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1983년 출범한 한국프로축구는 K리그라는 이름으로 34번째 시즌을 맞았다. 양적 성장은 명확하다.  첫해 5개팀으로 시작해 현재 1,2부리그 승강제를 실시하고 있다. 2017시즌에는 안산시민구단이 창단을 확정해 총 24개팀으로 운영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2년까지 군경팀 외에 1부 12개팀, 2부 14개팀으로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경기력 측면에서도 성과는 분명하다. AFC 챔피언스리그(구 아시아클럽챔피언십 포함)에서 최다 우승(10회)을 차지한 리그다. 숫자로 보면 K리그는 잘 크고 있다. 문제는 자생력이다. 여전히 축구장에는 빈 자리가 더 많고, 축구산업은 성장하지 못했다. 양적 성장을 위해 양산된 시도민구단은 경영난을 겪고 있고, 기업 구단은 투자를 줄이고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성적는 최근 몇 년 사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 30여년 간 쌓아올린 것은 사상누각이었던 셈이다. 부실한 토양에서 자란 것은 부패의 싹이다. 지난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건은 큰 충격을 줬다. 그러고도 K리그를 둘러싼 각종 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해 말에는 경남FC가 강등을 피하기 위해 심판을 매수한 정황이 드러나 승점 10점 삭감 징계를 받았다. 

두 차례 사건에 대한 적발과 징계가 있었지만, 여전히 K리그를 향한 불신의 시선은 거둬지지 않았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투명한 리그 운영을 위해 클린축구위원회(이하 클린위)를 출범시켰다. 클린위 출범에도 지난 4월 팬들을 충격으로 몰아 넣은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현재 K리그의 부흥을 대표하는 이름 전북현대가 심판에 금품을 제공한 일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이다. 전북 스카우터 C모씨가 지난 2013년 두 명의 심판에 총 500만원을 전한 혐의가 드러났다.

해당 사건은 클린위 출범 이전에 벌어진 일이지만, 해당 사건이 특정 구단이나 특정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만연한 K리그의 문제는 어디서 시작한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범죄심리전문가 자격으로 클린위에 합류해 활동하고 있는 표창원(50) 국회의원을 만나 한국프로축구가 직면한 문제를 실체를 물었다. 표창원 의원은 ‘풋볼리스트’를 통해 한국프로축구의 본질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하다고 했다. 본질은 전북이 어떤 징계를 받느냐가 아니라, 프로축구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진정 '클린'한 한국 축구를 위한 표 의원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전한다. 

#전북의 징계 수위 결정, 고민 깊어지는 이유

-클린축구위원회에 대한 궁금한 점 많습니다. 전북 사건이 터진 이후 모여서 논의한 적이 있었나요?

열렸어요. 논의를 많이 했고요. 실무 보고를 받았고.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전북에서 불거진 사건이 언제 생긴거냐는 문제에요. 지난번 경남FC건이 불거졌을 때, 그 시기를 전후해서 있었던 일이거든요. 그때 검찰에서 파악한 것이고. 그 당시 수사하던 상황에서 경미하다고 배제된 것을 다시 기소한 거에요. 검사가 바뀌면서 다시 꺼낸 것이거든요. 일반인들의 인식 속엔 또다시 사건이 터진 걸로 보이겠죠. 

저도 초기 사건이 나왔을 때, 스카우트 개인의 행동인지, 팀의 조직적 지시인지, 혹은 또 다른 건이 더 있는지 더 철저히 파야 한다고 했어요. 검찰에서 이건 자체를 크게 사건화 하려고 노력했지만 더 이상 나온 게 없어요. 공판이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새로운 혐의나 증거, 의혹이 제기된 게 전혀 없습니다. 

-증거는 없지만 정황상 의심이 가는 부분들이 많아 팬들의 불신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런 부정에 대해 저는 추호의 용납없이 임하자는 사람이고, 더 밝히고 조사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그 당시에 스카우트가 200만원, 300만원을 줬고, 그 돈의 목적이 무엇이냐. 개별적인 돈을 줄 때마다 승부에 영향을 미쳐 달라는 요청인가, 그걸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고. 쉽게 말해 보험을 드는 형식인 거죠. 서로 인간관계 친분도 물론 있었고. 

그 당시 심판위원회 문제가 있었더라고요. 심판위원장에에 경기 배정을 위해 돈을 바치고, 그런 문제들이 있었죠. 그런 맥락에서 부정부패지만,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경기마다 건당 얼마를 주고 승부 영향 미치고 그런 것인가에 대해선 입증이 되지 않은 거죠. 가능성은 여전히 있지만. 일상적으로, 조직적으로 된 것이냐 보다는 스카우트와 두 심판의 특수관계라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것입니다. 그 두 사람이 심판을 봤을 때 경기의 승패, 이 부분도 사실은 그런 거래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분석결과가 나와서 힘들고 어려운 부분인거죠. 

