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초 인시녜(이탈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로렌초 인시녜(이탈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가 운영하는 분석 코너. 전술, 기록, 수치, 발언 등 축구에 대해 분석할 수 있는 건 뭐든 다룬다.

이탈리아 대표팀이 윙어를 적극 기용하는 공격축구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공격축구의 완성은 왼쪽 윙어 로렌초 인시녜, 오른쪽 윙어 도메니코 베라르디다.

이탈리아는 11월 A매치 3연전에서 전승을 거뒀다. 특히 16일(이하 한국시간) 폴란드전과 19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서 모두 2-0 승리를 거두면서 2020-2021 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UNL) 리그A 1조에서 3승 3무로 1위에 올랐다. 스페인, 벨기에, 프랑스와 함께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는 내년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다. 비록 비중이 낮은 네이션스리그지만, 모처럼 홈에서 국가대항전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지난 2018년 이탈리아 지휘봉을 잡은 뒤 과감한 공격 축구를 추구해 왔다. 슈퍼스타는 없지만 가능성을 지닌 선수들을 잘 규합해 4-3-3 포메이션에 맞춘 전방압박 및 적극적인 공격으로 노선을 바꿨다. 이탈리아의 수비적인 축구 문화를 감안하면 과감한 노선이었다.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이탈리아는 3경기 연속 무승부에 그쳤다. 앞서 이탈리아 사상 최고 기록인 11연승을 달렸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상승세가 끊겼다는 위기의식이 일었다. 그러나 11월 3전 전승을 통해 의혹을 불식시켰다. 만치니 감독이 코로나19로 이탈해 알베리코 에바니 코치가 대신 지휘했지만 조직력엔 문제가 없었다.

▲ 왼쪽의 주인, 확실한 에이스로 부상한 인시녜

10월 무승부 행진과 비교할 때 달라진 건 측면의 파괴력이다. 10월 당시 코로나19로 결장했던 왼쪽 윙어 인시녜가 돌아와 2경기를 모두 책임졌다. 인시녜는 폴란드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상대로 모두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6경기 중 4경기만 뛰고도 3도움을 올렸다.

인시녜는 현재 네이션스리그 모든 나라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찬스메이커’다. 경기당 키 패스(동료의 슛으로 이어진 패스)가 3.8회, 경기당 스루패스가 0.8회로 두 기록 모두 리그A 최고다. 슛의 '영점 조절'이 안 된 상황에서도 어시스트 능력으로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다. 왼쪽 측면부터 중앙으로 파고들다 찍어 찬 킥으로 득점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특유의 득점루트인데, 상대가 알고도 당한다.

인시녜는 키가 163cm에 불과하지만 2012년부터 세리에A 수준급 윙어였고, 나폴리 돌풍의 핵심이었던 2015-2016시즌부터는 리그를 대표하는 윙어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4-3-3 포메이션과 공격적인 축구에서만 위력을 발휘해 온 인시녜는 대표팀의 실리적인 축구에 잘 맞지 않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유로 2016 대표팀에 모두 차출됐으나 교체 멤버 신세였다.

2017년 벌어진 촌극은 인시녜가 구(舊) 이탈리아 대표팀 스타일과 얼마나 안 맞는 선수였는지 잘 보여준다. 당시 이탈리아가 고전을 거듭하자 인시녜를 중요하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런데도 잔피에로 벤투라 감독은 인시녜 기용을 꺼리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스웨덴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다니엘레 데로시가 교체 투입 지시를 받자 “나 말고 인시녜를 투입하라”고 주장하는 장면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만치니 감독의 팀은 과거 이탈리아와 달리 공격적이고, 포메이션은 4-3-3이다. 인시녜에게 잘 맞는 환경이다. 인시녜는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A매치 3골을 몰아넣으며 이탈리아 대표팀의 유로 2020 예선 전승 행진을 이끄는 등 팀 만치니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 마침내 기대에 부응하는 천재 베라르디

