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국제공항 X 캡처
더블린 국제공항 X 캡처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토트넘홋스퍼에서 2의 해리 케인이 되지 못해 쓸쓸히 떠났지만 이제 어엿한 아일랜드 국민영웅이 됐다. 아일랜드의 월드컵 본선행 가능성을 살려준 트로이 패럿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일랜드는 지난 17(한국시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 F조 최종전에서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가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경기 전 아일랜드가 승점 7점으로 조 3, 헝가리가 승점 8점 조 2위였기 때문에 아일랜드 입장에서는 원정에서 이기는 것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절체절명의 순간 패럿이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선제실점한 뒤 패럿의 페널티킥 골로 동점을 만들었고, 또 실점에 1-2로 경기 막판에 돌입했을 때 패럿이 다시 한 번 동점을 만들었다. 2-2 상태로 경기가 끝나나 싶던 후반 추가시간, 패럿이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혼자 3골을 몰아쳐 3-2 승리를 이끌었다.

F조 최종 순위에 따라 포르투갈은 조 1위로 본선 직행, 아일랜드 2위로 플레이오프행, 3위 헝가리와 4위 아르메니아는 탈락했다. 아일랜드는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본선에 한 번도 못 나갔는데, 이번에 24년 만에 진출할 가능성을 살려놓은 것이다.

패럿은 최종전뿐 아니라 예선에서 총 5골로 팀내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초반 6경기에서 잠잠하던 패럿은 11월 들어 주전 스트라이커 에반 퍼거슨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번 예선 처음으로 선발 투입됐다. 그런데 포르투갈전 2-0 승리를 이끄는 멀티골, 이어 헝가리전 해트트릭으로 5골을 쏟아냈다. 기존 조 1, 2위 팀을 상대로 기적같은 2연승을 거두게 해 준 주역이었다.

아일랜드에서 패럿에게 얼마나 열광했는지는 더블린 국제공항의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드러난다. 아일랜드 최대 공항인 더블린 공항의 X 계정은 아예 계정 이름을 트로이 패럿 국제공항으로 바꿨다. 여기에 공항 간판까지 트로이 패럿 공항으로 바꿨다는 합성으로 보이는 사진을 올리며 젠장, 저질러 버려(Feck it. Doing it)’라는 문구도 남겼다.

아울러 역전골 순간 공항 내 술집이 어떤 분위기였는지 보여주는 다른 사용자의 영상을 인용하면서 수하물 부치는 것도 포기하고 시청을 택한 크림색 상의 승객에게 경의를 표한다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이어 현지시간 아침에는 더블린 공항 당국이 일어나 어제 저녁 공항 이름을 바꿨다는 걸 알고 말았다라며 댓글을 달아드릴 수 없습니다. 지금 인사팀에 끌려갔습니다라고 유쾌한 농담을 이어갔다. 마치 X 관리자가 독단으로 계정명을 바꿨다가 징계 위기에 처했다는 듯한 내용이지만, 실제로는 트로이 패럿 공항이라는 이름이 유지되고 있어 상사의 허락을 다 받고 진행한 이벤트로 보인다.

공항 계정은 한술 더 떠 헝가리 경기를 보고 귀국한 아일랜드 서포터들의 모습을 X에 계속 올렸다. 하지만 아일랜드가 진정한 축배를 들기 위해선 플레이오프까지 통과해야 한다.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는 총 16팀이 참가해 4팀이 본선행 티켓을 따게 되는데, 한 조에 4팀씩 편성돼 토너먼트식으로 조별 우승팀을 뽑는다. 현재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 팀은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폴란드, 이탈리아, 알바니아, 체코 등이 있다. 조추첨은 20일 진행되며, 플레이오프 경기는 내년 3월 열린다.

트로이 패럿(아일랜드). 아일랜드 축구협회 X 캡처
트로이 패럿(아일랜드). 아일랜드 축구협회 X 캡처
트로이 패럿(왼쪽), 안토니오 콘테(이상 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트로이 패럿(왼쪽), 안토니오 콘테(이상 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패럿은 더블린에서 태어나 15세 때 런던으로 이주, 토트넘 유소년팀에 들어갔던 기대주였다. 해리 케인의 뒤를 이을 거라는 기대를 받았던 스트라이커 유망주 중 하나다. 그러나 토트넘에서는 다섯 차례 임대를 다니면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지난해 결국 네덜란드의 AZ알크마르로 이적했다. 네덜란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패럿은 AZ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자리 잡고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친정팀 토트넘과 맞대결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도 네덜란드 17경기 6골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다면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로 꼽힌다.

사진= 더블린 국제공항 및 아일랜드 축구협회 X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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