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동료 선수들에게 내가 골을 넣은 것이 맞는지 계속 물어봤다.”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F조 3차전에서 애타게 기다려온 조영욱의 골이 터졌다. 2년 동안 갈망했던 골이다. 그동안 U20 대표팀에서 무득점으로 심한 마음고생을 했던 조영욱은 자신이 득점했다는 사실조차 믿겨지지 않았다고 한다.

조영욱은 이날 3-5-2 포메이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공간이 생기면 최전방으로 과감하게 침투하던 조영욱은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12분 정호진이 찔러준 패스를 문전에서 깔끔한 슈팅으로 마무리해 득점에 성공했다. 조영욱의 골은 한국에 2-1 승리를 안겨주는 값진 결승골이 됐다.

“뒤에 있었는데 공이 앞으로 올 것 같아서 잘라 들어갔다. 공이 앞으로 떨어져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그냥 찼는데 잘 들어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조영욱은 “그동안 힘들었던 것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경기를 마치고 나오는데도 다리가 떨리더라. 행복했다”며 기쁨을 만끽했다.

2회 연속 U20 월드컵에 참가하게 된 조영욱은 7경기 만에 골맛을 봤다. 기쁨이 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골이 전부는 아니다. 조영욱은 날카로운 침투와 전방 압박, 폭넓은 활동량 등 장점을 두로 보여주며 공격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무득점이란 기록이 아쉬웠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득점’이란 꼬리표는 실제로 조영욱의 어깨를 짓눌렀다. 조영욱의 소속팀인 FC서울 최용수 감독도 부담감으로 마음 고생하는 조영욱을 걱정했을 정도다.

조영욱은 “A대표팀 형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를 향한 기대치가 높았다. 기대에 보답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그러지 못해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놓으면서 “최용수 감독님이 내가 부담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하신 인터뷰를 봤다. 그 인터뷰를 보고 나서 힘을 빼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조영욱은 찬스를 놓칠 때마다 자책하며 스스로를 옭아맸다고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지난 2차전에서도 말이다. “2차전에서는 찬스를 놓친 장면들이 계속 생각나서 경기 뛸 때 너무 힘들었다. 사실은 2차전을 마치고 마음을 많이 내려놨었다”던 조영욱은 “내 역할만 하자는 생각이었다. 전반전에도 찬스를 마무리하지 못한 장면이 있었지만, 마음을 내려놓은 덕분에 그 장면이 계속 떠오르진 않더라.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며 부담을 내려놓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오래 기다렸던 골이 터지면서 조영욱은 득점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주변을 챙길 여유도 생겼다. 조영욱은 아르헨티나전을 마친 뒤 눈물을 펑펑 쏟은 전세진을 되레 걱정했다.

“(전)세진이가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지난해 11월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정작 중요한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 힘들어하더라. 부지런히 뛰고 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데,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너는 이제 3경기인데 그러고 있냐. 나는 7경기다’는 말도 해줬다. 고개 숙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기회가 왔을 때 분명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다. (전)세진이와 좀 더 이야기를 해서 힘을 불어넣어줘야 할 것 같다.”

조영욱은 경기 전 훈련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제발, 단 한 골만. 그러면 그 다음 골도 들어갈 것 같아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토록 기다렸던 한 골이 터졌으니, 이제는 다음 경기도 기대해봄직하다. 공교롭게도 다음 상대는 ‘숙적’ 일본이다.

기다렸던 골을 터뜨리며 자신감을 얻는 조영욱은 “일본이 상승세를 탔지만, 우리도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은 팀이다. 나와 (오)세훈이도 득점했고, (이)강인이도 도움을 기록했다. 많이 뛰는 팀에서 수비적으로 지키고, 골도 넣을 수 있는 팀이 됐다. 쉬운 상대는 아니지만 우리의 장점인 죽어라 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한일전인만큼 16강에서 일본은 반드시 잡고 싶다”며 이를 악물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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