당시에 저도 그렇고 (클린축구) 위원들 모두 절대로 이 부분을 우리가 감추거나 숨기거나 줄여선 안된다는 얘기를 했어요. 어쨌든 발생한 사건이니 수사와 재판에 따라 형사적 처벌과 별개로 구단에 대한 제재는 엄정하게 해야 한다. 구단 스카우트 외에 다른 사람과 연관된 것인지 밝혀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조사해도 안 나온 거죠. 수사기관도 조사하고 연맹에서도 조사를 했습니다. 당사자들 외에도 주변, 상대팀, 다른 심판 등 연맹 차원에서 조사를 했는데 더 나온 것이 전혀 없어요. 

-지금까지 논의로 예상되는 징계의 수위는요?

제가 직접 조사를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사에 대한) 보고 내용과 전반적인 앞뒤 맥락을 보면 설득력이 있는 내용이었어요. 검찰은 검찰대로 가장 강도 높게 더 밝히려고 노력했고요. 그래서 이 건에 대해선 앞으로 더 나올 것 같지 않고, 여기서 종결 될 것 같아요.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은 연맹 상벌위에서 처리할 것이고. 아마도 구단에는 상당한 승점 감점이 내려질 것 같아요. 강등까지는 안될 것 같고. 정확히 어떻게 될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분위기가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우선 팬들이 가장 중요하니까. 팬들께 납득을 시켜드려야죠. 제가 전북팀의 서포터도 아니고, 아무런 친분도 없는 상태에서 연맹 측의 보고 받았을 때 납득이 갔거든요. 언론 통해서건 직접이건 팬들에게도 이정도 페널티면 된다는 수긍이 되야 하고, 충분한 납득이 되어야겠죠.

#클린축구위원회의 역할과 한계

-클린축구위원회에 참여하시면서 어땠나요?

많이 아쉽죠. 성격 자체가 어정쩡하다 보니까. 자문 역할에 그칠 수 밖에 없었고. 그런 한계가 있었어요. 다른 한쪽으로는 우리가 그런 역할을 수행해도 된다라는 축구계 전반의 합의가 있는게 아니었잖아요. 인선 자체도 그냥 이름 있는 업계의 인사들이 모인 형태이기 때문에 정당성, 권한, 이런 부분들이 주어질 수 없는 상태였죠.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너무 아쉬워요. 독자적 활동을 할 수도 없었고 위원들 간의 합의라든지, 공동의 팀워크라든지, 역할 분담도 있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어요. 그런 것들이 너무 아쉽죠.

각각의 사안에 대해서는 많은 토론이 있었죠. 그런데 그 자체가 예를 들어, 심판 제도 같은 경우에도 많이 토론을 하고 숙의하지만 그게 한 팀으로서 논쟁도 거치고 이러면서 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이뤄지고, 그에 대한 집행이 담보되는 우리 독자적 안이 나오는 형태는 아니란 말이죠. 그런 것들이 자문, 비상설위원회로서의 한계라는 거죠.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클린축구위원회에 대해 표 의원도 합류하는 등 외부에서는 기대가 컸습니다

문제는 클린위원회는 자문기관이란 말이에요. 그래서 한계가 있어요. 스스로 조사권이 없어요. 결정권도 없고. 징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단지 한국 축구, 특히 프로축구계에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자문을 할 수 밖에 없어요. (밖에서는) 구성원 면면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시는 거죠. 뭔가 해주겠지.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대로 우리는 연맹의 보고를 받을 수 밖에 없어요. 그 이외의 사실을 우리가 조사한다거나, 관계자를 면담할 여건이 안돼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는 주로 제도와 정책을 개선하는 차원의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어요. 

전북 건에 대해서도 클린위원회의 태도가 뭐냐? 없는 거에요. 뭘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거에요. 단지 중요한 사건이고, 알아야 하니까 회의가 있을 때 연맹에서 보고한 것이고, 그 내용 알게 된거죠. 수사 결과, 근거, 증거를 보면 더 이상 입증된 것은 없는 거죠. 당연히 의심은 가죠. 그런 이야기도 있고 정황도 있지만 그걸 가지고 뭔가 결정적인 행동,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란 말이에요. 그러다 보니 이건은 상벌위로 갈 수 밖에 없어요. 연맹 스스로가 신뢰회복을 더 중시 여기느냐, 아니면 현상유지와 추가적 데미지를 막는 걸 중시 여기느냐에 선택이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더 강력한 권한을 가진, 결속력 있는 상설 위원회가 필요한가요?

