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데얀과 고요한은 ‘슈퍼매치’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줬다.

 

수원삼성과 FC서울은 15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23라운드 경기를 했다. 서울이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결과는 서울이 가져갔지만 경기 자체가 주는 재미는 두 팀이 공유했다. 홈팀 수원이 선제골을 넣고 서울이 역전한 줄거리도 재미있었고, 그 안에 활약한 선수도 절묘했다.

 

가장 눈에 띈 선수는 데얀과 고요한이다. 두 선수는 서울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오랜 시간을 함께 했었다. 데얀은 고요한이 아직 껍질을 다 깨지 못한 2008시즌에 서울에 합류했다. 데얀은 서울에서 원숙해졌고, 고요한은 전성기에 올랐다. 데얀은 서울에 두 번째로 돌아왔다가 2018시즌을 앞두고 떠났고, 고요한은 2018시즌 중반 주장 완장을 찼다.

 

데얀은 전반 4분만에 골을 넣었다. 마치 서울시절처럼 유려하게 수비수 가운데로 들어가 침착하게 왼발슈팅을 날렸다. 바뀐 게 있다면 데얀이 수원 유니폼을 입었고 서울 수비수를 상대했다는 것이다. 데얀은 완벽하게 골을 터뜨리고도 어떠한 몸짓도 하지 않았다. 동료 선수와 팬들의 환호가 모든 걸 말해줬다.

 

“나를 존중한다면 전 소속팀인 서울에 관한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 (수원 입단 후 전지훈련지인 제주도로 떠나기 전에 한 첫 인터뷰에서)

데얀은 골을 넣고도 침묵하면서 이야기를 하나 더 만들었다. 이 이야기를 받은 사람은 바로 고요한이다. 주장 완장을 차고 나온 고요한은 후반 4분 역습상황에서 신진호가 길게 넘겨준 공을 잡아 치고 들어가다 그대로 오른발 슈팅을 날려 골망을 갈랐다. 고요한은 데얀과 완전히 다르게 격한 골 뒷풀이를 보였다. 뒤로 돌아 자신의 유니폼 어깨를 잡아 들어올렸다.

 

‘내가 누구지?’

 

고요한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마치고 돌아온 뒤 에이스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그는 한 달만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한 주간 베스트에 네 번이나 선정될 정도로 맹활약하고 있다. 그는 패하면 선수단을 향해 “전부 다 정신 차려야 한다”는 독설을 내뿜을 정도로 강한 리더십도 보여주고 있다. 이날도 경기장에서 자신이 가진 것을 다 보여줬다.

 

서울은 후반 추가시간에 결국 일을 냈다. 이번에도 고요한이 가운데 있었다. 심상민 크로스를 안델손이 따내지 못했으나 붕 뜬 공을 고요한이 다시 뛰어들었다. 공은 수비수를 맞고 안으로 흘렀고, 안델손은 이 공을 받아 돌아서서 왼발 슈팅을 날려 골망을 갈랐다. 안델손과 고요한은 팬들에 달려가 기쁨을 맛봤다.

 

경기가 끝난 뒤 또 인상적인 장면이 나왔다. 다른 유니폼을 입은 데얀과 고요한은 서로를 끌어 안았다. 승부는 갈렸지만 두 선수는 서로를 존중했다. 슈퍼매치는 뜨거웠고 두 선수가 그 중심에 있었다. 슈퍼매치는 두 팀의 성적과 경기 내용을 떠나서 뜨거운 경기다. 이날도 뜨거운 역사를 하나 더 추가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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