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서형권 기자
이강인.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강인이 선발로 나설 때다. 그 역량을 극대화하는 기용법은 황선홍 임시감독의 몫이다.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은 이강인의 선발출장 가능성이 높다. 이강인은 앞선 21일 1-1로 비긴 홈 태국전에서 후반전에 교체 출장했다. 당시 이강인은 전체 한국 선수 중 가장 늦게 대표팀에 합류, 여독이 쌓여있던 상태였다. 방콕 원정 경기는 시차적응과 황선홍 감독 아래서의 훈련부족이 모두 해결된 뒤 치른다.

이강인의 능력은 더 말할 필요가 없지만, 다른 선수들과 조화시킬 방법을 황 감독이 찾아야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 이강인이 없다고 해서 공격이 문제를 겪진 않는다. 오히려 이강인에게 공을 몰아주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전술이 쉽게 간파 당하면서 한국은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경기력 난조를 겪은 바 있다. 문제는 조화다.

지난 21일 경기에서 한국의 선발 공격진은 꽤 매끄러운 호흡을 보였는데 이는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 만들어 놓은 손흥민 활용법 ‘왼쪽 프리롤’에 따른 것이었다. 손흥민을 고집스럽게 투톱의 한 자리로 기용했던 클린스만 감독과 달리, 벤투 감독은 오랜 연구 끝에 손흥민을 일종의 프리롤로 기용했다.

지난 태국전에서도 손흥민은 전술의 배려를 많이 받으며 공격을 주도했다. 포메이션은 4-2-3-1에 가까웠다. 이때 이재성이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자주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오버래핑하는 레프트백 김진수와 함께 측면을 채워주고, 손흥민이 중앙으로 들어가면서 더 치명적인 플레이를 노렸다. 이 플레이가 반복적으로 나왔으며 골도 이 과정에서 터졌다. 아예 오른쪽 윙어 정우영까지 왼쪽으로 이동해서 순간적으로 측면의 수적우위를 확실히 잡고, 이재성이 왼쪽을 공략하고 중앙으로 준 패스를 손흥민이 마무리했다.

손흥민을 편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패스를 주고받는 능력이 좋은 스트라이커 주민규, 공격형 미드필더 이재성이 보좌했다. 손흥민이 이 두 선수와 중앙에서 패스를 주고받으며 수비를 공략하는 모습도 있었다. 손흥민과 이재성 중 한 명이 윙어 역할에 기계적으로 갇혀있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역시 벤투 감독 시절 본 모습이었다.

이강인 투입 후에는 어땠을까. 후반 17분 투입된 이강인은 이후 한국 공격을 주도하며 확실한 존재감을 보였지만 그 존재감이 골로 이어지진 못했다. 후반전 막판 한국은 4명의 교체를 통해 공격 방식을 바꾸려 했다. 정우영보다 더 오래 공을 잡고 공격을 주도하는 이강인이 오른쪽 윙어 자리를 기반으로 하되 수시로 중앙까지 들어가며 패스를 노렸다. 스트라이커가 주민규 대신 이강인의 크로스를 잘 받곤 했던 조규성으로, 중원과 공격을 연결하는 활동량 많은 미드필더가 이재성에서 홍현석으로, 레프트백이 김진수보다 크로스 위주 공격에 익숙한 이명재로 바뀐 셈이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몰아친 공격에도 결승골을 넣지 못하며 교체카드는 절반의 실패, 혹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이강인 투입 후의 경기 흐름은 한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미드필더 백승호, 황인범, 홍현석 등이 일제히 상대 문전으로 침투할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개인기량이 압도적인데다 홈 이점까지 지닌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경기 막판 공세가 이강인 덕분인지는 코칭 스태프의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나쁘지 않게 작동했던 태국전 선발 조합의 공격에 이강인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 숙제다. 그러려면 이강인이 팀 플레이어로서 모습을 더 보여줘야 한다. 이강인은 대표팀에서 스스로 해결하려는 성향을 많이 보였고, 그 플레이가 결정적인 골과 어시스트로 이어질 때도 많았다. 반면 소속팀에서는 마요르카 시절이나 파리생제르맹(PSG)에서나 팀 경기 흐름에 맞춰 성실하게 전술을 수행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유럽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재성이나 홍현석의 역할을 대체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클린스만 감독이 그라운드 위에서 전권을 줬던 시절의 모습보다 오히려 평소의 희생적인 플레이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이강인(왼쪽), 손흥민(오른쪽). 서형권 기자
이강인(왼쪽), 손흥민(오른쪽). 서형권 기자
이강인(왼쪽)과 음바페(오른쪽). 게티이미지코리아
이강인(왼쪽)과 음바페(오른쪽). 게티이미지코리아
주민규(남자 축구 대표팀). 서형권 기자
주민규(남자 축구 대표팀). 서형권 기자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할 만한 제3의 인물은 주민규다. 주민규는 기존 대표팀 공격수들과 플레이스타일이 다르다. 황의조가 꾸준한 침투 시도로 상대 수비진을 후퇴시키는 역할을 하고, 조규성이 제공권과 전방압박으로 미드필더들과 호응한다면, 주민규는 더 직관적인 패스 연계로 도움을 주는 선수다. 지난 태국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주민규는 상대 센터백을 등지고 버티며 손흥민, 이재성 등에게 패스를 연결해 주는 플레이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강인과 손흥민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해줄 만한 선수이기도 하다.

또한 골문 앞에서 마무리 능력이 좋은 주민규가 처음으로 이강인과 함께 뛴다면 스루 패스를 받아 처리하는 모습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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