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첫눈이 오기 전 프로축구가 끝났다. K리그1이 종료됐고, 11위 경남FC만 승강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K리그는 평균관중 1만 명을 돌파했고, 여러 차세대 스타를 배출하며 흥행했다. 각 구단의 마케팅 역량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줄 아는’ 리그로 발전하려는 기미가 보인다. ‘풋볼리스트’의 시선으로 본 올해 K리그의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측면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올 시즌 K리그1 순위 경쟁은 ‘역대급’이란 표현이 붙어도 손색이 없었다. 우승 경쟁을 비롯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 티켓이 걸려있는 3위 쟁탈전, 파이널A와 파이널B 경계에서 펼쳐진 순위 경쟁, 여기에 강등권 탈출 경쟁까지 순위표 곳곳이 격전지였다.

가장 손에 땀에 쥐게 한 건 전북현대와 울산현대의 우승 경쟁이었다. 최종전 결과로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가려졌기 때문이다. 울산은 전북에 승점 3점 앞서면서 38라운드 최종전을 앞두고 우승 레이스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그러나 K리그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동해안 더비’의 라이벌 팀 포항스틸러스가 울산의 발목을 잡았다. 울산은 안방에서 포항에 1-4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전북현대가 같은 시각 강원FC에 1-0 승리를 거두면서 우승 트로피는 다득점에서 울산에 한 골 앞선 전북의 차지가 됐다.

K리그는 최근 ‘전북 천하’였다. 전북이 매번 압도적인 승점차로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승은 전북’이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승점 삭감 징계를 받아 승점 3점차로 FC서울에 우승컵을 내줬던 2016시즌을 제외하면, 2014시즌부터 줄곧 전북이 우승컵을 가져갔다. 전북의 대항마로 꼽히던 울산이 실제로 전북을 궁지에 몰아넣으며 우승 경쟁에 불을 붙였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결국 올 시즌에도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은 전북이었다.

강등권 탈출 경쟁에서는 인천유나이티드가 어김없이 생존 DNA를 발휘해 살아남았다. 인천은 올 시즌 상반기 대부분의 시간을 최하위에 머물며 강등 1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욘 안데르센 감독을 떠나보낸 뒤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고, 유상철 감독 체제에서 후반기 상승세를 타 10위로 시즌을 마쳤다. 매년 강등 1순위 후보로 꼽히지만 승강 플레이오프를 단 한 번도 치르지 않은 진기록을 이어간 것이다.

FC서울이 상위권에 복귀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지난 시즌은 서울에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순위가 11위까지 추락했고, 생존이 걸려있는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렀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달랐다. 경쟁 팀들과 비교했을 때 전력 보강이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최용수 감독은 지난 시즌 강등권이었던 서울을 3위로 끌어올렸다. 최 감독의 말을 빌린다면, ‘미생들’과 함께 환골탈태한 시즌이다. 대구FC, 포항스틸러스가 뒤를 바짝 추격했지만 서울은 3위를 악착같이 지켜냈고, 지난 시즌 구겨졌던 자존심도 회복했다.

반대로 지난 시즌 준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경남FC는 ‘반짝 돌풍’에 그친 채 올 시즌 하위권으로 내려갔다. 말컹, 박지수, 최영준 등 핵심 선수들을 지키지 못한 후폭풍이 컸다. 지난 시즌 44개였던 실점이 올 시즌 61개로 눈에 띄게 늘었고, 득점은 59개에서 43개로 하락했다. 최종전에서는 인천유나이티드를 꺾지 못하면서 11위로 승강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전북의 우승과 인천의 잔류, 서울의 상위권 복귀, 경남의 하위권 하락 등 올 시즌 K리그는 전반적으로 우여곡절 끝에 제자리를 찾아가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순위 경쟁을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했다는 것은 다른 시즌과의 차이점이었다.

물론 예상 밖의 흐름을 보인 팀들도 있었다. 지난 시즌 스플릿B에 머물렀던 대구는 대구DGB파크 개장과 함께 경기력이 수직 상승하며 3위 쟁탈전을 펼쳤고, 수원삼성은 파이널B로 내려가며 자존심을 구겨야 했다. 줄곧 상위권에서 경쟁하던 기업구단 제주유나이티드의 다이렉트 강등 역시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글= 유지선 기자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