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울산] 류청 기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는 모든 선수가 지닌 꿈이다”
 

홍콩프리미어리그 강호 킷치가 작지만 큰 한발을 내딛는다.

 

킷치는 7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현대와 ‘2017 ACL’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른다. 단판승부인 이 경기에서 승리한 팀은 본선 조별리그로 직행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울산이 앞선다. 울산뿐 아니라 킷치도 이 사실을 인정한다.

 

알렉스 추 감독은 6일 오전 ‘풋볼리스트’와 자신의 숙소 방에서 따로 만나 “한국 선수들은 아시아 최고 레벨이다. 한국 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제 시작하는 리그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홍콩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리그다. 하지만 ACL에서 우리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무대다.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실력은 약하지만, 킷치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K리그 구단은 ACL 본선을 목표로 삼지만, 이들에게는 꿈이다. 킷치는 1931년 창단된 역사와 전통을 지닌 팀이다. 이스턴FC와 함께 홍콩프리미어리그를 양분하고 있는 강호다. 이들은 홍콩은 평정했지만 아시아 무대에서는 그야말로 신입생이다.  구단 역사상 ACL 본선 문 앞에 온 게 처음이다.

 

지난해 7월부터 킷치에서 뛴 김봉진은 “선수들이 ACL 출전에 대한 동기부여가 잘 돼 있다”라며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돈을 많이 쓰는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리그가 강하다고 알고 있는데, 막상 해보면 우리보다 크게 강하지 않다.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 태국 리그 강자 방콕FC와 경기를 해서 이긴 적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홍콩프리미어리그는 성장세에 있다. 5년 전만해도 투자 비용을 비슷하게 썼던 중국 갑급리그를 따라 잡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2017시즌 ACL에 이스턴FC가 직행하고, 킷치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도 그 노력의 결과물 중 하나다. 홍콩축구협회를 중심으로 한 몇 구단은 계속해서 투자를 늘려가면서 리그 수준을 올리려 한다.

 

킷치가 김동진을 영입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김동진은 홍콩프리미어리그를 밟은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경력이 화려한 축에 속한다. 아시아쿼터로는 역대 가장 좋은 대우를 받기도 했다. 김봉진은 “장난이 아니라 팀 동료들은 동진이형이 입단할 때부터 정말 우러러봤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킷치가 적극적인 투자를 시작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홍콩프리미어리그는 확장성도 좋다. 킷치 선수구성을 보면 특이한 게 있다. 홍콩은 자국에서 7년 이상 생활한 외국인에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중국 선수가 넘어오기도 쉽다. 킷치에도 이런 자격을 갖춘 귀화선수가 많다. 김봉진은 “귀화선수와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주전 2~3명 정도가 홍콩에서 성장한 선수라고 보면 된다. 이들도 모두 국가대표”라고 설명했다.

홍콩 구단은 자금력도 만만치 않다. 킷치는 울산에서 울산 롯데호텔을 사용한다. 비용에 쩔쩔매는구단이 아니다.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모기업이나 스폰서가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투자한다고 해서 바로 K리그나 J리그 그리고 중국슈퍼리그를 넘어서기는 어렵겠지만, 점점 ACL에 나오는 팀이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국에 프로축구가 없던 1970년대, 홍콩리그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신흥 팀이었던 세이코는 당시 가장 유명한 아시아 구단이었다. 1975년에는 한국 국가대표 변호영, 박수덕 그리고 강기욱이 동시에 세이코에 입단하기도 했다. 한국 축구인들이 1983년 슈퍼리그 출범을 서둘렀던 이유 중 하나도 세이코 존재였다. 선수 유출을 막으려 했다.

 

세이코는 1986년 사라졌지만, 홍콩리그는 2014년 홍콩프리미어리그 체제로 거듭나며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킷치는 7일 울산에서 승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킷치와 홍콩프리미어리그가 보여줄 미래는 더 밝을 수 있다.

 

사진=풋볼리스트, 홍콩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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