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강릉] 유현태 기자= 김병수 강원FC 감독은 한국 축구계에서 자주 쓰이는 '내용을 위한 축구냐, 결과를 위한 축구냐'라는 이분법을 거부한다. 그는 재미있게 이기는 축구를 원한다. 나아가 유소년들의 기술 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본보기가 되는 축구를 구현하고 싶다는 더 큰 야망이 있다.
김 감독에게 ‘좋은 축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물으면 원론적인 이야기가 돌아온다. 바로 ‘이기는 축구’다. 다양한 방식으로 승리에 접근할 수 있지만, 이기고 나면 비판도 나오지 않는 것이 바로 승부의 세계다. 김 감독은 강원에서도 궁극적인 목표는 승리, 나아가 우승이라고 했다.
“항상 목표는 우승이고, 챔피언이다. 성적을 내야 한다. 이왕 할 거면 1등을 해야 한다. 어느 감독이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축구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 우승하고 말면 무슨 의미인가. 우승해 본 팀들만 좋은 선수단을 유지하면서 계속 우승을 노린다. 강원도 할 수 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다.”
‘병수볼’이 지향하는 내용에 대해 불어보면 다른 이야기가 돌아온다. ’이긴다’는 목적만큼 그 방법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과와 과정을 모두 잡고 싶다는 이상주의자의 언어다.
“패스 축구를 왜 하나? 이기려고 하는 목표를 두고 해야 한다. 다만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걸 해서 이기고 싶은 것이다. 수비하고 역습해서 이기고 싶진 않다. 나 스스로 재미가 없다. 재미가 없는 걸론 이기고 싶지 않다.”
그래서 김 감독은 패스와 점유, 즉 주도권을 강조하는 축구를 고집한다. 그래서 새로운 요소들을 더해가며 전술을 세련성을 더한다. ‘이기는 축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처럼 하면 굉장히 힘들다. 선수들이 공을 빼앗길까봐. 하지만 그런 용기 없이 어떻게 이겨낼 수 있겠나. 골 먹을 때 보면 상대가 잘해서 먹는 게 아니라 실수로 내준다. 나도 안다. 그렇다고 우리 플레이를 못 하게 해야 하나? 이겨내지 않고선 좋은 축구를 할 수가 없다. 패스하다가 빼앗겨봐야 아는 것이다. 패스하지 않고 뻥 차던 선수들은 절대 패스를 하지 못한다. 하지만 패스를 계속 시도해봤던 선수들은 필요하면 길게 찰 수도 있다.”

김 감독은 끊임없이 축구를 공부한다. 유럽 각국 리그는 물론 국가 대항전까지 두루 챙겨본다. 김 감독은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팀 가운데 하나로 아탈란타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4위에 오르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까지 올랐다. 전원 수비, 전원 공격을 펼쳐 유럽에서도 독보적인 스타일을 가진 팀으로 꼽혔다. 비교적 적은 선수단 예산으로 유럽 최고 부자팀과 대등하게 싸웠다는 점에서 시도민구단이 갈 길을 제시해주는 팀이기도 하다.
“난 축구를 많이 본다. 그게 일이다. 축구 감독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하는 직업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저 팀이 왜 저렇게 하는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나는 또 다른 해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우리 팀을 보고 다른 팀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축구를 계속 봐야 한다.”
자신만의 생각을 고집하는 것으론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지 않으면 아집에 사로잡힐 수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내가 성공했던 방식’을 과감히 뒤흔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흔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 무작정 수용하지 않고 자신의 방법대로 해석하면 ‘나만의 것’을 만들 수 있다.
“축구도 변하고 내 생각도 변한다. 변화에 따라서 내 생각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구현해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 내가 생각했던 방식은 반드시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방법은 곧 실패한다. ‘이걸 얼마나 고생해서 만들었는데 이걸 버려’라고 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버려야만 새로운 걸 채울 수 있다. 새로운 휴대폰이 나온다는 건 더 좋은 기능이 추가됐다는 뜻 아닌가. 결국 그런 이치다.”
이를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고뇌하며 더 좋은 축구를 찾아 간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축구를 보는 남다른 눈 덕분에 ‘천재’ 이미지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단호히 노력 없이 이루는 것은 없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많은 고민, 집착에 가까울 정도의 열정 덕분에 성과를 거둔다고 말한다.
“나는 천재가 뭔지 잘 모르겠다. 노력을 하지 않고 천재가 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무리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도 노력 없인 꽃을 피울 수 없다. ‘재능이 좀 있었지’로 끝날 것이다. 특별한 사람들은 갈망이 크고, 그걸 따내기 위해서 고통을 엄청나게 겪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어떤 사람들이 평범한 노력만으로 천재가 되는가? 병적으로 집착하고 노력하면서 얻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김 감독의 축구는 현대 축구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 주도적인 축구를 하겠다는 핵심 철학은 같지만, 최근의 축구 흐름에 맞게 ‘속도’를 더하려는 것이 김 감독의 목표다. 단순히 수비에서 공격으로 나가는 속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이 강조하는 '속도'는 압박을 벗어나기 위한 선택의 속도, 공격 지역에서 공을 빼앗긴 뒤 수비로 전환하는 속도 등 포괄적인 의미의 '속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10년 전 김병수의 축구와 지금 김병수의 축구는) 많이 다르다. 기반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빨라졌다. 빨라졌다는 의미는 압박을 그만큼 더 강도 있게 하기 때문에, 패스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전환’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환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전환에서 역습하는 걸 전환으로 생각한다. 그건 성과를 내기도 쉽고 이해하기도 쉽다. 볼을 오래 가진 팀은 그래서 손해라고들 한다. 꼭 그럴까? 그건 모르는 일이다.”
김 감독은 자부심이 있다. 강원이 다른 K리그 팀들보다 한층 기술적인 축구를 했고, 그 축구가 통한다는 예를 한국축구에 보여줬다는 자부심이다. 그만큼 한국 축구 발전에 공헌했다고 믿는다.
“한국 축구가 기술적인 면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이걸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패스를 잘하지 못하는가. 패스를 빼앗겨서 역습당하는 게 두려운 것이다. 그런 위험을 떠안고 싶은 사람은 없다. 패스하다가 몰려서 킥을 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처음부터 킥을 하는 것은 문제다. 프로는 그래도 괜찮다. 어린 선수들은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 K리그에서 누군가 그런 걸 한다고 하면 ‘되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유소년 지도자가 어린 선수에게 기술을 강조할 수 있게 된다. 그 선수들이 성장하면 K리그에서 뛸 거다. 내 생각이 앞서가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는 모범이 될 필요도 있다고 본다.“
김 감독은 실수를 냉정하게 판단하지만, 그렇다고 실수를 ‘나쁜 것’이라고만 보진 않는다. 실수도 과정의 일부고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대에 축구가 끝나는 건 아니다. K리그도 기술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면 된다.” (③편에서 계속)
사진=강원FC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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