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티히(폴란드)] 김정용 기자= 한국 U20 대표팀이 3-5-1-1 포메이션을 도입하며 만들어 낸 청사진은 강호 아르헨티나를 꺾을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이강인을 비롯한 각 선수의 역량이 극대화됐다.

한국은 1일(한국시간) 폴란드의 티히에 위치한 스타디온 미예스키에서 아르헨티나와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F조 3차전을 갖고 2-1로 승리했다. 2승 1패를 기록한 한국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5일 폴란드 동부의 루블린에 위치한 아레나 루블린에서 일본과 16강전을 갖는다.

한국의 포진은 포르투갈에 0-1로 패배했을 때와 비슷한 3-5-2였지만 선수 배치와 작동 방식이 매우 달랐다. 아르헨티나전의 특징은 이강인이 일종의 공격수를 맡았다는 점이었다. 장신 공격수 오세훈과 미드필더 이강인을 투톱으로 짝 지웠다. 중원은 역삼각형 형태인데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정호진이 가운데를 지키고 왼쪽에서 조영욱, 오른쪽에서 김정민이 보좌했다.

한국 미드필더 중 가장 수비력이 떨어지는 선수는 이강인이다. 정정용 감독은 집중 훈련을 통해 이강인을 3-5-2의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 위치에서 풀타임을 소화하기에는 이강인의 수비 조직 유지 능력과 대인 수비 능력이 모두 부족했다. 결국 이강인에게 수비 부담을 줄여주고 팀 수비 역량도 끌어올리기 위해 더 수비적인 미드필더를 추가했다.

스리백 위에 수비력 갖춘 선수 5명이 포진해 3-5로 ‘두 줄 수비’를 형성하는 건 가장 기본적인 스리백 수비법이다. 한국 선수들은 각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5-3, 4-4 등으로 라인 형태를 바꿔가면서 높은 집중력으로 아르헨티나 공격을 저지했다.

이강인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강인의 볼 키핑력은 거의 공을 빼앗기지 않는 수준이다. 이강인이 공을 잡으면 파울 유도, 패스, 돌파, 슛 중 한 가지 상황으로 마무리된다. 이때 미드필더 중 공격 가담 가능한 선수가 전방으로 돌진하며 이강인의 패스를 받는다. 간단하지만 선수 역량을 잘 살리는 전술이다.

미드필더로 조영욱을 배치한 것은 정 감독의 ‘신의 한 수’였다. 이 자리를 더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고재현, 박태준, 김세윤이 아니라 조영욱을 택한 건 무리수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강인이 공을 잡았을 때 전방으로 쇄도하며 패스 루트를 열어주는 선수가 반드시 필요했고, 원래 공격수인 조영욱이 이 역할을 가장 잘 수행했다. 공격 상황에서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전진하며 숫자를 늘려주는 역할도 완벽했다.

한국의 수비 방식은 상당히 세련됐다. 수비형 미드필더 정호진이 스리백 앞에서 자리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과감하게 전진해 상대를 압박하거나 공을 따내는 장면이 여러 번 나왔다. 한국의 두 번째 골도 정호진의 전진에 이은 어시스트에서 비롯됐다. 역삼각형 미드필드 형태를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취했다.

정호진이 전진해 수비진 앞에 구멍이 생길 경우에는 김현우가 전진했다. 스리백 중 중앙에 배치되는 김현우는 체격이 작은 대신 판단속도가 비상하다. 수비수에게 가장 중요한 수비 타이밍을 잘 잡는다. 아르헨티나 공격수가 공을 받으려 하는데 한국 미드필더가 압박하기 힘든 상황이면, 김현우가 자기 자리를 벗어나 앞으로 튀어나가며 공격을 끊었다.

한국은 세 경기에서 모두 다른 선수 조합, 다른 포메이션을 썼다. 현재까지는 아르헨티나전 전술이 가장 효과적이다. 어쩌면 이번 대회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해답을 찾은 것일지도 모른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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