그렇죠. 예를 들어 그런 거죠. 이런 제도적인 개선책 뿐만 아니라, 선수들 중에 누군가가 애로 사항을 털어놓고 싶다. 부정부패도 마찬가지에요. 누구한테 말할 거에요? 얘기할 데가 아무데도 없어요. 믿을 수 있는 사람도 없어요. 연맹의 감독관한테 얘기해도, 그 사람이 이쪽과 연결되면 나만 죽는 건데. 이해관계를 떠나서 독립성, 중립성, 보안유지가 되는 신뢰할 수 있는 위원회, 사람이 있어야 해요. 다른 나라의 축구연맹은 이런 형태의 기관이나 기구를 운영하고 있어요. 

제도 개선? 정책 제안? 좋아요. 여기에 그치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연맹 자체나 구단 자체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밝혀낼 수 없는, 스스로 자정 한계가 있는 요소들을 접수하고 파악하고 조사해서 진실을 규명하고 발표한다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오명을 받을 필요가 없잖아요. 전북 건도 마찬가지.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얼마나 퍼진 건지, 누가 연루된 건지, 연맹이 아무리 발표한다고 한들 누가 믿겠냐는 거에요. 똑같은 발표를 하더라도 그런 신뢰 받을 수 있는,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구가 조사하고 소명한 뒤에 발표하면 한 단락이 넘어갈 수 있다는 거에요. 

그러한 신뢰 받을 수 있는 존재가 없는 상태에서 연맹이 자체적으로 조사했는데, 검찰 수사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가 안 나오니까 ‘자, 보셨죠 검찰도 못 밝혀냈습니다. 우리도 노력했지만 검찰수사가 다입니다. 그래서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이렇게 조치합니다.’ 그에 대해서 과연 팬들이나 국민들이 납득하고 신뢰하고 넘어가겠냐는 거죠. 그래서 결과는 똑같다 하더라도, 연맹 스스로의 이익, 자기 보호 본능에서 벗어날 수 잇는 누군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클린축구위원회든, 옴부즈만이든. 이름과 관계없이 그런 조직이 필요합니다. 

어쨌든 우리도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고, 돕고 싶고 해서 클린축구위원회로 모였는데, 독자적인 진상 조사도 안되고, 연맹이 요구하는 것에 자문하는 것에만 그치니 한계도 느끼고, 아쉽고 한 거죠. 

-승부조작건도 그렇고 경남전도 솜방망이 처벌에, 문제를 뿌리까지 뽑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유벤투스의 경우 강등이라는 중징계가 있었습다. 전북의 경우 조사 결과 규정에 따라 징계가 내려지겠지만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요 

결국 협회와 연맹의 판단이죠. 과연 이 사태와 사안을 어떻게 보느냐. 축구에 대한, 프로축구에 대한 대중과 팬의 신뢰를 얼마나 중시 여기느냐. 그런데 결국은 제가 간혹 문제제기를 했지만, 한국프로축구는 독립된 리그가 아니잖아요. 재벌 기업의 홍보 수단일 뿐이거든요. 야구도 마찬가지고요. 특징 기업 몇몇이 팀을 내세워서 홍보하는 것이 더 중요한 상황이죠. 리그 자체의 독립성과 리그 자체 내의 작동, 이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 게 현실이거든요. 

예를 들면 유벤투스에 대한 이탈리아연맹의 조치는 그것이 독립된 축구 리그 이기 때문에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 팔을 잘라낼 수 밖에 없는 거에요. 그 다음에 잘린 팔에 대한 복원을 해낸 것이고. 그런데 우리는 자기가 아니에요. 이미 그 뒤에 축구가 아닌 재벌이 있는 거에요. 그런 재벌들이 봤을 때는 ‘그게 뭐 대단해? 증거 있어?’라는 시선으로 보는 거죠. 얼마전 교육부의 높은 사람이 대중을 ‘개, 돼지’라고 발언했듯이 팬들을 그렇게 보는거죠. 쉽게 말하면 어차피 흘러 지나간 옛날 일 가지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 그런 부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에요. 

결국은 축구란 것을 얼마나 중요시 여기느냐. 축구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그것이 손상될 때 느끼는 아픔을 절감하느냐. 아니면 이해관계와 경영적 판단, 리스크 컨트롤 관점에서 보면 최대한 소리 안 나게 하는게 이익이 될 거에요. 하지만 그럴수록 소리 없는 다수는 외면하는 거죠. ‘결국 제 식구 감싸기 하고 마는구나. 또 그런 문제가 있겠지.’ 축구를 보는 시선이 찜찜하죠. ‘저 경기도 조작인가, 저 심판 돈먹었겠네.’ 이런 시선을 보면 저는 못 견디겠어요. 축구를 사랑하는 분들은 다 그럴 거에요. 어떻게든 깨끗하게 다 털고 가고, 이런 게 없으리란 생각으로 순수하게 보고 싶어하겠죠. 축구를 비즈니스로 보는 사람은 그게 아닌거죠. 그 차이 인 거 같아요. 클린위원회도 마찬가지고. 결국 축구인들의 몫이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문제인 거죠.

