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어째 포트 3 국가들이 포트 2 유력 국가들을 격파하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한국이 월드컵 조추첨을 앞두고 포트 2를 사수했다고 좋아하기에는 두 포트 사이에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19(한국시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유럽 조별예선이 마무리됐다. 유럽에 배정된 월드컵 티켓 16장 중 12장의 주인이 결정됐다. 남은 4장은 내년 3월 열리는 플레이오프로 넘어갔다.

예선 전체를 보면 총 48개 참가팀 중 42개가 결정됐다. 개최국으로서 본선행이 가장 먼저 확정된 미국, 멕시코, 캐나다를 비롯해 북중미에서 총 6팀이 직행했다. 아시아에서 8, 아프리카에서 9, 남미에서 6, 오세아니아에서 1, 유럽에서 12팀이 직행하면서 현재 예선 대부분이 마무리되어 있다. 내년 3월에 유럽 플레이오프에 추가 4,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추가 2장의 주인공이 가려진다.

이제 조추첨이 다가온다. 조추첨은 126(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다. 한국의 최근 화두는 조추첨 시점까지 월드컵 참가팀 중 FIFA 랭킹 24위 이상을 사수, 포트 2를 지켜내는 것이었다. 같은 포트 팀끼리는 같은 조에 배정되지 않기 때문에 포트가 높을수록 조편성이 수월해진다는 게 상식이었다. 어느 팀이 어느 포트에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높은 포트를 사수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한국은 112연전에서 경기력 논란에도 불구하고 1.5군으로 나온 볼리비아, 가나를 모두 잡아내면서 포트 2를 지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가장 많은 팀이 걸려 있는 유럽 예선 막판 결과, 포트 2보다 오히려 포트 3이 껄끄러워 보이는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현재 전망대로라면 포트 3 중 유럽 예선을 1위로 통과한 팀이 셋이나 된다. C1위 스코틀랜드, H1위 오스트리아, I1위 노르웨이가 그들이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망은 아직 예선이 끝나지 않은 팀의 포트 배정 방식이 기존과 바뀐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조추첨 시점에 아직 결정되지 않은 팀의 자리를 모두 포트 4에 배정했다. 대륙간 플레이오프에 상대적 약팀이 주로 나오기도 하고, 숫자가 단 3팀이라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 예선은 조추첨 시점까지 예선이 끝나지 않은 자리가 6개나 되는데다 그 중 유럽 플레이오프가 4자리나 포함돼 있어 상당한 강팀들이 포함돼 있다. 만약 이탈리아, 덴마크, 튀르키예 같은 유럽의 중견 강호가 플레이오프를 통과한다면 이 팀들이 죄다 포트 4에 배정되는 기형적인 조 추첨이 이뤄진다. 그래서 플레이오프 각 조별 FIFA 랭킹 최고 팀의 순위에 맞춰 포트를 배정하고 조추첨을 진행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아직 조추첨 세부규정은 공표되지 않았다.

이 전망대로라면 유럽 플레이오프 중 이탈리아가 속한 조, 덴마크가 속한 조는 모두 포트 2에 배정된다. 포트 2에는 유럽 예선에서 조 1위로 본선행을 확정한 팀이 크로아티아와 스위스 단 둘이다. 오히려 포트 3에 유럽 예선 조별 1위팀이 더 많은 기현상이 발생한다.

엘링 홀란(노르웨이). 게티이미지코리아
엘링 홀란(노르웨이). 게티이미지코리아
리카르도 칼라피오리(이탈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리카르도 칼라피오리(이탈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만약 이탈리아와 덴마크가 플레이오프에서 동반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한국과 같은 포트 2에 유럽 이변의 주인공 코소보, 북마케도니아 등이 배정될 수도 있다. 한국은 기껏 포트 2에 들어놓고 유럽 최약체를 만나지 못하며 오히려 노르웨이의 엘링 홀란을 만나는 불운과 마주하는 것이다.

포트 2와 포트 3의 아프리카 팀들을 비교해 봐도 딱히 엄청 쉬워졌다고 하긴 힘들다. 포트 2의 아프리카 팀은 모로코, 세네갈이다. 포트 3에는 이집트, 알제리, 튀니지, 코트디부아르가 있다. 최근 4년간 기세를 볼 때 아프리카에서 모로코가 가장 무서운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하메드 살라가 있는 이집트, 홍명보 감독에게 12년 전 악몽을 선사했던 알제리, 공수 양면에서 많은 스타를 배출해 온 코트디부아르가 쉽다고 할 수는 없다.

포트 3에서 그나마 만나고 싶은 팀을 꼽는다면 호주, 파나마, 파라과이 정도다. 이들 중 호주는 같은 아시아 예선 통과팀이라 만날 수 없다. 결국 대략 11분의 2 정도 되는 낮은 확률을 뚫고 파나마, 파라과이와 한 조가 되는 행운이 따라야만 포트 2의 의미가 생기는 셈이다.

위 전망과 달리 미정팀들을 포트 4에 모두 배정한다 해도, 한국의 포트 2 사수는 의미가 떨어진다. 왜냐하면 이 경우 포트 3 최약체 자리에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팀이 집중 배치되는데 한국은 이들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같은 포트 3 중에서도 비교적 FIFA 랭킹이 높은 팀들만 한국이 만나게 된다. 한국이 규정상 만날 수 없는 팀이 많으므로, 홀란과 한 조가 될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아직은 변수가 너무 많다. 조추첨 방식이 확정되고, 추첨이라는 변수 그 자체인 과정까지 거쳐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경우의 수와 상대 전력만 따진다면 포트 2와 포트 3의 차이가 당초 기대보다 확 줄어들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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