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4.22 월 01:38
상단여백
HOME 축구기사 국내축구 K리그
두개골 골절 477일, 헤드기어 쓰고 K리그 복귀했다
김정용 기자 | 승인 2017.03.15 16:06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헤드기어를 쓴 필드 플레이어가 K리그에 등장했다. 서울이랜드FC 미드필더 최치원은 재작년에 두개골이 쪼개지는 부상을 당했고, 충분한 회복 기간을 거쳐 그라운드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보호장구가 필요하다.

최치원은 12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챌린지 2라운드 경남FC전에서 후반 11분 교체 투입됐다. 얼굴을 제외한 머리 전체를 보호하는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있었다. 서울이랜드는 헤드기어 착용이 가능한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확인했고, 경기 전 감독관에게 보호 장비 현황을 확인 받았다.

헤드기어를 쓴 선수는 K리그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2014년 부산아이파크 소속 이원영(현 파타야)이 헤드기어를 쓰고 경기한 걸로 기록돼 있지만 실제론 압박붕대 정도의 역할을 하는 장비에 가까웠다. 해외에선 페트르 체흐(아스널), 크리스티안 키부(은퇴, 전 인테르밀란)가 헤드기어로 유명하다. 둘 다 두개골 부상 이후 보호를 위해 택한 방법이었다.

마스크를 쓰는 선수는 흔하지만 대부분 안면이나 코뼈가 완치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착용했을 뿐이다. 한 가지 보호 장구를 지속적으로 쓴 예는 드물게 발견된다. 제주유나이티드의 배재우는 2015년 앞니 부상 이후 경기에 나갈 때마다 마우스피스를 착용한다.

 

이마부터 정수리까지 갈라진 두개골

부상은 2015년 11월 22일, K리그 챌린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최치원을 찾아왔다. 강원FC 원정 경기 전반 36분, 높은 공을 향해 반대쪽에서 전속력으로 달려든 최치원과 한석종의 머리가 부딪쳤다. 최치원은 부상 직후 벌떡 일어났지만 이마에서 피가 콸콸 솟는 걸 알고 다시 누웠다. 코에서도 피가 흘렀다. 다친 부위가 아니라 코에서 피가 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할 경황도 없었다. 최치원은 “세게 받혀서 위험한 상황이라고 하시기에 그런가보다 생각했다”고만 기억하고 있다.

두개골 사진에 두 줄로 간 금이 보였다. 하나는 이마부터 정수리까지 길게 두개골이 갈라졌다는 뜻이었고, 두 번째 금은 조금 다 짧았다. 머리뼈가 완전히 갈라져 공기방울이 들어갔다는 것이 최치원의 기억이다. 피를 많이 흘렸기 때문에 두개골 안에 고여서 굳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했다. 공기가 빠지고 머리가 붙길 기다렸다. 이듬해 4월경 머리뼈가 다 붙었다는 판정을 받았다. 최치원은 일단 헤드기어를 쓰고 서울이랜드 훈련에 복귀했다.

두 번째 부상은 치골 피로골절이었다. 원래 통증을 달고 살던 부위였는데 머리 부상으로 쉬었던 운동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부상이 커졌다. 2016년 후반기에 합류했지만 컨디션 난조 속에서 결국 공식전 없이 시즌을 마쳐야 했다.

머리 부상을 당한 날은 프로 선수로서 성공적으로 적응해가던 시기였다. 연세대 시절 청소년 대표로 선발됐던 최치원은 2015년 전북현대 신인으로 입단했고 반년 뒤 서울이랜드에 입단했다. 프로 데뷔골을 기록하며 어엿한 1군 선수로 자리잡아가던 최치원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인 강원전에서도 도움을 기록하며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었다. 프로 첫 도움을 기록한 경기에서 당한 부상이었다.

 

트라우마와 싸운다

지난해부터 훈련장에서 헤드기어를 썼다. “공중볼을 향해서 붕 뜨면 그때 상황이 생각난다. 그래도 뜨긴 뜬다. 괜찮다”는 말엔 충돌 당시에 대한 트라우마가 담겨 있다. 의료적으론 부상이 완치됐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머리 부상은 다른 부위보다 뇌리에 깊이 각인된다. 키부는 은퇴할 때까지 약 4년 동안 헤드기어를 썼고, 체흐는 부상 이후 10년이 넘도록 계속 헤드기어를 쓰고 경기에 나선다. 재발 방지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

“안 써도 경기가 되긴 하는데 부모님이 썼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도 솔직히 불안한 기분이 있다. 부상도 방지하고, 심리적으로도 안정되기 위해 쓴다. 훈련할 때도 워밍업이나 회복훈련 중엔 벗지만 필드 위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훈련을 할 땐 착용한다.”

그라운드를 떠나 있는 동안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 건 '비운의 골키퍼'로 유명한 차기석이었다. 청소년 대표 유망주였으나 만성신부전증으로 프로 경력에 어려움을 겪었던 차기석은 연세대 코치 시절 최치원을 만나 인연을 맺었다. 최치원이 그라운드를 떠나 있는 동안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조언을 건넸다. 최치원은 "워낙 해 준 말이 많아서 구체적으로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실력은 도망가지 않으니까 부담 없이 회복하라는 이야기들이었다.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했다.

최치원은 연세대 시절부터 뛰어난 테크니션으로 큰 기대를 받았다. 김병수 신임 감독의 기술적인 축구에 필요한 인재다. 김 감독은 복귀전을 치른 최치원에 대해 “부상 이야기를 잘 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선수다. 아직 경기력을 다 회복하지 못한 것 같은데, 제 궤도로 올라온다면 좋은 활약을 해 줄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남전에서도 교체 투입된 뒤 과감한 위치 선정과 적극적인 볼 컨트롤로 서울이랜드 패스워크를 원활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한동안 헤드기어를 쓸 최치원은 본의 아니게 그라운드에서 주목받는 패션의 주인공이 됐다. 의료 목적으로 착용한 고글이 패션으로 승화된 에드하르 다비즈(은퇴)처럼 경기장에서 눈에 띄기 쉽다. 최치원은 “오래 쉰 뒤라서 큰 목표는 없다.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다. 부상 중인데 날 다시 임대하고, 결국 완전 영입한 서울이랜드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 감독님이 요구하시는 축구도 경기 내내 따라갈 수 있도록 몸을 더 올리겠다”고 밝혔다.

사진= 서울이랜드FC 제공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퍼스트디비전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 03121 | 제호 : 풋볼리스트(FOOTBALLIST) | 발행인 : ㈜퍼스트디비전 서형욱
편집인 : 서형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19길 19 301호 | 등록연월일 : 2014.04.23 | 발행연월일 : 2014.04.23
발행소 전화번호 : 070-4755-455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제2014-서울마포-1478호 | 청소년보호 및 개인정보관리 책임자 : 류청
Copyright © 2019 풋볼리스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