그런데 축구인들 스스로가 축구만을 위해서, 축구만의 논리로 결정할 수 잇는 상태가 아닙니다. 한국 프로축구는 이미 산업의 하위일 뿐이죠. 자생적으로 수지 타산이 안맞으면 죽는다는 생각이 없는 거에요. 어차피 모기업의 보조금으로 먹고 사는거고. 관중이 얼마 늘고 적고, 물론 노력은 하죠. 구단 사장, 구단주 다 자기 성과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과연 무엇이 더 중하냐. 결국 구단 이미지와 이해관계가 더 중하겠죠. 그런 부분에서 연맹도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연맹도 독립된 연맹인가요? 구단주들 연합일 뿐이잖아요. 구단주가 속한 모기업의 이해관계에 들어가는 것이고. 

#독립성 없는 연맹, 전북 징계 어느 방향이든 '미봉책'

-연맹 비판은 쉽지만, 사실 연맹이 단호한 결정을 할 수도 없다는 말인가요?

그렇죠. 자기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거죠. 그래서 범 축구인의 획기적인 공론화와 개혁,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과거에도 축구에 관한 컬럼을 쓰면서 ‘이제는 한국축구가 재벌로부터 독립해야 할 때’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럴 용기가 있느냐. 예를 들어서, 현대 같은 경우에 ‘손 뗄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과연 축구인들이 원하느냐? 아닐 거란 말이죠. 거의 돈에 대한 식민화가 되어있지 않느냐. 

이번에도 결국 무경쟁으로 축구협회회장이 연임 됐잖아요. 선수 출신이 회장을 하는 유럽의 경우와는 다른 모습인거죠. 축구인 스스로가 리그를 같이 고민하고, 축구만 가지고 행해가는, 축구 윤리도 축구에 대한 신뢰도 그런 차원에서 결정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거에요. 현실상 어쩔 수 없다? 그러면 할 수 없는 거죠. 자생이 안된다. 삼성 없는 수원이 관중 수익 만으로 자생할 수 있느냐. 그런 상황에서 축구인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

지금 이 상황에서 유벤투스와는 사건 자체의 경중, 맥락, 확증에서 분명 차이가 있어요. 하지만 어떠한 조치 취할 것이냐의 선택을 축구만의 관점으로, 스포츠 윤리라는 엄정한 잣대로, 축구에 대한 프로에 대한 팬들과 국민의 신뢰 잣대만으로 접근할 것이냐. 그렇지 않으면 이해관계와 현실론을 반영할 것이냐의 문제죠.

-전북 징계에 대해선 형평성 논란도 있습니다. 일벌백계가 정말 옳은가, 이 부분입니다. 전북을 징계해도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전북건만 가지고 전북에 대한 강한 징계를 해야한다? 그렇게 보진 않아요. 우선 하려면 모든 조사를 다해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심판들이, 스카우트들이, 팀들이 이런 행위한 거냐. 어떻게 된거냐. 인맥관계로 도와준거냐, 관행이었나, 건건이 승부에 영향 미친 행동이었나. 방어적으로 한 것이냐. 그런 여러가지 건들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고 그에 따라서 경중을 따지겠죠. 

전북은 전북대로 엄청 피해의식 갖고 있어요. 우리가 1등이라서? 과거 일인데. 억울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남들은 안하는데 전북만 했다면 문제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건 더더욱이나 조사를 해야죠. 축구를 위해 전북이 희생해라? 이건 아니라고 봐요.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는 핵심은 지금 전북건에 대한 어떤 조치를 취하든 그건 미봉책이라는 겁니다. 징계가 강하든 아니든 똑같다는 거에요. 강하게 하는 건 전북을 희생양으로 다른 팀은 살겠다는 거고. 약하게 하는건 전북은 1등 팀이니까 건드리지 못하고 약하게 넘어가는 것. 어떤 쪽이든 근본적 해결책도 아니고, 정당성과 형평성이 있지 않아요. 

이 문제 자체가 누구나 보듯이 개별적이고 독립적으로 여기서만 일어난 일로 보지 않으니. 그러면 다 해야죠. 검찰이 건드리는 사건만 하고, 검찰에 좌지우지 되냐. 안 건드린 것은 놔둘 거냐. 어쨌든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게 드러났으니, 이 문제를 포함해서 고질적인 문제를 알고 있으니 구단 자체의 운영 파행에 대해 모두 다 내 놓자는 거죠. 

