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토트넘홋스퍼가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 1위에 올랐다. 아직 우승을 논하기엔 이르지만, 토트넘은 지금 상태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한 라운드를 1위로 마친 것이 사실상 35년 만이기 때문이다. 지금 토트넘은 익히 봐 온 ‘무리뉴 2년차’ 팀의 ‘포스’를 뿜기 시작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포르투 감독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래 6팀을 맡았고, 그중 5팀을 우승시켰다. 그 중 두 번째 팀인 첼시와 세 번째 팀이 인테르밀란이 특히 깊은 인상을 주며 ‘무리뉴 축구’를 각인시켰다.
처음 첼시를 맡았을 때(2004~2007)와 이어진 인테르 시절(2008~2010)에는 강팀이면서도 마치 약팀과 같은 경기 방식을 고수했다. 이 컬러가 무리뉴 감독의 이미지로 굳어졌다. 포르투, 레알마드리드, ‘첼시 2기’는 주로 공격적인 축구를 했으며 특히 레알 시절에는 바르셀로나를 상대할 때만 지독한 수비를 했지, 나머지 리그 경기에서는 다득점을 노리는 경우가 많았다.
무리뉴 감독이 심은 ‘언더독 마인드’에 따라 스타 공격수까지 90분 내내 성실하게 수비에 가담하고, 몸싸움하는 팀 컬러가 만들어졌다. 특히 최전방 공격수는 1인 2역을 해내야 했다. 무리뉴 감독은 갓 스타덤에 오른 공격수와 조합이 잘 맞았다. 실력은 상승세인데 스타의식은 없는 선수들이 무리뉴 감독의 수비가담 등 다양한 주문을 불만 없이 이행했다. 첼시에서 몸싸움과 마무리를 도맡았던 디디에 드로그바, 인테르 우승 주역 디에고 밀리토 등이 그들이다.
무리뉴 감독은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에게 이번 시즌 엄청난 수비가담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무리뉴 감독의 카리스마가 드러난다. 마치 ‘선수단 내 권력’처럼 인식돼 온 케인의 위상을 감안한다면 이런 변화는 무리뉴 감독이 선수단을 완벽하게 장악했다는 걸 의미한다.
이 현상에 대해 토트넘 감독 출신인 팀 셔우드는 “무리뉴 감독이 선수들이 목표달성을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세뇌했다”고 말했다. 케인 스스로도 “수비가담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케인이 지난 2018년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득점을 자신의 기록으로 정정하기 위해 딸을 걸고 맹세했을 정도로 개인 기록에 집착했던 태도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손흥민처럼 철저한 수비가담과 확실한 득점을 병행하는 선수도 무리뉴 감독의 성공 공식과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첼시 시절에는 아르연 로번을 위시한 윙어들이 수비할 때 윙백 자리까지 내려갔다가 역습 상황에서 상대 문전까지 순식간에 전진했다. 2005-2006시즌 첼시가 EPL 우승을 차지할 때, 번갈아 부상을 당해 득점이 분산되긴 했지만 주전급 윙어 3명의 득점은 총 16골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인테르에서는 공격수 사뮈엘 에토가 수비가담에 대한 주문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에토는 원래 밀리토의 투톱 파트너지만 측면 수비를 강화해야 하는 중요 경기에서는 아예 윙어로 자리를 잡고 90분 내내 상대 윙백에 대한 방어에만 몰두하며 무리뉴 감독의 지시를 고분고분 따랐다. 당시 에토는 리그 12골, 컵대회 포함 16골을 기록하며 팀 내 득점 2위에 올랐다. 또한 겨울 이적시장에 영입된 고란 판데프 역시 섀도 스트라이커가 가장 잘 맞는 옷이지만, 에토와 마찬가지로 윙어 자리에서 수비부터 하라는 주문을 받을 때가 많았다.
손흥민은 ‘선배’ 윙어들보다 훨씬 뛰어난 효율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9경기 모두 측면에 배치됐다. 그럼에도 9경기 9골로 리그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슛을 단 20회 날려 9골을 넣으며 놀라운 득점 효율을 유지하고 있다.
수비적인 팀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고, 스타 선수가 많은 골을 넣게 이끌어주는 것 역시 흔한 일이다. 그런데 팀을 대표하는 두 공격수가 경기 내내 수비에 몰두하는 동시에 득점까지 쏟아내게 만드는 건 난이도가 높다. 무리뉴 감독은 케인과 손흥민을 적절히 활용해 자신의 ‘2년차 성공공식’을 재현하고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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