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우리는 120% 정도 한 것 같다”

 

김동진(35, 킷치)과 8일 오후 늦게 전화가 닿았다. 김동진은 7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현대와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플레이오프를 치른 뒤 긴 잠을 잤다고 했다.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경기는 저녁 11시가 다 돼서야 끝났고, 김동진은 바로 호텔에서 짐을 챙겨 동료 김봉진 가족 차를 타고 서울에 왔다.  

 

“사실 승부차기까지 갈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김동진은 이날 경기가 꿈같았다고 했다. 울산이 과도기에 있고 시즌을 치르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승부차기까지 갈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김동진은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면서 계속해서 동기부여를 했던 것 같다. 실점을 먼저하고도 승부차기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 의지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킷치는 아쉽게 패했지만 팀 분위기는 좋다는 게 김동진 이야기다. 김동진은 “팀 동료들이 서로를 위로하면서 이제 리그에서 잘해보자고 했다”며 “경기력이 좋았기 때문에 지고도 만족한 부분이 있다. 물론 정말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지만 ACL 본선 바로 앞에서 떨어졌으니… 그래도 좋은 인상 남기고 가서 기분 좋다”라고 했다.

김봉진은 김동진보다 더 극적인 사연을 지녔다. 김봉진은 이날 영화 같은 경기를 치렀다. 자신이 K리그 데뷔전을 치렀던 상대인 울산을 다시 경기했고, 인천에서 함께 생활했던 김도훈 감독과도 만났다. 관중석에는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작은 누나가 있었다. 김봉진은 동기부여가 누구보다 잘 돼 있었다. 그 상황에서 전반 추가시간에 자신이 찬 공이 김성환에게 맞고 들어가자 “머리가 하얗게” 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수비적으로 경기했다. 잘 막으면 후반에 기회가 한 번쯤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골을 내줬다. 대량실점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만회할 방법은 세트피스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원래 헤딩을 잘하는 편이 아닌데 골 장면에서 느낌이 왔다. 사실 골을 넣고도 내가 헤딩해서 골을 넣었는지도 몰랐다. 순식간에 몸이 반응했다.”

김봉진은 사실 전반 중반부터 부상을 안고 뛰었다. 측면에서 코바를 수비하다 잔디에 축구화 스터드가 걸려 발목이 조금 돌아갔다. 그 상황에서 연장전에 다시 한번 발목을 심하게 다쳤다. 김봉진은 “정말 많이 아팠다. 꼭 뛰겠다는 독기 때문이었는지 동진이 형이 ‘괜찮냐?’고 물어봤을 때 나도 모르게 ‘당연히 뛸 수 있다’라고 답했다.”며 웃었다. (김봉진은 발목 때문에 홍콩 출국일을 미뤘다. 발목 인대 손상이 심하다. 김봉진은 인터뷰 후에 사진을 보내며 “코끼리 한 마리 보낸다”라고 했다. 사진에는 코끼리와 비슷한 김봉진 발목이 있었다.)

 

김봉진은 경기 후 알렉스 추 감독이 펑펑 울었다고 했다. 그는 “사실 나도 우리가 ACL 본선에 간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끝나고 관중석에 인사할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오는데 감독님이 펑펑 울고 있고 그런 감독을 구단 회장이 위로하고 있었다. 그걸 본 순간 갑자기 눈물이 났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나도 들어가서 눈물을 쏟았다. 아마 나도 기대를 많이 했었나 보다”라고 말했다.

아쉬움을 남겼지만, 김봉진은 부모님께 좋은 기억도 선사했다. 김봉진은 “어머니가 홍콩에서 뛰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는 집에서 TV로 경기를 보고,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작은 누나가 경기장에 왔다. 경기 끝나고 차로 함께 돌아가는데 어머니가 ‘내가 경기장에 와야 네가 골을 넣는다’라고 하셨다. 이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좋은 모습 보여드려서 좋았다”라고 했다.

 

김동진과 김봉진은 고국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돌아가게 됐다. 김동진은 8일 돌아가고, 김봉진은 발목 붓기가 더 빠진 뒤에 출국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울산전을 동력으로 좋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동진은 홍콩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안정적으로 팀에 녹아들길 바라고, 김봉진은 좋은 활약으로 더 큰 도전을 할 수 있길 바란다. 두 선수 미래를 점칠 수는 없지만, 축구팬들은 확실히 두 선수와 홍콩프리미어리그 존재를 알게 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봉진 제공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

'국가대표급' 강원, 토트넘에서 큰 센터백까지 영입
까마득한 후배에게 밀린 아구에로, 맨시티 떠난다고?
풋볼리스트 '4월 엘클라시코 배낭여행단 모집'
유럽진출한 권창훈, 경기는 못 뛰고...
맨유까지 날아간 '한국의 축덕들' 인증샷 찍고 '함박웃음'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