-계속해서 문제가 드러나왔는데 어찌 보면 수습이나 조사가 늦은 감이 있습니다

이미 경남 사건 때 기회를 놓쳤죠. 그 당시 전수 조사를 했어야죠. 그럼 지금 전북건이 그때 나왔을 거 아니겠어요? 그때 다 털었어야죠. 다 털고. 연루된 팀들은 강등시키고. 한 시즌 말아먹는다고 하더라도, 다시 정말 청렴하고 깨끗하게 제도 개선을 했다면 축구가 훨씬 더 활성화되고, 신뢰를 회복하고 관중을 확보하고 리그가 살아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므로 인해서, 숙제를 지금까지 끌어와서, 결국은 2013년에 일어난 일로 2016년에 전전긍긍하고, 다시 열기가 죽고 찜찜함이 남고, 팬들의 의심이 계속 되고. 

그렇다면 지금은 어떻게 할 것이냐. 지금 일도 프로축구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해야죠. 연맹이 해야 하고, 연맹 스스로가 독립성을 인정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외부에 맡겨야죠. 법적으로 봐야하는 부분이지만, 감사원이나 국민권익위원회 등 수사가 아닌 행정 조사 차원으로 진행할 수도 있어요. 어떤 형태로든 외부에서 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아요. 본인들이 하는 것도 신뢰 얻을 수 있다면, 예를 들어 클린축구위원회 형태에 실제 조사권 부여하고, 조사 결과 정말 심각하다면 고발을 하고, 그렇지 않다면 행정적인, 축구협회와 프로연맹 차원에서의 내부 징계와 행정조치를 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첫째로 진상규명이 우선 되야 합니다. 대체 어떤 일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에 의해서 어떻게 이뤄진 것인지. 이것부터 내놓아야죠. 그래서 납득을 하게 해주셔야 하는 거에요. 그 다음 조치는 경중에 따라 관련된 팀에 대한 승점 감점, 강등, 관련된 스태프, 선수, 심판을 가담 행위에 따라 제제를 가하고. 대대적으로 해야 합니다. 지난 승부조작 사건 때 했던 것과 유사한, 오히려 더 강도높은 조사가 필요합니다. 사실 그때도 했지만 다 드러나지 않았고 이후에도 생겼죠. 그때 더 강한 조사 실시했어야 합니다. 

-클린축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단 제가 정치를 하게 됐기 때문에 지금 클린축구위원회에서 어떤 역할 달라고 할 순 없어요. 제가 빠지게 되면 논의할 부분인데, 경찰이나 검찰에 상황도 똑같아요. 자정이 되느냐. 그들도 절대로 외부에 독립된 누군가가 기관이 자기를 통제하고, 들여다 보고, 규율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아요.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해요.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 어린 아이 같은 심리인거죠. 반항하는 사춘기 청소년들이 부모님이 얘기하면 ‘내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하는. 클린축구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외부인 시선으로, 하지만 내부 아는 전문성이 갖춰진 외부인이어야 하죠. 

이해관계나 입장, 이런 부분들은 현재 연맹이나 어떤 구단, 얽히지 않은, 상태지만 어떻게 축구계가 돌아가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이 되야 합니다. 그러면 이들에게 실질적인 조사권, 조사 결과에 다른 조치권, 형사고발이건 징계 요구, 개선 요구 등 권한이 주어져 야죠. 그런 권한이 주어지려면 함께 상근해서 일할 수 있는 사무국이 마련되야 합니다. 그런 축구 옴부즈만 같은 역할을 한다면 클린축구위원회가 무엇인가를 기대할 수 있는 기구가 되죠. 

그런 클린축구위원회를 설치하고도 이런 일이 생기면 클린축구위원회가 책임을 져야죠. 막아야 하고 밝혀내야 하는 역할인데, 권한을 줬으면 그에 대한 책임 다 해야 합니다. 그런 시스템이 확보되어야 한다. 검찰, 경찰도 같아요. 경찰위원회란 제도가 있지만 유명무실해요. 권한이 거의 없어요. 그러다 보니 전혀 역할 못하죠. 경찰위원회의 존재로 인해서 경찰이 투명해지고 깨끗해 지고 문제해결 되는 효과가 일어나지 않아요. 검찰도 같아요. 

권력기관과 축구는 다르긴 하지만, 축구도 만약 정말로 프로연맹이 프로축구의 신뢰 회복하고 이러한 문제 여지들을 언제든 모니터링하고 밝혀내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클린위건 아니건, 명칭은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연맹 총재와 운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그들로부터 영향 받지 않을 수 있는, 연맹이든 구단이든 이해관계가 없는, 하지만 축구를 아는, 축구에 애정을 갖고 있고 책임질 수 있는 구성원들로 이뤄진, 민원접수 처리, 조사, 정책제안. 그러한 역할 할 수 있는 기구를 두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봐요.

-실제로 검경이 프로축구 비리 수사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가 축구계 내주 사정의 작동 원리가 익숙하지 않은 점, 수사의 연속성 담보가 어렵다는 점이었어요. 이야기 대로 라면 표 의원이 적임자로 보이는데,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이 되어서 역할을 맡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인지요? 