인시녜가 대표팀에서 중용받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면, 베라르디는 성장이 너무 더뎠다. 베라르디는 19세였던 2013-2014시즌 데뷔해 리그 16골 6도움을 몰아치고, 다음 시즌에는 15골 10도움을 몰아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이후 정체기를 겪다가, 소속팀 사수올로가 공격축구를 재도입한 2019-2020시즌 14골 10도움을 올리며 5시즌 만에 다시 ‘10-10’을 달성했다. 또한 경기 숫자가 적었던 2020년 한 해 동안 10골 10도움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유럽 빅 리그를 통틀어 베라르디, 리오넬 메시, 브루누 페르난데스, 토마스 뮐러 4명에 불과하다.

베라르디는 코로나19 이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상승세를 탔다. 만치니 감독은 부임 직후 베라르디를 선발해 대표팀에 데뷔시켰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열린 10월 A매치 기간 동안 대표팀 데뷔골을 넣었고, 11월에는 네이션스리그 2경기에서 모두 득점하며 현재까지 ‘포스트 코로나19’ 최고 공격수로 활약 중이다.

득점 생산성이 회복되는 동시에 징계는 줄어들었다. 프로 초창기 3시즌 연속으로 10개 이상의 경고를 받은 것이 베라르디의 단점이었다. 그랬던 것이 앞선 2시즌 합쳐 11개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고, 이번 시즌에도 7경기에서 경고를 1회만 받았다. 베라르디는 가정을 꾸리며 정신적으로 성숙했다고 자평한 바 있다.

▲ 인시녜와 베라르디 조합, 이탈리아 공격축구의 마지막 퍼즐

베라르디의 스타일은 이론상 인시녜와 완벽한 짝이다. 인시녜는 왼쪽에서 활약하는 오른발잡이인데, 골대와 조금 먼 곳에서 활약하는 편이다. 반면 베라르디는 오른쪽에서 활약하는 왼발잡이이면서 인시녜보다 덩치가 좋고, 문전 진입을 즐긴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스타일로 이탈리아 공격을 이끌 수 있는 선수들이다.

특히 폴란드를 상대로 두 선수가 합작한 골은 장점을 잘 보여줬다. 인시녜가 가운데로 이동하면서 마우로 로카텔리의 전진패스를 받은 뒤 곧바로 몸을 돌려 속공을 시작했다. 이때 인시녜는 윙어보다 플레이메이커에 가까웠다. 인시녜는 공을 몰고 올라가다가 맨 앞에서 뛰는 두 명이 아니라 세 번째로 전진하던 베라르디에게 절묘한 스루 패스를 했다. 베라르디가 슛 페인팅으로 수비 한 명을 쉽게 제친 뒤 왼발 슛을 구석으로 찔러 넣었다.

일단 윙어 조합은 완성됐다. 이탈리아는 조르지뉴, 니콜로 바렐라, 마누엘 로카텔리, 마르코 베라티 등을 활용해 탄탄한 중원을 구축했다. 그러나 역삼각형으로 배치되는 미드필더 3명의 경기 운영 능력은 훌륭하지만 득점 가담 능력은 약간 아쉽다. 여기에 최전방 공격수도 치로 임모빌레, 안드레아 벨로티 모두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윙어의 공격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태다.

이탈리아는 네이션스리그 4강 진출을 넘어 유로,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노리고 있다. 이탈리아는 유로 2012 준우승을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성적이 엉망이었다. 특히 월드컵에서 두 차례 조별리그 탈락, 한 차례 예선탈락을 경험하며 4회 우승국의 자존심을 완전히 구겼다. 만치니 감독의 공격축구는 아예 체질을 바꾸기 위한 도전이다.

※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축구 마니아들을 위한 더 풍성한 이야기는 팟캐스트 ‘뽈리FM’의 최신 에피소드 ‘바르셀로나가 살기 위해서는 메시를 팔아야 한다?!’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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