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제주유나이티드는 전북현대를 이번 시즌 처음으로 꺾은 뒤 환호성을 질렀다. ‘바지 감독’ 논란 속에 부임한 김인수 신임 감독은 미소를 지으며 기자회견을 가질 수 있었다.

15일 전북 전주시의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34라운드를 가진 제주가 전북을 3-2로 꺾었다. 전북의 시즌 첫 패배다. 전북이 이동국의 골로 앞서며 전반을 마쳤지만, 후반에 이동국이 페널티킥을 놓치는 사이 제주가 마르셀로, 안현범의 골로 역전했다. 전북이 신형민의 골로 따라붙자 제주는 교체 투입한 김호남의 결승골로 승리를 따냈다.

제주는 경기 전날부터 화제의 팀이었다. 제주의 조성환 전 감독, 전남드래곤즈의 노상래 전 감독이 수석코치로 내려갔다. 제주엔 김인수, 전남엔 송경섭 감독이 새로 부임했다. 내년부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참가팀 감독은 P급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격증 소지자를 급히 모셔온 것이다. 그러면서 기존 감독을 애매한 위치에 남겨 둬 논란이 됐다. ‘바지 감독’이란 비아냥이 나왔다.

실제로 경기 당일 조성환 수석코치는 김 감독 못지않은 권한을 갖고 있었다. 경기 전 몸을 푸는 선수들을 지휘하러 그라운드로 나가지 않고 김 감독과 함께 라커룸에 나와 있었다. 라커룸 앞을 찾은 기자들을 맞으러 김 감독이 나왔다. 제주 특유의 주황색 넥타이를 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구단에서 하나 주더라”라는 말과 함께 웃으며 감독으로서 첫 경기장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날 제주 전술은 지난 7경기 동안 잘 작동한 3-4-3 포메이션 그대로였다. 지난주 감독 제의를 받고 12일에 부임을 결정한 뒤 13일에 처음 숙소를 찾았고, 14일에 선수들과 상견례를 했다. 훈련을 지휘한 건 경기 전날 단 한 번뿐이었다. 김 감독은 “갑작스런 결정이 맞다”고 했다.

김 감독은 조 코치와 권력투쟁을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중요한 다섯 경기가 나왔다. 지금 전술을 바꾸는 건 솔직히 모험이다. 잘 해 온 수석코치님과 협력해 잘 해나가야 한다. 여름에 부임했다면 시간이 있었겠지만 지금 전술을 바꿀 시간이 없다. 선수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중요한 경기인만큼 개의치 않고 하던 대로 하라는 말을 해 줬다.”

 

보통 축구팀에 부임한 감독들은 ‘내 팀’이라는 자의식을 갖고 권력을 쥐고 싶어 한다. 이런 성향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장악력’이 되고, 부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과거 감독의 미덕을 급히 저버리고 몰락하는 원인이 된다. 김 감독은 세간에서 비아냥대는 독특한 상황에서 부임했지만 오히려 그런 상황이 이득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나와 수석코치님 각자가 보는 게 있고 못 보는 게 있을 것이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좋겠다.”

조 코치는 김 감독에게 선배이자 선수 시절 ‘은사’ 중 한 명이다. 김 감독은 선수 생활 말년을 전북에서 보냈고, 2002년에 코치로 부임한 조 수석코치와 인연을 맺었다. 원래 잘 알고 왕래해 온 사이라고 했다.

경기 중에도 김 감독보다 조 코치가 눈에 띄었다. 양복을 입은 김 감독 대신 트레이닝복을 입은 조 코치가 테크니컬 에어리어 가장자리에 서서 선수들을 지휘했다. 김 감독이 앞으로 나오자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1명만 있을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대기심의 제지를 받았다. 김 감독은 한 발만 벤치에 걸치고 몸을 쑥 내민 자세로 경기를 지켜봤다. 반대쪽 벤치에선 박충균 코치가 같은 자세를 하고 있었다.

판정에 항의하는 사람도 조 코치였다. 이날 제주는 교체 투입한 김호남의 결승골로 승리했는데, 김 코치는 “경기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세부적인 전술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교체 선수와 같은 부분은 맡겼다. 나는 큰 틀에서만 보면서 같이 이야기했다”며 교체 전술을 조 코치에게 일임했다고 했다.

머리가 둘인 상황에서 경기 전 말한 시너지 효과가 실제로 발생했다고 밝힌 김 감독은 “전반 끝나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팀을 보완했다”고 했다. 전북이 급해지면 슛을 많이 날릴 것이고, 그때 떨어지는 공을 따내 역습을 하는 것이 후반전 제주의 전략이었다. 이 전략이 잘 맞아떨어져 역전했다.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댄 결과 이 전략이 나왔다는 것이다. 원래 전반만 뛰게 할 생각이었던 안현범을 빼지 않고 유지한 것 역시 상의해서 결정했다고 했다.

김 감독에게 전북은 선수 시절 마지막 소속팀이고, 전주는 고향이다. “감회가 새롭다. 클럽하우스가 있는 봉동에서 5분만 가면 우리 집이 있다. 그러나 고향은 고향이고 몸담고 있는 팀은 제주다.”

김 감독은 데뷔전에서 최상의 결과를 냈다. “좋은 흐름을 가져가는데 긍정적이다.” 제주의 당면 과제는 3위를 지키는 것이다. 이날 승리하고 4위 울산현대가 패배하며 두 팀의 승점차는 4점으로 늘어났다. 내년까지 계약한 김 감독은 자신이 부임한 목적대로 ACL을 지휘하는 감독이 되기 위한 첫 발을 뗐다. 지휘계통이 불분명하다는 약점을 안고 출발했지만 최소한 첫 경기에선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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