법적으로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 스스로가 어떤 정당에 소속되어 있다 보니까 그런 저의 중립성, 독립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거죠. 예를 들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믿을 수 있다. 역할 해주길 바란다면 할 수 있습니다. 이 자체가 정치적 활동은 아니니까. 다른 정당에서 저 사람이 왜 저기에 들어 가느냐, 정치 중립성 위반이라고 제기될 수 있기에 드린 얘기입니다. 만약 제가 필요하고, 역할과 권한을 주신다면 충분히 하고 싶죠. 

저는 축구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그런 역할 하고 싶습니다. 고위 공직자 비리나, 한국을 썩게 만드는 숨어있는 요소를 다 밝히고 싶은 욕구가 있기에 얼마든지 그런 역할을 맡겨준다면 하려고 합니다. 저 뿐 아니라 그런 분들이 많이 있어요. 정말 독립성과 중립성을 갖추고, 축구를 알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자기 스스로 명예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이들로 구성해서 맡긴다면 아마 축구계가 더 신뢰 얻을 수 있을 거에요. 물론, 그 순간은 아플 거에요. 많이 아플 겁니다. 내부의 아주 중요한 분들이 다칠 수도 있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가 드러날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그런 과정 거치지 않은 채 신뢰를 얻을 수 없을 거에요.

-어쩌면 지금이야 말로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같습니다

한국 프로축구 전체에 대한 정말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한 두개의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아니라, 과연 우리 프로축구가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해. 지난번에 했어야 했는데 제대로 안하고 넘어왔어요. 뿌리부터, 기초 유소년 단계부터, 국가대표, 프로리그까지. 제도가 문제면 제도를, 법이 잘못이면 법을, 문화가 잘못이라면 문화를, 관행이 잘못이라면 관행을, 문제를 저지른 개인이 여전히 있다면 그들을 다 드러내고 밝혀내고 고쳐야 합니다. 전면적인 대수술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그런 수술과 함께, 그러면 결국 그렇게 해서 어떻게 프로축구를 살려낼 수 있느냐에 대한 대안, 프로축구가 활성화되고 잘 돌아갈 수 있는 충분한 재원확보가 마련 되야 합니다. 심판 선수 스태프 등 각각의 처우와 여건, 이런 부분들이 개선되지 않는 상태에서 문제들에 대한 적발, 그리고 옥죄기. 통제. 이런 것들에 방법만을 동원할 경우에 제대로 통하겠느냐. 당장이야 시원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버텨내지 못하는 사안들입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유착과 비리의 유혹에 빠지게 되면 안 된다는거죠. 그런 것들을 포함해서 다 봐야합니다. 

연봉제부터 선수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선수협, 구단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 축구 뿐 아니라 배구 농구 다 마찬가지에요. 프로라고 출범했지만 선수와 심판의 처우를 보면 정말 열악합니다. 이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비리 부패 그리고 부정에 대한 처방은 백약이 무효해요. 

-치료보다 재활이 중요하다는 얘기 같습니다 

그렇죠. 신체 허약한데 ‘들어온 병을 다 잡아 낼거야’라는 생각으로 모든 백신을 투여해보세요 만날 약을 먹고, 향균실에 들어가서 사는 거에요. 일단 건강한 몸을 만드는 법을 찾고, 대수술을 해야죠. 근본적인 축구 생태계, 전체 프로 스포츠의 생태계를 잘 만들어야 합니다. 병역 문제도 정당성을 부여 받으려면 프로 스포츠계 전체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된다는 것이 신뢰를 받아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우선 구단, 구단의 운영 주체인 모기업의 영향. 연맹에, 팀에 정치인과 재벌이 있는 자체가 안된다는 거에요. 그렇게 된 상태에서 부정 부패 근절 대책이 만들어질 수 있겠냐는 거죠. 프로스포츠 리그 자체의 독립성이 확보되고, 프로스포츠가 돌아갈 산업 활성화가 확보되야 합니다. 외국의 자연스럽게 형성된 리그처럼 자연발생적인 프로의 생태계가 확보가 안된 상태에서, 그건 참 어려운 부분 같아요. 

'심판 비리에 관련된 사람 다 잘라내!' 그러면 다음엔? '최강희 감독을 사임시키고, 전북은 강등 시켜!' 그 다음 어떻게 할 것이냐. 더 조사해보니 전북만 아니었고 전부야. 그럼 전부 다 강등 시켜야죠. 그러면 어떻게 할 거냐는 거에요. 그런 아픔이 있는 거죠. 그래서 제가 범 축구인의, 지도자적 역할 할 수 있는 분들이 모여서 허심탄회하게 모든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혁신책을 찾아보자. 그런 개선책 마련해나가자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재벌기업의 홍보수단으로 운영되는 프로스포츠 현실 해소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공염불이고 실효성 없는 탁상공론이 될 것이라는 핵심입니다.

