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성남] 김정용 기자= 탄천 종합운동장에 깃발전쟁은 없다. 시즌 초 공격력에 공백이 생긴 두 팀의 대결에서 수원FC의 끈기가 승리했다. 성남FC는 지난 시즌부터 시작된 빈공을 여전히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3라운드를 치른 수원FC가 성남에 1-0 승리를 거뒀다. 수원은 3전 전승으로 선두권을 유지했다. 반면 성남은 1무 2패에 그치며 하위권으로 시즌을 시작하고 있다.

지난 시즌 이재명 성남시장과 염태영 수원시장은 승리하는 팀의 구단기를 상대 홈 구장에 계양하자는 자존심 내기를 벌여 화제를 모았다. 일명 ‘깃발전쟁’은 시도민구단의 구단주가 흥행을 주도하는 드문 사례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공교롭게 두 팀이 모두 강등되며 올해도 맞대결을 벌이게 됐지만, 깃발전쟁은 사라졌다. 어느 쪽도 경기 전 서로를 적극적으로 도발하지 않았다. 지난해 깃발전쟁을 주도한 성남 측은 최근 부진 등 시끄러운 장외 이벤트를 유지할 상황이 아니었다. 승리할 경우 깃발전쟁을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로 두 팀의 라이벌 관계를 유지시킨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결과는 성남의 패배였다.

 

공격 약한 두 팀, 1분만에 갈린 승부

승부는 시작 직후 갈렸다. 미드필더 장은규가 김동준 골키퍼에게 공을 받고 머뭇거릴 때 서상민이 재빨리 달려들어 공을 빼앗아냈다. 김동준이 수비하러 튀어나가 봤지만 타이밍 싸움에서 이긴 서상민이 김동준 옆으로 굴러가는 슛을 통해 골망을 갈랐다. 고개 숙인 장은규에게 이지민 등 동료들이 다가와 격려를 했고, 경기는 수원이 한 점 앞선 채 다시 킥오프됐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바둑에서 1점을 깔고 시작하듯, 이후 진행된 90여분 동안 어느 쪽도 골을 넣지 못한 경기에서 수원이 승리했다. 남은 시간 동안 근소하게나마 우위를 점한 쪽은 성남이었다. 왼쪽 윙어로 출장한 유망주 심제혁의 패기 넘치는 돌파가 가장 위협적인 공격 루트였다. 전반 25분, 오버래핑한 수비수 이지민이 황의조와 협력해 득점 기회를 만들었으나 골대 바로 앞에서 공을 왼발에 가져다놓으려다 달려온 수비에게 공을 빼앗겼다.

하프타임부터 양쪽 벤치가 바빴다. 수원은 공격수들의 컨디션 난조와 22세 선수 기용 때문에 신인 모재현을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투입했고,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브루스가 모재현을 대신했다. 프로 2년차 윙어 윤태수는 백성동으로 바뀌었다. 기량만 보면 붙박이 주전이어야 할 브루스와 백성동 모두 온전한 컨디션은 아니었다. 백성동이 몇 번 번뜩이는 플레이를 했으나 경기 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성남은 후반전 들어 이창훈, 김두현, 심제혁을 차례로 빼고 파울로, 비도시치, 박성호를 투입해 공격을 강화하려 했다. 몇 차례 득점에 가까운 상황도 있었으나 결정적인 패스를 슈팅으로 만들지 못하는 고질병이 여전했다. 지난해 막판 정규리그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10경기 무승(4무 6패)에 그쳤던 성남은 이번 시즌까지 13경기째 무승을 이어가고 있다. 개막 전 각팀 선수들이 ‘득점왕 영순위’로 지목했던 황의조는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세 차례 슛을 시도했으나 골에 근접한 상황은 없었다.

 

수원FC는 아파도 이기고, 성남은 아프면 진다

양쪽 모두 공격진의 컨디션 문제로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수원은 매 경기 이겼고, 성남은 이기지 못했다. 차이는 수비력과 경기 운영에서 왔다. 수원은 지난 시즌부터 활약한 블라단과 레이어가 중앙 수비를 잘 지키고, 그 앞에 전북현대 출신 정훈을 배치해 실점 위험 지역을 잘 틀어막았다. 조 감독은 “블라단, 레이어, 정훈이 중앙 수비를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양쪽 사이드가 약한데 그걸 중앙에서 커버해 준다”고 말했다. 블라단과 레이어는 황의조가 후방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계속 만들어냈다.

정훈과 함께 이날 득점한 서상민, 윙어 이승현도 전북 출신이다. 클래식에서 트로피를 들어 본 선수들은 수원에 ‘위닝 멘털리티’를 더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시즌 받은 징계가 끝난 공격수 서동현, 2선 공격 자원 송수영도 경기 투입을 기다리고 있다. 공격력이 강해지는 중이다.

위닝 멘털리티는 성남이 갖지 못한 장점이다. 박경훈 성남 감독은 “선수들의 우승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 황의조는 본인이 득점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여유를 찾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수원의 전방압박을 의식해 경기 초반 롱 패스를 시도하라고 주문했지만 오히려 짧은 패스로 빌드업을 하다가 실점을 당했다. 감독이 원한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고 있다.

개막 전부터 나란히 우승후보로 꼽혔던 두 팀의 사정은 단 3경기 만에 갈라졌다. 3라운드에 불과한 현재 승점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우승을 목표로 하는 성남으로선 이야기가 다르다. 박 감독도 “벌써 상대가 승점 9점을 딸 때 우리는 1점밖에 못 땄다”며 1위권과의 승점차를 의식하고 있었다.

성남은 일단 승리가 급하다. 다음 홈 경기는 29일 열리는 FA컵이고, 상대는 공교롭게도 다시 한 번 수원FC다. 박 감독은 “당연히 FA컵에서 최상의 경기를 해야 한다. 부상에서 회복된 선수들이 그 시점이 되면 뛸 수 있다. 매 경기 승리를 통해 선수들의 자신감을 찾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 경기에서 복귀한 비도시치, 실전 투입을 앞두고 있는 네코에게 기대를 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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