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첫눈이 오기 전 프로축구가 끝났다. K리그1이 종료됐고, 11위 경남FC만 승강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K리그는 평균관중 1만 명을 돌파했고, 여러 차세대 스타를 배출하며 흥행했다. 각 구단의 마케팅 역량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줄 아는’ 리그로 발전하려는 기미가 보인다. ‘풋볼리스트’의 시선으로 본 올해 K리그의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측면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올시즌 K리그는 2013년 승강제 도입 이후 최초로 K리그1, 2 합계 총관중 230만 명을 돌파했다. K리그1은 경기당 평균관중 8,000명을 넘어섰고, K리그2는 사상 최초 총관중 50만 명을 유치하는 등 각종 흥행 신기록을 쏟아냈다.

치열한 선두권 경쟁, 강등 싸움 등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진 덕도 있지만, 흥행의 배경에는 K리그 구단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선수들의 팬서비스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각종 국제대회가 팬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고, 각 K리그 구단들은 이를 이용해 관중 몰이에 성공했다. 대표팀에서 활약한 K리그 선수들이 이름을 날리며, 경기장을 찾는 팬들도 덩달아 늘어났다.

신태용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상대 독일을 2-0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고, 같은 해 김학범호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때 손흥민(토트넘홋스퍼), 황의조(보르도), 이승우(신트트라위던) 등 해외파 선수뿐만 아니라 조현우(대구), 이용, 문선민(이상 전북현대) 등 국내파 선수들도 큰 주목을 받았다.

2019년에는 정정용 감독의 U20 대표팀이 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거두는 큰 성공을 이뤘다. 그 중심에는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발렌시아)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멤버는 K리그1, 2 선수들로 구성돼 있었다. 총 21명의 선수 중 14명이 국내 프로리그 소속이었다. 오세훈(아산), 이재익(당시 강원), 황태현(안산), 이광연(강원), 이지솔(대전), 전세진(수원삼성) 등이 스타덤에 올랐다.

K리그 구단들은 뉴미디어를 이용해 인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국제무대를 통해 팬 몰이에 성공한 선수들을 구단이 운영하는 SNS 전면에 내세웠다. 아산의 경우 인스타그램 최근 게시물 14개 중 11개가 오세훈 관련 게시물이다. 각 구단은 팬 사인회, 경기 전 악수하기, 경기 종료 후 포토타임 등 각종 이벤트를 진행했고, SNS를 통해 소식을 전했다. 경기 외적으로 관중을 1명이라도 더 끌어 모으려는 전략이었다.

유튜브 활동도 한몫했다. K리그는 지난해 인기 유튜버 감스트를 홍보대사로 임명해 젊은층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각 구단들도 적극적으로 유튜브를 이용했다. 인천은 인기 힙합 레이블 하이어 뮤직과 함께 촬영하거나, ‘파검의 습격’ 같은 자체 개발 콘텐츠를 진행했다. 인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K리그 구단이 인터넷 방송 채널을 개설해 독자적인 콘텐츠, 경기 하이라이트, 구단 내 인기 있는 선수의 인터뷰 같은 생생한 영상을 팬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밀착하는 사회공헌활동(CSR)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K리그 구단들은 연고지에 위치한 복지시설, 교육시설 등을 방문해 봉사활동, 축구 코칭 등을 진행하며 지역민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지난 10월 스위스 스포츠 전문 컨설팅 업체인 ‘Responsiball’이 전 세계 프로축구리그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K리그가 CSR순위 세계 6위에 올랐다. 특히 성남은 지난 1년간 1,392회, 부천은 1,126회의 CSR을 진행했다. 안산은 시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CSR 365회 달성을 통해 나누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VISION 365’를 지난달에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올해 K리그 흥행에 앞장선 대구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신축된 DGB대구은행파크는 대구 시민들에게 ‘대팍’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대구 흥행몰이에 크게 기여했다. 대팍은 구도심에 위치한 노후화된 종합운동장이 축구전용구장으로 재탄생된 형태다. 지역상생과 스포츠산업 활성화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하늘색으로 수놓은 경기장은 팬들을 흥분시켰고, 스탠딩 응원석 등을 이용한 응원문화를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대구는 올해 ‘팬 프렌들리 클럽’에 선정됐다. 대구는 전용구장 신축과 함께 다양한 이벤트와 팬서비스를 제공하며 2019시즌 총 19번의 홈경기 중 9번이나 매진을 일궈냈다. 전년 대비 경기당 평균관중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클럽에게 주어지는 ‘플러스 스타디움상’ 역시 대구가 차지했다. 대구는 올시즌 10,734명의 경기당 평균관중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록인 3,518명에 비해 약 305% 증가한 수치다.

2019년 K리그 흥행은 한국프로축구연맹 및 각 구단이 국제대회를 통해 달아오른 축구 열기가 식기 전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트렌드에 맞춰 뉴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 지역민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등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글= 허인회 수습기자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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