#운영주체가 바뀌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하다

-체질 개선의 핵심은 최근 진행 중인 구단 자생력 강화를 이야기하는 것인가요?

외국인 선수 영입 과정의 (비리) 문제는 우리로선 이해가 안되는 거죠. 팀이 최고 선수 찾아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고, 서로 손잡고. 이게 기본적 상식 아니겠어요? 근데 어디서 누군지도 모르는 선수를 데려오고, 이면 계약을 하고. 실제로 준 돈과 계약 액수가 다른 계약이 이뤄지고. 그 사이에 돈을 뒤에서 챙기고. 이게 승부의 세계, 프로 스포츠에서 행해질 수 있는 일이냐는 말이에요. 

예를 들어 미국 프로야구 MLB나 유럽 축구에서 비리와 관련된 부분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근본은 경쟁원리에 따라서 스스로 각 팀이 자기 팀의 최선 결과를 위해 노력한다는 전제하에 과열되지 않도록 마련된 부분입니다. 스카우트나 그런 부분에서 과열되지 않게 하기 위한 규제와 감시이지, 자기 팀 전력 향상에 도움되지 않는 방식으로 돈을 주고 받는 일은… 

게다가 타 팀이 먼저 부정을 할 테니 우리도 차라리 부정을 해서 상쇄시킨다? 이런 식의 운영이 이뤄지리라는 전제에서 프로리그 운영을 생각할 수 있겠냐는 거죠. 근본의 문제라는 거에요. 지역 프랜차이즈라면 수원이든 광주 대구 인천 모두 팬들이 믿고 사랑하고 찾아주고 팬들의 여망과 열망 받아서 승리하려고 최선 다하고, 그래서 안되면 함께 눈물 흘리고. 다음을 위해 노력하고. 그런 단순한 원리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아니겠어요?

축구라는 분야에서 이렇게 성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면 세상 무엇도 두려울 것이 없어야 하지 않나요? 우리 같은 경우 박지성같은 사람이 회장이 되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우리의 상황은 구단주는 다 경영인, 모기업에서 파견된 사람, 상무 전무 부사장. 그 밑에 감독이나 코치진이 있는 구조에요. 축구인 중에서 가장 높은 분들은 왠지 모르게 경영진에 눌려 있는 모습이고, 그 밑에 선수들이 있고. 선수 밑에 고교와 중학교 선수들이 있습니다. 계층적으로 이뤄진, 관료제적 모습, 기업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어요. 이게 프로스포츠의 모습은 아니라고 보는거죠. 

선수들의 끼와 개성 빛나는 창의, 독자성. 호날두가 구단주와 대등하게 얘기할 수 있는. 내가 싫으면 떠날 수 있고, 당신이 나를 싫어하면 떠날 수 있는. 자율성과 독립성이야 말로 프로 스포층서 보여줘여 할 부분입니다. 기업의 홍보 수단의 구단이라는 상황을 벗어낼 자생력이 있으냐. 독립 경영으로, 독자 경영으로 안되면 파산하는 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상주상무는 상주시의 독자적 구단이 생겨야 하고. 그런 구단들이 어떻게 해서든 생존해내야 하는 거에요 관중을 아서 수익을 올리고 만약 안되면 파산 해야죠. 그렇게 해서 상주엔 프로구단 없어. 그렇다면 할 수 없는거에요. 각 구단은 자기 수입으로 구단 운영해야 하는거죠. 

현대그룹이 정말 그동안 축구에 대한 공이 많죠.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오직 현대에만 의존하는 그런 방식으로, 프로축구가, 연맹도 갈 것인가. 그게 축구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 예를 들어 아이가 있다면, 밖에 내보내기 불안하죠. 부모가 끼고 있어요. 언제까지 그럴 것이냐. 중학교 고등학교가 되면 안타까워도 자율적으로 하도록 해야 돼요. 선생님한테 맞건, 성적이 떨어지건, 가급적 개입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끌고 가고 손아귀에 두는 건 좋지 않아요. 

심지어 지금 대학교수한테도 전화를 하고 취업해서도 상사에게 전화하고. 현대는 지금 한국의 부모 같은 모습이에요. ‘축구는 아직 그럴 때가 아니야.’ 과연 그게 옳은가. 축구가 아직 때가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어린이 취급을 하니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사자가 자기 새끼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올라오게 하는 것처럼. 불안하더라도 이젠 놔줄 때가 됐다고 봐요. 스폰서로만 남고, 축구 스스로 자생적으로 리그를 운영해야 합니다.

