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남해] 유지선 기자= 대전하나시티즌의 황선홍 감독도 기성용의 'K리그 복귀 사가(saga)'가 무산으로 끝난 것을 아쉬워했다. 해외파 선수들의 K리그 복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 K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기성용의 K리그 복귀설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자유계약 신분이 된 기성용은 가장 먼저 친정팀 FC서울 복귀를 고려했지만, 연봉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전북현대도 기성용 영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서울과 위약금 문제가 얽혀 협상이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리그 복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자, 결국 기성용 측은 “선의로 타진했던 K리그 복귀가 양 구단을 비롯한 K리그 전체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사태로 번졌다. 따라서 기성용 선수가 올 시즌 K리그로 복귀하는 일은 매우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없을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대전의 2차 전지훈련지 남해에서 ‘풋볼리스트’와 만난 황선홍 감독은 “(기성용이) 당연히 국내로 돌아오는 줄 알고 있었다”고 운을 떼면서 “서울로 가지 않을까 싶었고, 어떤 형태로든 K리그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아쉬운 결말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황 감독은 해외파 선수들의 K리그 복귀에 대해 묻자 “저는 적극 찬성”이라고 답하면서 “서울 감독 시절, 외국인 선수 정보를 얻기 위해 기성용과 통화를 한 적이 있다. 내가 농담 삼아 기성용에게 ‘언제 들어 올 생각이냐, 나 있을 때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외파의 K리그 복귀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프로 축구는 팬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라고 말을 이어간 황 감독은 “물론 프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선수가 조금은 나이가 들었더라도, K리그로 돌아와서 팬들과 호흡하고 후배들에게 좋은 지침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카를로스 테베스, 디에고 마라도나 등 선수생활 막바지에 고향 팀으로 돌아간 선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리오넬 메시, 세르히오 아구에로 등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도 ‘고향 팀에서 선수생활을 마치고 싶다’는 뜻을 종종 내비치곤 한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해외파의 K리그 복귀가 아직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과거 박지성 선수와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조금 나눠본 적이 있다. 아무래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더라”고 밝힌 황 감독은 “유럽에서 뛰다 한국에 들어오면, 유럽의 수준 높은 축구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된다. 팬들도 ‘저 선수가 한 단계 높은 축구를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마련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그런 기대감을 충족시키기가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고 선수 입장에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높은 기대치를 걷어내고, 편안한 분위기의 문화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제가 그 입장이어도 부담스럽겠더라. 구단을 비롯해 언론, 팬 모두가 조금 너그럽게 생각해주는 문화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던 황 감독은 “그동안 유럽에서 살아남기 위해 격렬하게 축구했다면, 은퇴 말미에는 실력만이 아니라 팬들과 호흡하고, 지역 축구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이런 측면으로 보면 그렇게 복잡한 문제가 아닌데 조금 안타깝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1년 동안 40경기 가까이를 풀타임 소화해야 그 선수의 가치가 인정되는 건 아니다. 이동국 같은 실례도 있지 않은가. 선수를 팀의 간판이자 상징으로 활용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언론과 팬, 선수도 그런 부분을 이해하고, 구단도 그런 부분을 이해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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