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기성용이 떠난 뒤, 한국이 가장 뼈아프게 잃어버린 능력은 지능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축구는 상대보다 영리한 플레이로 승리하는 축구다. 그래서 기성용의 대체자를 찾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대표팀은 18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로 소집됐다. 이번 선수단은 총 27명이다. 22일 볼리비아, 26일 콜롬비아와 두 차례 평가전을 갖는다. ‘2018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고, 기성용과 구자철의 은퇴 공백을 메우는 첫 단계다.

벤투 감독은 소집 기자회견에서 “포메이션은 바뀔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기본적인 경기 풀어가는 방식과 틀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개선해야 할 것들이 있다. 특히 마무리, 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우리 플레이스타일을 잘 이해하고 이행해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존 방향대로 가려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공 다루는 기술이 좋은 선수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손흥민은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의 거센 수비 속에서 슈팅 타이밍을 잡고 골을 넣을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춘 선수다. 차세대 수비 중심으로 자리 잡은 김민재는 프로 첫 은사였던 최강희 전 전북현대 감독이 시야와 빌드업 능력을 여러 번 칭찬한 바 있다. 이들이 섞여 뛴 18일 공 돌리기 훈련에서도 선수들은 기술적으로 떨어지는 선수 없이 매끄럽게 공을 순환시켰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시야와 판단력이다. 벤투 감독의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점유율 수치나 패스 성공률이 아니라 상대 수비에 허점이 열렸을 때 그리로 공을 투입할 수 있는 지능이다. 한쪽 측면으로 상대를 유인한 뒤 재빨리 반대쪽으로 공을 전개하는 플레이가 대표적이다. 김진수 역시 18일 소집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풀백의 공격적인 움직임을 좋아하신다. 측면 전환 때 상대 수비 뒤로 돌아들어가는 것을 좋아하셔서 여기 맞추려 해 왔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초창기부터 후방 플레이메이커, 즉 스스로 경기장 상황을 판단해 거리에 성관없이 패스를 보낼 수 있는 선수를 중용했다. 스타일이 겹치는 기성용과 정우영을 동시 기용해 둘 중 누구든 롱 패스를 날릴 수 있도록 전술을 짜기도 했다. 그러나 정우영은 기성용만큼 능숙하게 이 역할을 소화하지 못했고, 기성용은 은퇴했다.

지능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 하는데, 정작 한국은 두뇌를 잃어버린 상태다. 벤투 감독은 새로운 두뇌를 찾기 위해 미드필더를 대거 선발했다. 27명 중 미드필더로 분류된 선수가 13명이나 된다. 이들 중 실제로 공격수에 가까운 나상호, 손흥민 등을 제외하더라도 어느 정도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갖춘 선수가 10여 명이나 된다. 중앙 미드필더로 김정민, 이진현, 정우영, 주세종, 황인범이 선발됐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권창훈, 백승호, 이강인, 이승우, 이재성, 이청용 등이 경쟁한다.

이진현은 “기성용 은퇴 이후 벤투 감독이 미드필더를 대거 선발했다. 그런 만큼 나만의 장점을 보여드리려 한다”라고 말했다. 10명 이상이 참가한 차세대 플레이메이커 경쟁에서 앞서나가려면 기술이나 스피드보다 지능이 필요하다. 벤투 감독은 가장 영리하고 판단이 빠른 선수를 찾고 있다.

새로 선발된 이강인, 백승호 역시 단순히 유망주여서가 아니라 벤투 감독의 수요에 부합하기 때문에 합류했다고 볼 수 있다. 이강인은 프로 선수로 뛴 시간이 아직 짧지만, 롱 패스와 원터치 패스를 통해 공격 속도를 끌어올리고 상대 수비의 빈틈으로 공을 보내는 능력을 조금씩 보여줘 왔다. 백승호는 상대 수비진 사이에서 공을 순환시키며 균열을 야기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이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벤투 감독의 구성에 들어 대표 선수로 자리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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