-결국 운영 주체의 문제군요. 지자체가 운영하는 도시민 구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 운영 구단도 마찬가지에요. 시가 무슨 구단을 운영합니까? 말이 안되는 이야기죠.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 언제까지 그럴거냔 거에요. 자생할 수 없다면, 도시 내에 프로축구를 자기 돈 내고 볼 사람이 충분치 않다면. 그런 곳에 프로축구팀이 있으면 안돼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개척자 정신으로 뿌리내리고 싶다면 그런 의지 가진 사람들이 투자하거나 지 원해야지 이런식으로 기업의 한 홍보마케팅 파트처럼 운영하는 것은 축구 발전에 도움 안됩니다. 

시도민 구단은 예를 들면 시도민 자체의 협동조합 형태면 괜찮아요. 생존하고, 마케팅 하고, 수익을 올리면 좋은데 지자체가 구단주인 구단은 프로 축구 정신에 어긋납니다. 기업이 운영하는 것과 같은 문제인거죠. 오히려 더 큰 문제죠. 기업은 자기 돈을 투자하고 기업 수익 구조가 독립체산제로 그 자체 수익을 올리려 하죠. 연봉 높은 스타 선수 영입도 하는데, 지자체는 그럴 수 없잖아요. 물론 지금 상황에선 이미 어쩔 수 없이 맡아서 운영하는 팀들이 있죠. 다만 정말 지자체가 자기 도시에 프로축구 구단이 있길 바라는데 자생적으로 생기기 어렵다면, 지자체가 스폰서로, 지자체 운동장 무상 사용하게 해주고, 지자체 홍보 스폰서를 하고, 하지만 구단의 운영은 독립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축구에 관심이 깊은 것 같습니다 

축구 자체를 너무 좋아해요. 어려서부터 그랬어요. 영국에서 유학을 하면서도, 범죄와 축구는 사실 뗄래야 뗄 수 없거든요. 한 가지는 나쁜 쪽으로 본다면 훌리거니즘. 축구가 왜 사람을 저렇게 폭력적으로 만드나. 다른 한쪽으로는 축구의 열렬한 서포터들 상당수는 무직자, 실직자, 사회적인 한이나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이에요. 이분들이 축구장을 찾아서 그걸 털어내고 응원하고 소리를 지면서 많은 카타르시스 분출하고 대리 분출 효과 누립니다. 그런 활동을 통해서 실제 생활에서 저지를 수 있는 분노의 표출이나 범죄 폭력을 막을 수 있는 효과도 있어요. 

양자의 모습인 거죠. 훌리거니즘은 너무 축구에 몰입하면서 그런 자신이 갖고 있는 사회적 열등감 실패와 분노를 축구 내에서 다 소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상승효과 나면서 축구장 내 폭력으로 이어지는 모습이고. 일부 특정인 범죄 행동을 제외한다면 스트레스 분노 사회 불만을 축구로 해소하는 요소도 있어요.

-축구 외에도 사회적으로 중요한 현안이 많습니다. 이렇게 까지 축구와 스포츠에 관해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계속 제가 강조했듯이, 축구가 가진 교육적 효과 때문입니다. 사회상의 반영이죠. 축구라는 시스템, 경기, 룰, 이런 것들을 통해서 사람이 교육된다는 거죠. 세상이 어떤 것인지, 사회가 어떤 것인 자, 어떻게 더불어 다른 동료들과 함께 해나갈 것인지. 실수와 실패와 패배. 이것을 경험하고 받아들이고,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극복하고 다시 도전하고. 이 모든 것들이 축구 안에 담겨져 있다는 거죠. 그런 부분들이 계속 활성화되어야 한단 말이에요.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하도록 해줘야 해요. 축구 그 자체가 생활화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축구리그는 중요한 간접 체험의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마음 같아선 축구장에서 비열한 상대 선수를 때리고 싶지만,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 페페의 행동이 포르투갈을 월드컵에서 좌절시켰던 경험, 그라운드 사령관 지단의 월드컵 결승전 머리 박기로 프랑스의 꿈을 좌절시킨 것. 그런 것들이 모두 축구가 우리 모두에게 줄 수 있는 교훈이고 교육이란 말이죠. 내가 아무리 분노하고 억울해도 순간적인 감정 절제해야 한다는 것. 

축구 리그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사회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사회의 많은 억울함과 열등감, 분노를 가진 분들이 축구를 통해서라도 해소할 수 있는 창구가 되여 합니다. 축구는 우리가 규율과 법을 준수해야한다는 교훈, 그 다음에 각각 선수들이 흘린 땀과 노력. 얼마나 많은 노력들이 있었는가. 

축구를 좋아하다 보면 그 이면을 들여다볼 수 밖에 없어요. 그러면 호날두와 메시, 이브라히모비치 같은 선수들의 기량 이면에 얼마나 많은 훈련과 고통이 있었는지 알게 되고, 그런 것들이 자기를 돌아보게 만들고 단련하게 하고 겸허하게 하죠. 그래서 축구가 잘 운영되어야 합니다. 이해관계로 인해 함부로 운영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것 때문에 제가 프로축구 리그 자체에 본질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사진=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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