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쪽 측면에 우리 공격진과 상대 수비진을 다 집중시켜놓고 반대쪽 측면으로 돌아들어가는 선수에게 단번에 내주는 패스는 현대축구에서 많이 볼 수 있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에서는 유독 보기 힘들었던 플레이다.
한국이 점진적으로 완성도를 올려 가며 내년 월드컵까지 도달하려면 반드시 장착해야 하는 플레이이기도 하다. 홍명보 호는 지난 14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볼리비아에 2-0 승리를 거뒀다. 18일 저녁 8시에는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가나와 친선경기를 갖는다. 이후 내년 3월까지 대표팀 소집이 없다. 과거에는 월드컵이 열리는 해 1월에 전지훈련을 진행하곤 했지만 이번엔 생략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선경기 하나하나가 더욱 중요하고, 더 집약적으로 실험과 담금질을 해야 한다.
홍 감독은 다양한 전술 실험과 선수 테스트로 내년 6월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아직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무기가 있다. 홍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직후인 지난해 8월 대한축구협회 기술철학 워크숍에서 “상대 수비라인을 깨기 위해서는 공이 사이드로 갔다가 다시 반대로 가서, 또 다시 오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효율적인 상대 공략을 위해서는 전환패스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전환패스는 전술 완성도가 높은 팀이라면 세계 최강팀부터 비교적 약한 팀까지 고루 활용하는 현대축구의 필수 공격방식이다. 모든 축구팀은 좌우가 완벽한 균형을 이룰 수 없고 한쪽 측면에 기술적인 선수가 있으면 그 주위로 공을 돌리기 마련이다. 거기서 패스 플레이가 통해 상대를 붕괴시키는 것도 좋지만, 보통은 상대가 대비하고 있는 상태에서 세밀한 플레이로 상대를 무너뜨리긴 힘들다. 수비 시선이 한쪽 측면으로 쏠려 있을 때, 반대쪽 측면에서 수비의 뒤통수로 돌아 뛰는 선수가 있고 그에게 롱 패스가 제공된다면 한 번에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다.
전환패스는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약 10년 전부터 유행한 건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션이었다. 농구 용어로 더 친숙한 아이솔레이션은 고립이라는 단어 뜻 그대로 우리 공격 한 명과 상대 수비 한 명만 개입되는 상황을 만들어 일대일 돌파 능력을 활용하기 위한 세팅이다. 최근에는 스피드가 탁월한 윙백이 있을 경우 이 선수가 문전까지 그대로 전력질주할 때 대각선 롱 패스를 딱 맞춰 보내주는 방식이 많이 쓰인다. 네덜란드의 덴절 뒴프리스와 제레미 프림퐁이 이 플레이로 많은 공격 포인트를 양산했다. 현재 세계 최고 윙백으로 꼽히는 모로코의 아슈라프 하키미는 공을 잡고 돌파하는 것과 공 없이 침투하는 것, 두 가지 공격에 모두 능숙하다.
그런데 홍 감독이 데뷔전보다 먼저 전환패스의 중요성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표팀에서는 이 플레이를 보는 게 유독 힘들다. 특히 올해 스리백을 도입한 뒤 전환패스 부족이 더 아쉬웠다. 위에서 본 뒴프리스와 프림퐁 모두 스리백의 오른쪽 윙백 자리에서 침투 능력을 발휘해 왔다. 한국이 3-4-2-1 대형을 도입한 뒤, 오른쪽 윙백으로 주로 뛴 설영우가 의식적으로 전방 침투 가능한 위치를 잡으며 파고들 준비를 하곤 했다. 그러나 그에게 좋은 궤적으로 패스가 제공된 적은 드물었다.


아예 전환패스가 나올 수 없게 선수 구성을 짜고 나오기도 했다. 볼리비아전이 그랬다. 볼리비아전 선발 멤버 중 좌우 전환 패스가 가장 능숙한 선수는 이강인이다. 반대로 전환 패스를 잘 받을 수 있는 선수는 공 없을 때 움직임과 헤딩 능력이 좋은 이재성이다. 그러므로 이강인이 있는 오른쪽 측면에서 주로 플레이를 진행하다가, 왼쪽 미드필더 이재성이 문전으로 뛸 때 그의 발이나 머리를 향해 롱 패스가 잘 날아간다면 득점 기회를 창출할 수 있었다.
비슷한 성공 사례가 18일(한국시간) 새벽 독일 경기에서 잘 나왔다. 독일의 왼쪽 윙어로 나온 플로리안 비르츠가 소속팀에서 하던 그대로 탈압박 후 대각선 전진패스를 찔렀고, 반대쪽 윙어 리로이 사네가 문전으로 달려들면서 마무리했다. 이날 비르츠의 도움 2개를 모두 사네가 마무리했다. 한국에 적용해 본다면 이강인의 대각선 패스, 이재성의 어시스트나 골로 이어지는 공격 과정은 두 선수의 장점을 볼 때 충분히 기대할 만한 공격 패턴이다.
이런 이론적인 가능성과 반대로, 실제 한국은 왼쪽에서 대부분의 패스 플레이를 진행했다. 이재성은 왼쪽으로 넓게 벌려 상대를 끌어내는 역할에 그쳤고, 이강인은 거의 중앙으로 이동해 활동했다. 결국 한국은 왼쪽으로 치우친 공간에서 소득 없는 패스만 순환시켰을 뿐 넓은 공간을 활용하지 못했다. 라이트백 김문환이 여차하면 침투할 수 있는 위치를 잡고 있었지만 문제는 김문환에게 정확한 전환패스를 할 수 있는 오른발잡이 패서가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한국은 선수 배치부터 전환 패스를 스스로 봉쇄한 꼴이었다.
한국의 좌우 전환 롱패스는 대부분 상대 수비가 다 자리 잡고 있을 때만 이뤄지고 있다. 허를 찌르는 타이밍에도 전환패스가 가능해야 한다.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선택이 아닌 필수다. 홍 감독 스스로 필요성을 천명했던 플레이이기도 하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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