도 전북과 두 차례 비겼고, 2015시즌에도 1승 1무 1패로 호각을 이룬 인천은 전북을 상대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 온 팀이다.

양 팀의 초반 기세는 판이했지만, 맞대결에서 흐름이 뒤집힌 이유는 전술적 상성에 있었다. 올 시즌 전북의 전력 보강 포인트는 국가대표급 좌우 풀백이다. 실제로 전북의 새로운 좌우 풀백은 3월 중국-시리아와 A매치에 나설 국가대표팀에 소집됐다. 

일본과 독일을 거쳐 K리그에 처음 입성한 레프트백 김진수, 울산현대에서 전성시대를 열며 ‘2014 브라질월드컵’에 참가했던 라이트백 이용이 새 시즌 전술의 중심이다. 전북은 공격력이 출중한 두 풀백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올시즌 스리백 수비를 가동하고 있다. 세 명의 중앙 수비수가 배후를 지키고, 좌우 풀백이 측면 공격에 주력하며 세 명의 공격수를 직접 지원한다.

전북은 인천과 경기에 최철순 이재성 김민재를 스리백으로 두고 김진수 이용을 좌우 측면에, 정혁 김보경 신형민을 중앙에 배치했다. 에두 김신욱이 투톱으로 나섰는데, 공격시 김보경이 전진해 3-4-3 형태를 취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김보경은 2선에서 공격했고, 힘과 높이, 마무리를 겸비한 투톱을 향해 얼리 크로스로 효율적인 방식의 공격 시도가 이뤄졌다.

전북이 중원을 거치지 않고 문전을 직격한 이유 중 하나는 중원 빌드업의 핵심인 ‘미드필더’ 이재성이 부상으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천이 보호자를 둔 포백, 실질적인 5백 수비로 페널티 에어리어 근방의 공간을 메워 공간을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날카로운 크로스 패스를 활용했다.

전북의 계획은 통하지 않았다. 인천의 좌우 풀백 김대경과 박종진은 본래 측면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는 공격력을 갖춘 선수들이나, 수비 상황에서 위치 선정과 집중력이 좋았다. 무엇보다 이날 주장 완장을 차고 공이 빠질 법한 길목을 부지런히 차단한 이윤표의 수비가 눈부셨다. 

인천은 수비형 미드필더 김경민이 포백 앞을 지키며 수비 상황에서 충분한 숫자를 갖췄다. 문전 지역에 빈틈을 주지 않았다. 역습 과정에는 장신의 달리 대신 기민한 웨슬리를 원톱으로 두고, 커트인에 이은 슈팅력이 좋은 김용환, 빠른 스피드를 갖춘 송시우를 좌우에 배치해 효율적인 역습을 펼쳤다.  

실제로 이 세 명의 공격수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슈팅 기회를 포착했다. 전북의 두 풀백 뒷 공간, 공격적인 스리백 축구의 허점을 노렸다. 전반 8분 만에 교체 투입되어 데뷔전을 치른 문선민은 이들 공격을 지원하는 윤활유 역할을 했다. 수비시엔 5백으로 숫자를 확보하고, 공격 시에도 최소 5명이 가담할 수 있는 4-1-4-1이 효과적으로 가동됐다.

문선민은 인천의 시즌 첫 승이자 전북의 첫 패로 이어질 수 있는 페널티킥을 얻기도 했으나 웨슬리가 정면으로 찬 슈팅을 전북 골키퍼 홍정남이 선방해 무산됐다. 인천은 후반전에 부노자를 투입해 고공 수비력을 강화했고, 마지막 교체 카드로는 김진야를 투입해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기형 감독은 철저한 계획으로 전북을 잡을 뻔했다. 0-0 무승부로 3연승을 놓친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인천이 더 아쉬웠을 경기”라고 말했고, 이는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인천은 리그 개막 후 3경기 째 승리가 없지만, 첫 승이 머지않은 기운이다. A매치 휴식기로 상승 흐름이 끊긴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인천은 4월 1일 수원삼성과 홈 경기로 리그 4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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