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첫눈이 오기 전 프로축구가 끝났다. K리그1이 종료됐고, 11위 경남FC만 승강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K리그는 평균관중 1만 명을 돌파했고, 여러 차세대 스타를 배출하며 흥행했다. 각 구단의 마케팅 역량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줄 아는’ 리그로 발전하려는 기미가 보인다. ‘풋볼리스트’의 시선으로 본 올해 K리그의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측면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K리그의 전반적인 전술 경향은 수비적이었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 골이 2.72골(총 620골)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2.60골(총 593골)로 줄어들었다. 최다득점을 기록한 전북현대조차 경기당 1.89골(총 72골)에 그치며 2골대 득점력을 발휘한 팀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골이 비교적 적은 편인 K리그의 경향을 감안해도 올해는 수비적인 편이었다.

이번 시즌 득점력과 성적은 대체로 상관관계를 보였다. 1위 경쟁을 한 전북과 울산현대의 득점력이 압도적이었고, 3위 경쟁을 한 FC서울, 포항스틸러스, 대구, 강원FC의 득점력이 대체로 비슷했다. 전반적으로 파이널 A의 6팀이 파이널 B의 6팀보다 훨씬 많은 골을 넣는 경향도 나타났다.

수비적이라고 해서 늘 보는 맛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상위 리그에 있으면서도 평균을 깎아먹은 대구FC(경기당 1.21골)는 오히려 경기력에서 호평 받았다. 성남은 경기당 0.79(총 30골), 인천은 경기당 0.87(총 33골)에 불과한 0점대 득점력에도 불구하고 각각 9위와 10위로 잔류에 성공했다. 경남과 제주는 득점력이 더 좋았으나 강등권으로 떨어졌다.

특히 대구는 수비적인 축구로 폄훼하기에는 전술적으로 흥미로운 장면을 많이 만들어냈다. 전반기 대구는 세계적인 전술 트렌드를 가장 잘 받아들인 팀 중 하나였다. 에드가와 김대원 투톱 중 장신 공격수 에드가가 속공 상황에서 오히려 측면으로 빠지며 수비를 유인하고, 그 자리를 김대원과 공격형 미드필더 세징야가 공략하는 등 유연한 포지션 체인지가 보는 맛을 높였다. 좌우 윙백을 모두 중앙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했고, 센터백의 빌드업 능력을 중시하는 등 최신 축구 트렌드를 잘 소화했다.

대구의 역동적인 축구는 에드가 감독과 조광래 사장이 ‘2018 러시아월드컵’의 벨기에 전술을 참고한 결과였다. 다만 선수층이 얇아 ‘플랜 B’가 빈약했고, 주전 선수들의 플레이 패턴이 읽힌 후반기에는 고전하는 경기가 늘어났다.

대구가 역습 축구의 최신 진화형을 보여준 반면, 강원은 공의 지배를 중시하는 공격축구로 좋은 성과를 냈다. 김병수 감독이 아마추어 지도자 시절부터 연구해 온 일명 ‘병수볼’이 마침내 프로에서 경쟁력을 증명했다. 김 감독이 아마추어 시절 개발한 ‘중앙이동형 풀백’ 운용은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과 닮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 감독은 측면 수비수로 미드필더 출신을, 센터백으로 풀백 출신을 배치하는 등 파격적인 전술을 통해 잘 운용됐다. 때로는 전문 수비수가 단 1명인 상태에서 ‘원백’처럼 보일 정도로 틀에 갇히지 않는 전술을 보여줬다.

강원은 수년 전부터 세계 축구의 화두인 하프스페이스(경기장을 5등분했을 때 측면과 중앙 사이의 구역) 공략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낸 K리그 팀이었다. 왼족 윙어 조재완이 측면을 넓게 쓰면 왼쪽 풀백은 중앙으로 이동하고, 반대로 오른쪽 풀백 신광훈이 측면을 넓게 쓰면 오른쪽 윙어가 중앙으로 이동하는 등 유연한 위치이동이 돋보였다. 시즌 막판 핵심 공격자원 조재완, 김지현이 동반 부상당하는 등 전력누수가 심해 뒷심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우승 경쟁을 한 전북과 울산은 공격과 수비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시즌 내내 노력했다. 가진 선수들이 뛰어나기 때문에 합리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지만, 때로는 승부처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세 모라이스 감독의 전북은 포르투갈식의 매끄러운 빌드업을 보여주다가도 정작 상대 수비를 공략할 때는 공격진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울산은 김보경, 김인성, 주니오 등 스타급 공격자원의 퍼즐 맞추기에 주력했다. 시즌 중반까지는 다양한 공격자원을 두루 활용하며 순항했지만 막판 경기력이 저하되자 핵심 공격자원 김보경을 잘 활용하지 못하며 우승을 놓쳤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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