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축구는 깊다. 격렬함 속에는 치열한 고뇌가 숨어 있다. 보이지 않는 축구의 세계로 들어가려면 다리가 필요하다. ‘풋볼리스트’가 축구에 지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마련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축구를 둘러싼 깊고, 다양한 이야기를 준비한다. <편집자주>
엠블럼은 그저 유니폼 가슴팍에 박힌 그림이 아니다.
엠블럼 세계는 역사가 깊고 오묘하다. 중세 귀족들이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을 만들어 사용하기 전부터 상징과 대표성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엠블럼이나 문장이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나관중이 쓴 ‘삼국지 연의’에서 나오는 조조, 유비, 손권이 특정한 색상 천에 성을 써서 들고 다니던 것도 엠블럼과 같은 맥락이다.

축구는 엠블럼과 인연이 깊은 운동이다. 다른 종목에 비해 엠블럼에 대한 인식도도 높고, 팀과 연관성도 높다. 구단에 애정을 표하려는 선수들이 골을 넣은 뒤 ‘엠블럼 키스’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구단을 인수한 이들이 엠블럼에 손을 데려고 하면 많은 팬들이 분노한다. 전통이 깊은 팀일수록 이런 저항은 더 크다. 엠블럼은 역사이자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엠블럼은 국가별로 편차가 크다. 잉글랜드와 스페인 그리고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화려한 편이고, 독일은 매우 단순하다. 도형과 알파벳 그리고 숫자로 이뤄진 엠블럼이 많다. 국가대표팀 엠블럼은 클럽보다 조금 더 단순하다고 말할 수 있다. 엠블럼으로 한 국가나 팀 성격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엠블럼을 보고 읽어낼 수 있는 일도 많다. 엠블럼은 팀을 이해하는 문인 셈이다.

#카타르투자청(QIA)는 왜 PSG 엠블럼을 바꿨나
창단 때 만들었던 엠블럼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팀은 거의 없다. 팀 역사가 짧은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다. 엠블럼을 바꾸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가장 주된 이유는 엠블럼을 다듬기 위해서다. 역사가 오래된 팀들이 현대적으로 엠블럼을 교체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팀에 변화를 주기 위해, 특별히 구단주가 바뀌었을 때 엠블럼을 교체할 때도 있다
2011년, PSG를 인수한 카타르투자청(QIA)은 PSG 엠블럼을 바꿨다. 바로 엠블럼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2013년 현재 쓰는 엠블럼을 발표했다. 두 부분을 바꿨다. 상단에 있는 팀 명(PARIS SAINT-GERMAIN)을 파리만 빼고 아래 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창단 년도인 1970이 있던 자리에 생제르맹(SAINT-GERMAIN)을 작게 넣었다. 에펠탑 밑에 있던 요람(루이 14세 탄생지 상징)도 없앴다.
현재 엠블럼을 보면 QIA 의도를 읽을 수 있다. QIA가 명문이 아닌 PSG를 인수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시를 거의 독점한 PSG를 사들였고, 생제르맹이라는 정체성 보다 파리가 부각되길 바랐다. 파리라는 상징성을 모두 차지하길 바랐다. ‘오일 머니’가 뭔가 멋진 일을 할 수 있다고 선전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UAE 자본인 시티풋볼그룹이 2008년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를 인수한 뒤 엠블럼을 교체한 이유도 분명하다. 시티풋볼그룹은 2015년 12월 엠블럼을 바꿨다. 독수리를 없애고 과거 사용했던 범선이 들어간 원형 엠블럼을 다듬어 내놓았다. 맨시티는 1997년부터 독수리가 들어간 엠블럼을 사용했었다.
시티풋볼그룹이 과거 엠블럼을 다시 사용한 의도는 무엇일까? 맨체스터 운하와 그 위를 달리는 범선은 맨체스터 상징이다. 맨시티는 자신들이 이제 맨체스터에서 가장 강한 팀이며 맨시티가 더 이상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시끄러운 이웃’이 아닌 ‘맨체스터의 적자’라고 앰블럼을 통해 선언한 것이다. 맨시티는 엠블럼을 교체한 뒤 기존 엠블럼을 문신으로 새긴 이들에게 무료로 엠블럼을 지워주는 시술을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엠블럼 교체가 가장 잦은 리그? 중국 슈퍼리그
최근 엠블럼을 가장 많이 교체한 리그는 중국 슈퍼리그(CSL)다. 짐작이 아니다. CSL은 구단주가 가장 많이 바뀌는 리그다. CSL은 팀명이 ‘지역+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엠블럼에도 기업명이 들어간 게 다수다. 특정 기업이 구단을 인수하면 팀명과 엠블럼을 바꿔야 하는 구조다. 올 시즌에도 구단주가 바뀐 팀이 있다. 장외룡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충칭리판이 팔렸다. 아직 팀명과 엠블럼은 바꾸지 않았다.
최용수 감독이 있는 장쑤쑤닝은 엠블럼을 가장 최근에 교체한 팀이다. 이 팀은 2015년까지 장쑤세인티였다. 쑤닝 그룹이 2015년 이 팀을 인수하면서 2016년부터 팀명과 엠블럼을 교체했다. 두 가지 엠블럼을 비교해보면 한 팀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다. 한 중국 축구관계자는 ‘풋볼리스트’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아직 엠블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팀 정체성과 다름없는 엠블럼을 너무 쉽게 바꾼다”라고 말했다.
글= 류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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